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9월호

[음식과 사람 2016-9 P.31 mini interview]

 

‘젠트리피케이션’이 서울 인기 상권들을 차례로 망가뜨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관련법인 ‘자율상권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각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 젠트리피케이션의 심각한 폐해와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 이미지 = 정원오 구청장 홈페이지 갈무리

[정원오 성동구청장 - '젠프리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 인터뷰]

 

Q. 성동구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A. “지난해 9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인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조례에는 ▲지역공동체 생태계 및 지역 상권 보호 기반 조성을 위한 구청장 책무 및 주민의 참여와 의무를 규정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며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지역공동체 생태계 및 지역 상권에 중대한 피해를 주었거나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신규 입점 업체와 업소를 주민이 직접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상권이 발전함에 따라 대형 프렌차이즈 등이 입점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도시의 경쟁력과 문화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성수동은 다른 지역들에 비해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발 빠르게 대응한 경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A. “서울은 10여 년 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의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홍대를 시작으로 삼청동, 가로수길 등으로 확산되더니 성수동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젠트리피케이션은 10여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났지만, 최근에는 임대료가 폭등하고 임차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1, 2년 남짓한 주기로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성수동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성수동은 1970년대부터 들어선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있고, 20년 이상 된 노후한 다세대주택들이 혼재되어 있는 준공업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2012년부터 예술가와 사회혁신가, 소셜 벤처들이 모여들면서 성수동만의 매력과 문화를 만들고 있는데, 이에 따라 지역의 가치가 상승하고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소위 ‘뜨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2014년 12월에 성수동이 서울시 도시재생 시범지구로 선정되면서 지역이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가 높아지자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으로 요구하는 등 임대료가 상승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구 차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Q. 현재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 궁금합니다.

A. “조례 제정에 그치지 않고 건물주 · 임차인 · 성동구 삼자 간의 실질적인 상생협약을 추진해왔습니다. 구청 간부들과 직원들을 건물주와 1대 1로 연결해 삼자 간 상생협약의 의미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성수동 일대 건물 255개 동 중 절반 이상인 142개 동의 건물주와 임차인이 상생협약에 동참한 상태입니다.

성수동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자발적 자정결의대회를 가지기도 하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폭넓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Q. 조례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나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주민 협의 및 임대인 설득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건물주들과의 1대 1 설득에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고 주민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지요. 다행히 마을 활동가, 원주민(임대인, 임차인) 등 많은 분들이 마을공동체와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협조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건물을 매입한 새 건물주들의 참여가 더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꾸준한 설득으로 타 지역 거주 건물주 중에서도 저희의 젠트리피케이션 예방책에 공감하는 분들이 차츰 늘고 있습니다.”

 

Q.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앞으로 남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현재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특별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성동구뿐만 아니라 많은 기초자치단체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힘쓰고 있지만, 사실 국회에서 입법이 되지 않는다면 이 모든 노력들은 근본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지자체들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관련 정책들을 상호 공유하고 보완하면서 관련 법규 제정에 더욱 힘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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