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특집]④ 부드러운 면의 최고봉, 칼국수의 다른 이름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안동국시는 옛날 양반가에서 여름철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올린 칼국수다.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만든 반죽을 얇게 썰어 면을 만든다. '국시'는 국수의 경상도 방언이다.

안동국시는 건진국수라고도 한다. 칼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구어서 육수로 말아내는 조리 방법에 유래한 이름이다. 안동국시는 면발이 가늘수록 품위를 더하는 반가요리다.

서울에서 안동국시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은 여러 곳 있다. 그 중 유명한 곳은 성북동의 '국시집', 강남의 '소호정', 그리고 마포의 'ㅇ'. 세 곳은 안동국시 삼대천왕으로 불러도 손색없다.

성북동의 '국시집'은 고 김영삼 대통령의 단골가게로 유명하다. 1969년 개업해 50년이 넘은 노포로 2015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뽑혔다. 강남의 '소호정'은 1985년 압구정동에서 시작해 현재 강남과 여의도 등 수도권에 16개 점포를 거느린 기업으로 커졌다.

성북동 국시집이 대통령 등 유명인 단골의 이름값이 컸고, 소호정은 기업형 프랜차이즈 성장해 영역을 넓혔다면, 마포의 'ㅇ'은 양반가의 정갈한 음식 컨셉에 충실한 정통 안동국시라고 할 수 있다. 함께 내어 나온 반찬만 비교해 봐도 마포의 'ㅇ'집이 가장 깔끔하고 얌전하다. 

15년 업력을 자랑하는 안동은 본래 서대문 경찰서 앞에 있었지만 재개발로 인해 현재 공덕동으로 이사왔다. 식당 외관은 일반 가정집처럼 생겼고 내부는 다른 음식점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 집 안동국시의 특징은 부드러운 면과 깔끔한 국물이다. 면은 공장에서 반죽만 해온 뒤 직접 칼로 얇게 썰어 만는다. 얇고 야들야들하면서도 손칼국수 면 특유의 부드러움이 살아있어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다른 집 안동국시는 대부분 사골육수로 우려낸 반면, 이 집은 소고기를 우려낸 육수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여 담백함을 강조했다.

가격은 1만1천원. 입안에서 녹아드는 면을 음미하면서 시원담백한 국물을 흡입하다 보면 어느덧 빈 그릇만 남는다.

 면요리 '안동국시' ⓒ한국외식신문
 면요리 '안동국시' ⓒ한국외식신문

안동국시의 단짝 별미 '소고기 수육'은 기름기 없는 순 살코기다. 육미의 향은 고급 스테이크를 먹을 때처럼 은은하다. 고기를 양념장에 찍어 먹다보면 마지막 한 점에 예의 차릴 겨를조차 없다.

가격은 4만 3천원. 최상급 식재료이기에 비싼 값을 한다. '강추' 메뉴다. 

소고기 '수육' ⓒ한국외식신문
소고기 '수육' ⓒ한국외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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