<음식과 사람> 5월호

[음식과 사람 2016-5 P.49 Easy Talk]

 

올해 최대 정치 행사였던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기분이 좋아진 사람과 급(急)우울해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찾게 되는 음식이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다.

 

컴포트 푸드는 기쁨, 안정을 주거나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는 음식이다. 어떤 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라고 표현한다. 1966년 미국 일간지 ‘팜비치 포스트’에 ‘컴포트 푸드’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으며,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사용되기 시작했다.

컴포트 푸드는 각 나라의 경제·문화·정서적 차이에 따라 종류와 의미가 약간 달라진다. 국내에선 ‘힐링푸드’와 ‘집밥’의 의미로도 간혹 쓰인다.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은 따뜻하고 잘 차려진 탄수화물 음식, 여성은 조리가 필요 없는 달콤한 초콜릿이나 과자를 컴포트 푸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자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에 따라 마음을 달래주고 안정시키는 컴포트 푸드가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한국인은 컴포트 푸드로 어떤 음식을 선호할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기분 좋을 때 고기, 우울할 때 술과 매운 음식을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이상희 교수팀이 ‘감성과학’지 2014년 9월호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행복을 느낄 때 대학생(서울 등 수도권 대학생 417명 조사)이 즐겨 찾는 컴포트 푸드 중 남학생은 고기(19.2%), 여학생은 치킨(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즐거운 감정이 충만할 때의 컴포트 푸드로는 남학생은 술(16.7%), 치킨(13.9%), 고기(12.7%)를, 여학생은 치킨(13.5%), 아이스크림(11.9%), 피자와 스파게티(9.9%)를 찾았다. 고기와 술이 기분을 달래주거나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 당신의 컴포트 푸드는 무엇인가? / 사진 = Pixabay

고기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고기 회식 후 ‘행복 물질’로 통하는 세로토닌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이다. 고기엔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다. 미국에선 트립토판이 천연 우울증 치료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분이 좋을 때 고기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은 이런 음식이 ‘즐겁다’는 감정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고기나 치킨은 가족 또는 친구와 어울려 먹는 문화가 있으며 축제나 야구장에 가거나 월드컵 경기 시청 등 즐겁고 활동적인 경험을 할 때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 남성은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일 때 컴포트 푸드로 술을 주로 택한다. 이는 술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우리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여겨진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매운 음식이 훌륭한 컴포트 푸드가 될 수 있다. 매운맛 성분인 고추의 캡사이신은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해 몸의 열기를 땀과 함께 배출시킨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열이 식으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때로는 단맛 즉 당류(Sugar)도 컴포트 푸드가 될 수 있다. 당이 떨어지면 기분이 다운된다는 사람도 많다. 나트륨(짠맛) 줄이기에 이어 최근 우리 정부는 당류(설탕)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 나트륨과 당류 섭취 자제는 필요하지만 줄이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진 않기를 바란다. 고객에게 건강(웰빙), 컴포트(안정), 만족감(맛 등)을 함께 제공하는 음식점에 가고 싶다.

editor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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