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016-8 P.90 Health Info]

하루 종일 물을 달고 사는 외식인에게 주부습진은 지긋지긋한 직업병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발병하지만 유독 여름에 앓는 사람이 많다. 발병도 쉽지만 재발도 쉽다. 주부습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기 위해선 잘못된 생활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editor 이선희 / 도움말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정보영 교수(피부과 전문의)

습진과 주부습진이 같은 말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습진은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피부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지루성 피부염,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은 물론 물집습진, 건성습진, 동전모양습진 그리고 주부습진까지 모두 ‘습진’에 포함된다. 즉 주부습진은 습진의 한 종류인 셈이다.

주부습진은 손에 생기는 습진으로 주부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주부는 집안일이나 육아 등으로 물, 합성세제, 비누 등에 피부를 노출시키는 빈도가 높다.

이런 자극을 오랫동안 받게 되면 손에 피부염이 발생한다. 주부뿐만 아니라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는 의사와 간호사, 물과 약품에 많이 노출되는 미용사,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직업성 접촉 피부염이다.

특히 요리사의 경우 이 같은 자극 요소 외에도 마늘, 양파, 고추 등 자극성 채소와 소금, 간장, 고춧가루와 같은 양념을 자주 만지는 것도 주부습진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고무장갑 등 고무로 만든 제품, 플라스틱 제품, 니켈 같은 금속, 색소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자극 요인 때문에 피부 표면의 각질층이 파괴돼 주부습진이 생기게 된다.

주부습진은 사계절 중 언제라도 발병할 수 있지만 특히 여름을 조심해야 한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손에 땀이 많이 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물로 씻는 횟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만성화 진행되면 심각한 후유증 유발…

주부습진은 주로 손에 약간의 가려움을 동반한 붉은 반점과 건조한 비늘 같은 병변으로 시작된다. 피부가 말랐을 때 갈라진 틈새가 관찰되는 것도 특징. 경우에 따라서는 진물이나 물집이 동반되기도 한다. 주부습진 증상이 만성화될수록 손가락 끝부분에서 껍질이 벗겨져나가는 과다각화증 증상이 현저하게 나타나며, 틈새가 점점 심하게 갈라져 따갑고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게 된다.

처음에는 손가락 끝에서만 보이던 증상이 점점 손가락 전체, 손바닥, 손목, 손등으로 번진다. 자칫하다 치료시기를 놓쳐 주부습진 증상이 만성으로 가면 앞서 말한 홍반, 과다각화증 같은 증상이 지속되며 치료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3개월 이상 주부습진이 지속되거나 1년에 두 번 이상 재발하면 만성이라고 진단한다.

오랫동안 증상을 방치하면 갈라진 피부 조직 사이에 2차 피부 감염이 올 수 있다. 손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노출되는 부위로 주부습진이 발생하면 쉽게 눈에 띈다.

그로써 생기는 스트레스, 우울감, 수치심, 자신감 하락 등 감정 상태 문제나 대인관계 기피, 수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듯 주부습진은 통증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초래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주부습진'을 예방하는 외식인 생활수칙 >

① 면장갑을 낀 후 그 위에 고무장갑을 착용한다. 면장갑에 습기가 찰 경우에는 여벌 장갑으로 교체한다. 단 면장갑은 약간 헐렁한 것을 고른다.

② 손을 씻을 때에는 순한 비누를 사용한다. 손가락 사이에 비눗물이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이 헹군다.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데, 손가락 사이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③ 물에 손을 담그는 일을 한 후에는 손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바로 보습제를 발라준다.

④ 양파, 파, 마늘 등을 다듬을 땐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⑤ 고무장갑, 고무제품 등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손목까지 내려오는 면으로 된 옷을 입는다.

⑥ 음식을 버무리거나 만질 때에는 맨손보다는 위생용 폴리글러브를 사용한다.

⑦ 고무장갑은 사용한 후 속을 깨끗하게 씻어 말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