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8월호

[음식과 사람 2016-8 P.89 Ingredient]

 

상큼함의 결정체 셔벗

셔벗(Sherbet)은 설탕과 과즙에 술을 넣어 얼린 것으로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드는 감촉은 없지만 얼음의 차가운 느낌과 과즙에서 나오는 청량감이 특징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와의 전쟁 중 병사들이 더위로 고생하자 산에서 만년설을 가져와 과즙과 섞어 먹도록 했는데 여기서 셔벗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소르베(Sorbet)라고도 부르는데, 상큼한 맛 때문에 중심이 되는 요리인 앙트레와 로스트 요리 사이에 제공되거나 후식으로 이용된다.

식사 중간에 먹는 셔벗은 입맛을 새롭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놓으며, 리큐어 등의 술 종류를 얼린 것이 나오곤 한다. 디저트로 내놓을 경우에는 과즙을 많이 넣어서 단맛을 내게 한다. 과즙 대신 페퍼민트, 커피, 홍차를 사용하기도 한다.

 

터키의 관광 상품 돈두르마

터키의 전통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는 ‘몹시 차갑다’는 뜻이다. 이것은 살렙이라 불리는 야생 난초의 알뿌리를 넣어 만든다. 살렙을 넣어 만든 돈두르마는 상온에서도 잘 녹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떡처럼 쫀득거리고 되직하다. 이런 식감 때문에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 썰어먹기도 한다. 돈두르마는 우유와 설탕, 매스틱(유향수) 수액, 살렙 가루 등을 쇠막대기로 반죽해 단단하고 찰지게 만든다.

완성된 돈두르마는 점성과 탄성을 가지고 있어 갈고리에 걸어 거꾸로 매달아도 떨어지지 않고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난다. 이렇게 갈고리에 매달아 숙성시킨 돈두르마를 칼로 조금씩 잘라내 차가운 통에 넣고 쇠막대로 뒤섞어 부드럽고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 돈두르마를 파는 상인들은 이런 점성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줄 듯 말 듯 장난치며 판매하는데, 이것이 터키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인식될 만큼 인기가 높다.

 

▲ 사진 = Pixabay

 

막대 아이스크림의 시초 쿨피

인도를 비롯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남아시아 지역에는 쿨피(Kulfi)라는 전통 디저트가 있다. 남아시아 지역은 오래되고 훌륭한 아이스크림 문화를 자랑하는데, 무굴제국의 황제들은 오래전부터 산꼭대기에서 가져온 얼음에 향료를 섞은 차가운 음료를 즐겨 마셨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에 빚을 지고 만들었다는 아이스크림이 바로 쿨피다.

쿨피는 서양의 아이스크림처럼 휘젓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쿨피는 우유와 설탕에 다른 재료들의 맛을 더해 천천히 졸여서 만든다. 연유처럼 걸쭉하게 완성된 액체를 작은 금속 재질의 틀에 담아 얼리면 밀도가 높고 쫀득거리는 얼음과자가 완성된다. 쿨피는 장시간 조리해 캐러멜화한 맛이 특징이다. 또 틀에 넣어 굳히는 방식으로 하드라 불리는 아이스크림 종류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쿨피를 파는 쿨피왈라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명물 젤라토

젤라토는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아이스크림으로 과즙, 과육, 우유나 커피, 향초 등을 섞은 것을 얼려 만든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젤라토라 부르지만, 지금은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을 나타내는 대명사가 되었다. 젤라토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데 이런 식감은 까다로운 제조 과정에서 탄생한다. 강제 송풍 · 동결 방식으로 일정 온도를 유지하고, 얼음 결정은 물론 공기도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젤라토만의 크리미한 식감과 진한 맛을 내게 한다. 여기에 유지방 함량이 6~8%로 시중의 아이스크림 유지방 함량인 10~16%의 절반 수준인 것도 장점이다. 부드러운 질감에 저칼로리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아이스크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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