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이제 변수가 아니고 상수'
'단단한 준비로 이겨나가야'

김희정 논설위원 (전)KBS 아나운서
김희정 논설위원 (전)KBS 아나운서

7월의 ‘코리아 고메 위크’. 한식당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음식 값을 세일하는 기간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다. 약 2주간에 불과하지만 30% 할인이라니 소확행이 아닌가? 7월에는 이왕이면 한식당을 이용해 가격 할인도 받고 식당 매출도 올려주자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참여 규모가 너무 적다.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의 식당 모두 합쳐 130여 곳에 불과하다. ‘코리아 고메 위크’ 시행 첫해인 작년에는 250개 식당이 참여했는데 오히려 줄었다. 왜 이리 참여 식당이 적을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식당에 지원하는 금액은 최대 260만원 정도, 음식이 너무 많이 팔리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단다. 이래서야 식당에 당당히 들어가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느니 하며 주문을 할 기분이 나겠는가? ‘코리아 고메 위크’니 ‘대한민국 동행세일’이니 이름은 거창하지만 형식적인 행사에 헛웃음이 나온다.

7월에는 6인 이하 모임이 자정까지 허용된다 했다. 7월이 되면 친지간 모임도 하고 10시 이후까지 맥주 한잔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시행을 불과 하루 앞두고 약속이 깨지고 말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기세에 눌려 새 거리두기 지침이 연기된 것이다. 회식 예약 전화를 받고 직원을 새로 뽑으며 연장 영업을 기다린 외식업계는 망연자실이다. 1주일간 유예라지만 그 후 어찌될지 안개속이다. 이런 혼란에 대해 탓할 곳도 없고 보상도 없다. 이제는 적자생존이다.

필자가 사는 곳은 주상복합아파트다. 역세권인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지하상가에 식당이 많다. 수제 돈까스 집, 베트남 쌀국수 집, 순대 국밥 집, 작은 일식집 등 어려운 상황에서 영업에 열심이다. 하지만 월세를 내지 못하고 문을 닫는 식당도 보인다.

점포 주인의 주머니 사정이 걱정될 정도로 오랫동안 휑하니 비어있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빈 점포 앞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게를 새로 시작하려는 게다. 이제 코로나백신 접종이 한창이고 소비가 살아날 거라는 뉴스도 들리니 새로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뚝딱뚝딱 감자탕 집 인테리어를 하고 음식냄새가 올라오기도 하더니 요즘은 손님이 북적댄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간판을 올리며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식당의 미래를 가늠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계산에 바빠 보인다. 어찌 그리 단기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감자탕 2, 3인분 포장을 주문해보았다.

식당에서 먹으면 22,000원이지만 포장하면 13000원이라고. 가격차가 파격적이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일반 감자탕 집에 비해 점포 규모가 작다보니 나름대로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양도 푸짐하고 고기도 부드러워 가족들 모두 만족한다. 이 식당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걱정이 없겠다.

맞은 편 점포에는 중식당이 생겼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저렴한 점심 특선을 자랑한다. 8000원에 탕수육, 짜장면, 볶음밥을 한꺼번에 제공한다는 것. 게다가 요일별로 메뉴가 바뀐다. 부근 직장인들의 메뉴 선정 고민을 덜어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집은 초기에 북적이던 모습에 비해 요즘은 한적하다. 왜일까? 같은 시기에 창업한 두 식당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이유는 점심 특선의 양에 있었다. 탕수육이나 깐풍기 같은 고급 요리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법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소량 제공... ‘어린이용이 아닐까?’ 싶은 작고 얕은 플라스틱 급식 판에 세 가지 요리를 주는 것이었다. 다 먹어도 포만감이 없어 스스로의 선택이 한심해지는 기분이랄까? 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탕수육과 짜장면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이 중식당에는 뜨내기로 보이는 손님이 홀로 식사하는 모습만 간간이 목격될 뿐이다. 조만간 폐업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2021년 7월, 코로나는 1년 반 가까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그간의 봉쇄 조치를 아예 풀어버렸다.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던 싱가포르가 여행과 모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일상 복귀를 선언한 것은 코로나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와 공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소급 적용이 빠진 ‘코로나 손실보상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빠른 보상을 위해 우선 통과시키고 지속적으로 제도 보완을 고민하겠단다. 이제 코로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상황이다. 늘 그래왔지만 ‘적자생존’이다.

변화에 적응한 식당은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을 더 올리기도 하고 적응하지 못한 식당은 패자가 되어 물러날 뿐이다. 7월, 2021년 하반기가 시작됐다. 코로나로 울기보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더욱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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