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9월호

[음식과 사람 2016-9 P.49 The Kitchen]

 

editor 윤숙자 한식재단 이사장,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지난 8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 한식조리아카데미를 개관했다는 따끈따끈한 소식부터 전할까 한다. 마침내 미국에 한식 전문 조리교육을 위한 민간 최초의 상설 교육기관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아카데미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LA 총영사관과 한인사회 등 각계 인사들의 환영 분위기를 일일이 다 전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식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개관식에 참석한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식과 한식문화가 세계 전역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미국 유수의 지역에 한식 발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거점이 필요하다고 여겨왔기에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앞으로 LA 한식조리아카데미에서는 현지 호텔과 한식당의 조리사뿐 아니라 외국인 요리사들에게도 정통 한식과 현지화된 한식의 조리법 등에 관한 심화교육을 하고, 이를 통해 한식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한식 전문 조리사를 양성 ·  배출하는 한편, 한식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이나 교포 2, 3세들에게 ‘힐링 푸드’로서 한식의 매력을 유감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공간이 될 듯하다. 이제야 비로소 한식문화 전파의 본령에 다가서는 듯해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사실 필자는 지난 2010년부터 LA 지역 한식당 종사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다니면서 상수도시설이나 조리시설도 마땅찮은 열악한 곳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식을 배우겠다는 현지의 수요와 열기에 비해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채 교육에 임해야 할 만큼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었기에 언젠가는 LA 한인타운에 모든 조건이 구비된 전문 교육기관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 숙원이 이루어졌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개관식의 뜨거웠던 열기만큼이나 현지인들의 호응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그 열기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어 제2, 제3의 아카데미가 문을 열고,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한식 전문 교육기관이 들어선다면 한식 세계화의 기반도 어느 정도 다져질 것이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처럼 한식문화 세계화의 길은 여전히 험하다. 그동안 정부가 앞장서고 민간단체들의 전문성이 결합하면서 해외에 한식당이 많이 보급되고 있고, 세계인들 역시 한식의 맛과 풍미에 빠져들고 있다. 한식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고급화 과정이라는 유의미한 결과도 얻고 있다. 그러나 ‘세계 속의 한식’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마침 한류문화가 세계 전역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있는 이때가 한식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듯하다. 한류는 이미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현지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한식문화 현지화를 통해 한류의 생명력을 배가시키는 일 또한 한식이 가야 할 궁극의 길이 아닐까 싶다.

한류의 특징은 활력이 넘치면서도 가족적인 분위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차분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한식문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한식은 음식이 지닌 탁월한 가치인 ‘소울 푸드’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만큼, 한류와 함께하는 한식문화의 현지화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