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어르신들에게 무료 식사 대접하는 '명가원설농탕' 이훈 · 백혜미 대표

[음식과 사람 2016-11 P.60 Volunteer]

 

세상살이가 날로 흉흉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이웃에게 힘이 되어주는 나눔 천사들이 많다. 그것은 때로 바이러스처럼 주변에 전염되기도 하고 대물림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 아버지가 지켜온 진한 ‘설농탕’ 맛과 남몰래 해오신 나눔 봉사를 물려받아 대를 이어가고 있는 ‘명가원설농탕’ 이훈(35)·백혜미(35) 부부.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눔을 꿈꾼다.

 

editor. 조윤서 photo. 이상윤

 

 

설렁탕이 아닌 진한 사골 맛 ‘설농탕’

“왜 설렁탕이 아니라 ‘설농탕’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세요. 명가원이라는 이름 뒤에 ‘설농탕’을 붙인 이유는, 좋은 양지만을 엄선해 넣은 부드럽고 진한 사골국이라는 걸 부각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일산에서 처음 명가원을 운영하셨던 아버지 대부터 이어져오는 전통이죠. 이곳 화곡점은 2001년에 새로 오픈했는데, 수도권 소재 14개 지점 중 부동의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저는 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어요.”(이훈 대표)

넓은 대로변에 위치한 데다 차량 10여 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 세련된 외관과 밝은 실내 인테리어는 15년 전 터를 잡았던 그때 그대로라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명가원설농탕’이라는 옥호 옆에 붙은 ‘행복 공간’이라는 슬로건에서 쥔장의 서비스 마인드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설렁탕, 갈비탕, 도가니탕, 수육, 갈비찜, 냉면 등을 1년 365일 어느 때고 먹을 수 있도록 ‘24시간 365일’ 문을 여는 곳이기도 하다.

 

 

명절, 연휴를 불문하고 항상 똑같은 품질의 음식을 내놓자는 것이 이곳의 모토이기도 한데, 얼마 전 배추 한 포기에 1만 원을 호가할 때도 손님상에 제대로 된 김치를 올렸다.

“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는 것이 제 경영 철학이에요. 열 살 된 아들과 여섯 살 된 딸이 설렁탕에 깍두기 먹는 걸 제일 좋아해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음식 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가장 큰 실력은 변함없는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매일 주방에서 음식의 간을 보고 하루 한 번은 손님들처럼 메뉴를 골라 먹어봅니다.”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은지라 맛있는 음식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푸짐하게 먹었다는 소리를 듣는 게 가장 좋단다. 화곡점의 넘버1 인기 메뉴는 ‘설농탕’이지만, 경영주로서 살짝 귀띔하자면 가성비 최고의 메뉴는 ‘이 정도로 많이 주는 데가 없을’ 갈비탕이라고. 잘 팔리니 재료의 순환이 빨라 매일매일 신선한 갈비탕을 양껏 대접할 수 있다. 매생이갈비탕, 낙지갈비탕 등의 메뉴는 젊은 취향을 겨냥해 이훈 대표가 새로 개발한 것이다.

 

우연히 알게 된 아버지의 선행,

맛도 나눔도 대를 잇는다

명가원설농탕이 이처럼 아버지 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된 데에는 부인 백혜미 씨와 함께했던 노력이 뒷받침되었다. 뉴질랜드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던 시절 만난 두 사람은 부부의 인연으로 발전했고, 귀국 후 자녀를 키우면서 명가원을 성장시켜가고 있다. 하지만 이훈 대표가 꼽는 더 아름다운 성공의 이유는 ‘나눔’이었다.

“제가 명가원을 맡은 초기에 우연히 아버지의 선행에 대해 듣게 되었어요. 납품업체 사장님들께서 평소 아버지가 남몰래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많이 도와주셨다고 하시더군요. 전혀 몰랐던 일이었어요.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커지면서 저도 그 뜻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생각을 처음 실행에 옮긴 게 2014년 어버이날이었어요.

 

명가원을 찾으시는 65세 이상 노인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해드렸죠. 태어나서 고맙다는 말을 그날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300인 분이 넘는 식사를 준비하느라 직원들은 힘들어하고, 일반 손님들은 ‘의외로’ 욕도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어르신들이 나중에 자녀들과 다시 오셨고 얼마 후 한 달 매출이 두 배로 늘었어요.”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 이 대표 부부는 매월 동주민센터와 연계해 관내 홀몸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하실 수 있도록 쿠폰을 발행했다. 혹시라도 창피해하실까봐 쿠폰은 식사 후 나가실 때 받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렇게 발행하는 쿠폰은 이훈 대표가 관여하는 화곡점, 강서구청점, 수지점에서 각각 20개씩 매달 60개 정도다.

“쿠폰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데 의외의 결과가 있었어요. 통계를 내보니까 쿠폰 회수율이 한 달에 50%가 안 되는 거예요. 편찮으시거나 기타 여러 이유로 명가원에 오지 못하는 분들이 계신 거죠. 그래서 생각한 게 ‘명가원 상품권’이에요. 백화점 상품권처럼 금액이 적혀 있어서 돈처럼 쓸 수 있으니 부담 없이 아무 때나 오셔서 식사하고 가실 수 있겠다 싶었죠.”

베풀면 돌아온다는 인생의 진리는 젊은 부부에게 또 다른 나눔을 실천하도록 동기부여를 했다. 무료 쿠폰 발행과 별도로 좀 더 적극적으로 수혜자를 찾기 시작했고, 이웃에게 물어물어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방문했다.

“처음에는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마침 좋은 일 하시는 동네 택시기사님이 계셔서 함께 쌀과 설렁탕을 들고 찾아뵈었죠.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님이 혼자 방에 계시다가 어찌나 좋아하시던지요. 정기적으로 방문해주던 학생이 외국으로 가는 바람에 찾는 사람이 그마저도 없었다고 하시면서 제 손을 잡고 놓지를 않으셨어요.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면서 우리 사회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너무도 많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부인 백혜미 씨 역시 그런 남편과 함께하는 나눔의 시간들이 값지다.

“처음에는 몸이 힘드니까 불평도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존경받는 엄마 아빠가 되고 싶다는 욕심과,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좋은 일은 알리고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겨울에는 아이들과 함께 봉사할 생각이에요.”

부부는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나눔의 현장에 뛰어들었고, 지혜롭게 봉사하는 법을 터득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찾을 것이고,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 봉사는 계속할 생각이다.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은 그들의 얼굴에 젊은 산타클로스의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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