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8월호

[음식과 사람 2016-8 P.53 Easy Talk]

 

editor 박태균

 

필자가 최근에 본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셰프 칼 캐스퍼는 유명 레스토랑 평론가와 트위터상에서 다툰 뒤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푸드트럭 영업을 한다. 후배 셰프,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쿠바 샌드위치’를 팔았는데 대박이 났다. 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푸드트럭이 지나가는 곳을 알린 덕분이다.

미국에서 푸드트럭이 본격 등장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직장을 잃은 사람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엔 맛으로 인정받거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푸드트럭이 한둘이 아니다.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세계적 햄버거 체인이 된 뉴욕의 ‘셰이크색(Shake Shack)’이 대표적이다.

미국 명문대학을 나온 뒤 푸드트럭에서 ‘김치 타코’를 파는 재미교포 필립 리의 성공 스토리는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치와 제육볶음을 넣은 매운 요리로 한 달에 5000만 원을 번다.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에선 2009년 기준으로 4480개의 푸드트럭이 운영 중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선 이탈리아의 마지막 왕손인 엠마뉴엘 필리베르토가 푸드트럭에서 파스타를 팔아 화제다. 그는 사보이 왕가(1861∼1946)를 상징하는 푸른색 트럭을 몰고 LA 등을 누비고 있다. 요리사를 채용해 새우와 조개가 든 페투치네, 송로버섯을 넣은 링귀네 등 이탈리아 요리를 15달러(약 1만7000원)에 판다. 상호는 ‘베니스의 왕자’다.

미국 여행이나 가야 볼 수 있었던 푸드트럭을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해결책의 하나로 푸드트럭이라는 대안이 나왔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관한 ‘끝장 토론’에서 규제개혁 1호로 ‘푸드트럭 합법화’를 추진한 데 힘입었다.

그해 8월에 열린 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푸드트럭이 합법화됐다. 최소한의 적재공간(0.5㎡)과 안전 · 환경시설을 갖추면 일반 화물차를 푸드트럭으로 구조 변경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식품접객업 영업 신고를 하면 도시공원, 놀이공원, 체육시설, 관광단지, 하천부지 등 제한된 장소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푸드트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푸드트럭 활성화를 통해 2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400억 원대의 부가가치 창출을 예상했지만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상태다.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기존 노점상과의 형평성, 주변 교통, 위생, 안전, 상거래 질서, 세금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푸드트럭의 특성상 장소 이동이 잦다 보니 위생관리, 가스안전, 조리 · 세척시설, 화장실 사용, 영업장소 주변의 오물 등도 쉽게 풀기 힘든 숙제다. 국내에서 푸드트럭은 한 사람이 한 장소에서만 장기간(통상 1∼5년)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영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바퀴 달린 노점’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푸드트럭 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푸드트럭 존’을 돌며 영업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안을 심의 · 의결했다. 발이 묶였던 푸드트럭의 이동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푸드트럭의 확대에 따른 부작용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존 상권과의 갈등이다. 지난 6월 2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밤도깨비 야시장에선 노점상의 항의로 DDP 옆 큰 길가에 자리 잡았던 푸드트럭 20여 대가 안쪽으로 밀려났다. 올 2월엔 서울시가 뚝섬 한강공원에 푸드트럭 존 설치를 추진했으나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푸드트럭 영업 장소가 늘어나고 이동 영업이 허용되면서 기존 상권과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갈등 조정 방안은 아직 없다.

푸드트럭은 바쁜 현대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등이 이용하는 곳이므로 관리감독을 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푸드트럭이 외식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식품안전과 위생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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