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채식주의자의 ‘외식’ & 채식의 역사

[음식과 사람 2016-9 P.82 Food & Ingredient]

 

영양 과잉 시대다. 현대에는 못 먹어서 아픈 사람보다 많이 먹어서 아픈 사람이 훨씬 많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건강과 웰빙이 부각되면서 채식 선호가 크게 늘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채식,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영양 과잉을 걱정하는 시대에 채식 위주의 절식하는 식습관이 새로운 건강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채식은 이제 개인의 선택을 넘어 현대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ditor 강보라

 

인간의 몸은 원래 채식형?

채식이 좋은 물리적인 이유는 우리 몸의 구조가 채식동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풀을 잘게 부술 수 있도록 치아가 뭉툭하고 침에도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들어 있다. 아밀라아제는 채식동물에게서만 나오는 효소다. 또 고기를 소화시켜야 하는 육식동물의 위에 들어 있는 산의 농도는 채식동물보다 10배 이상 높다.

하지만 식물을 섭취하는 채식동물은 살균의 필요성이 적어 위산 농도가 높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람의 위산 농도는 채식동물과 비슷하다. 그렇다 보니 고기 섭취가 지나치면 제대로 살균이 되지 않아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 소장 역시 채식동물과 닮아 있다. 사람의 소장은 총길이가 7, 8m에 이르는데 이렇게 긴 소화기관은 채식동물들의 공통점이다.

고기는 지방과 단백질이 많아서 소화 속도가 느리고 섬유소가 없어서 장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육식동물은 고기를 빨리 배설할 수 있도록 소화기관의 길이가 자기 몸길이의 3배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채식동물의 소화기관은 대개 자기 몸길이의 8~12배이다. 사람의 장이 길다는 것은 우리 인체가 육식보다 채식에 더 적합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사진 = Pixabay

물론 채식이 좋다는 데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가장 큰 부분은 영양소 부족이다. 임신 기간은 물론 출산 이후에도 계속 채소만 섭취할 경우 아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암 환자의 경우 힘든 치료를 견디려면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를 섭취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다.

채식으로 과연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역설적이지만 채식은 오히려 단백질이 안정하게 섭취되도록 돕는다. 또 식물성 지방 역시 동물성 지방에 비해 소화기관에 부담을 적게 줄뿐더러 적은 양을 섭취해도 충분한 양의 지방 공급이 가능하다. 두 줌 정도의 검정콩을 넣은 밥, 서너 개의 호두와 잣을 빻아 넣은 샐러드 정도면 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채식 식단에서도 쉽고 맛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수 있다.

채식을 하면 동물성 식품에 농축된 환경호르몬이나 콜레스테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수천 가지의 파이토케미칼과 섬유소 섭취도 가능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현미, 통밀과 같은 통곡류는 하루 6~10회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정제된 곡류는 각종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 등이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정제가 덜 된 거친 곡류가 건강에는 더 좋다.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채식의 의미가 퇴색된다.

콩류는 하루 2, 3회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강낭콩, 완두콩, 대두, 얼룩콩, 흰강낭콩 등 다양한 콩을 섞어서 밥을 해먹어도 좋다. 콩은 물론 콩으로 만든 두부, 된장 등은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의 훌륭한 공급원으로 동물성 단백질보다 안전하며 양질의 지방도 공급한다.

특히 두유는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식품이다. 두유는 콜레스테롤이 없고 저지방에 각종 식물성 영양소가 풍부하다. 이 때문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 피라미드에서는 우유와 유제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두유를 하루 2회 정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채소류는 하루 4~7회 이상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조리 과정은 짧을수록 좋으며 하루에 3종류 이상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채소류는 인체에 필요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파이토케미칼, 수분을 공급해주며 소화 작용을 돕는다. 과일류는 하루 1회 이상 섭취하도록 한다. 과일에는 파이토케미칼, 비타민이 풍부하고 껍질에는 섬유소가 많다. 과일은 암을 예방해 미래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도 한다.

견과류, 종실류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하루 1, 2회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견과류, 종실류, 콩류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을 적절히 섭취하면 포만감을 주어 비만 방지, 뇌 발달, 깨끗한 피부 유지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셔야  원활한 대사 활동이 가능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음식

비인도적 축산과 동물 보호가 주목받은 서구에서는 채식주의가 이미 대중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슈바이처, 간디, 레오나르도 다빈치, 리처드 기어, 데미 무어, 브래드 피트 등 많은 유명인도 채식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는 이들은 비인도적인 축산을 잔혹행위로 보아 육식을 금한다. 특히 현대의 공장식 축산업 방식은 각종 호르몬제와 곡물사료, 항생제의 상용화로 말미암아 인체에도 큰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생태주의에 대한 신념에서 비롯된다. 고기 한 점이 사람의 입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실제 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 7kg이 필요하다. 전 세계 13억 명이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10억 마리의 소가 전체 곡식 생산량의 3분의 1을 먹어치우는 셈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에 의한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축산업의 비중이 운송업보다 높은 18%에 이른다. 채식에 따른 육류 소비 절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이 미래의 우리와 세상의 모습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 몸과 주변 환경을 살리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기에 채식만 한 게 없다. 채식은 지구를 지키는 가장 평화로운 방법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