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익준의  ‘성공을 부르는 음식점 인테리어’

[음식과사람 2022.07. P.48-51 Interior]

음식점 조명 ⓒPixabay
음식점 조명 ⓒPixabay

editor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빛은 생각보다 음식점의 공간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전자파의 일종인 빛은 사물에 반사되고 인간의 눈을 거쳐 전기신호로 변환돼 뇌로 전달되고 뇌의 깊숙한 곳에 기억된다. 빛에 대한 인간의 기억은 감정(느낌)의 원료가 된다. 고객들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당신의 음식점을 발견했다는 것은 그들이 음식점의 로고나 간판, 파사드나 인테리어에 반사된 빛을 보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것을 말한다.

즉 과거에 그들이 경험했던 빛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뇌가 어떤 가설을 세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빛으로 말미암아 브랜드에 대한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이 음식점 브랜드가 의도했든 안 했든 관계없이 빛으로 인해 고객들의 머릿속에 브랜드가 포지셔닝(Positioning)되는 과정이다.

인간의 뇌에서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는 해마이고,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는 편도체다. 두 부위는 굵은 신경섬유 다발로 서로 연결돼 있다. 브랜드에 대한 시각적 기억과 소리, 냄새 등의 다양한 감각적 정보는 뇌에서 맥락이라는 고도로 추상화된 신호로 통합되고 브랜드와 관련한 맥락적 기억으로 기록된다. 기억과 감정은 서로 연결돼 있고 빛은 기억과 감정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다. 무엇인가를 보았을 때 인간은 빛의 속도로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느낀다. 그런 감정 때문에 인간은 비로소 브랜드 선택 행동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인테리어를 할 때 빛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빛으로 인한 불쾌한 분위기를 없애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1. 빛에 의한 불쾌한 눈부심, 글레어 현상을 없애자

음식점과 상점의 이상적 조명 환경은 직접조명과 간접조명이 잘 조화된 환경이지만 많은 점포들은 빛을 잘못 이용하고 있다. 고객들이 왠지 모르게 불쾌하게 느끼거나 조화롭지 않게 느끼는 음식점이나 상점들은 대개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경영자들은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고객들에게 어떤 감정을 유발하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상업공간에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빛의 문제 중 가장 흔한 것은 눈부심(Glare)이다. 눈부심은 빛에 의해 발생한다. 노출된 광원(光源)이나 빛을 받은 매장의 바닥, 벽, 유리, 테이블 등의 높은 밝기(輝度) 차이와 획일적인 조명 배치가 글레어 현상의 주된 원인이다. 아래의 복도 이미지처럼 매장의 벽이나 바닥, 테이블 같은 부위에 무심코 고광택 소재를 사용하면서 너무 밝은 조명을 비춰줄 때 불쾌한 공간 이미지가 생겨난다.

너무 밝은 색 소재를 너무 강한 빛으로 비춰줘도 어두운 주변과 대비가 발생하면서 고객들의 눈엔 지나치게 밝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불쾌한 빛의 눈부심, 글레어 현상을 예방하려면 매장을 계획할 때부터 강렬한 조명(다운라이트, 스포트라이트, 펜던트라이트)이 비춰지는 부위의 인테리어 소재를 반사가 덜한 것으로 바꿔주거나 광속(光束, 전구에서 나오는 모든 빛의 양)이 낮은 램프를 사용하면 된다(사진 2).

2. 빛에 의한 낙서, 스캘럽 현상을 없애자

스캘럽(Scallop)은 가리비 껍데기나 박쥐의 날개처럼 빛이 비춰지는 벽면에 불쾌한 반원형 빛의 궤적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벽면을 빛으로 쓸어내려 공간의 밝기 대비를 줄이는 월워셔(Wall Washer) 조명을 연출할 때 적절치 않은 조명기구나 조명 방식 때문에 이런 생각하지 못한 스캘럽 현상이 발생한다. 실수로 발생한 이런 빛의 궤적을 없애기 위해선 월워셔 전용 램프를 사용하면 된다. 조명을 설치하기 전에 현장에서 모의실험을 하거나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 제작과 실험, 램프가 비춰지는 방향의 초점 조절(Aiming)을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 램프의 광속을 낮추거나 확산형 램프로 바꾸는 것, 코니스 같은 벽면을 빛으로 쓸어내리는 간접조명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 문 닫은 가게처럼 만드는 빛의 되먹임 현상을 없애자

많은 음식점들에서 겪고 있는 문제가 바로 빛의 되먹임 현상이다. 낮 시간에 많은 가게들이 실내보다 훨씬 밝은 자연광으로 가게의 윈도가  흑경(Black Mirror)처럼 변하는 빛의 되먹임이 발생해 마치 문 닫은 가게처럼 보이게 된다. 밤 시간엔 반대로 어두운 길거리보다 실내가 밝은 역전 현상이 발생해서 빛의 되먹임 현상이 실내에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불쾌한 빛의 되먹임 현상을 없애거나 적어도 감소시키려면 외부와 내부의 밝기감(휘도)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낮엔 매장 안쪽의 벽이나 기둥(수직면), 테이블 상판을 비추는 램프의 광속을 밤 시간보다 훨씬 강하게 올려줘야 한다. 주간이나 야간, 흐린 날의 램프 광속을 자유자재로 높이거나 낮추기 위해선 밝기 조절이 가능한 램프와 조광기(Dimmer)를 설치하면 된다. 낮 시간에 빛의 되먹임 현상이 발생하는 음식점은 방향성이 강한 다운라이트나 펜던트라이트를 설치해 창가에 있는 테이블의 수평면 조도를 높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조명으로 외부와 내부의 밝기감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벽면을 밝은 색으로 바꾸고 밝은 색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밤 시간에 빛의 되먹임이 실내에서 발생하는 음식점들도 해결 방법은 있다. 가게 앞쪽을 조명하여 외부와 내부의 밝기 차이를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실내의 램프 조도나 광속을 낮춰 빛의 되먹임이 감소되도록 하면서 램프와 조명기구가 숨겨지도록 해야 한다. 테이블이나 바닥 같은 부위에 가급적 정반사 특성을 갖는 마감재(유리, 대리석, 고광택 소재)를 사용하지 않아야 빛의 되먹임으로 생기는 시각적 산만함과 불쾌감을 줄일 수 있다. 천장이나 벽체의 간접조명도 처음부터 빛의 되먹임 현상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여 디자인한다면 오히려 아름다운 빛의 되먹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4. 너무 많은 자연광으로 인한 인공광의 부조화를 줄이자

낮에 넓은 윈도를 통해 풍부한 자연광이 실내 깊숙이 비춰지는 음식점들도 고민은 있다. 너무나 밝은 자연광이 실내조명의 효과를 감소시키고 밝은 외부에 비해 실내가 상대적으로 어둡게 느껴지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점들은 넓게 트인 통유리를 통해 멋진 전망이 확보되며 기분 좋은 밝기감과 상쾌함이 느껴지고 외부와 시선이 연결되면서 집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객석과 상품 쇼케이스 같은 곳에 깊고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고 천장도 어두워지며 빛의 과다한 대비가 발생한다. 사람들의 표정이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강한 인상을 띠게 되는 것도 단점이다. 자연광과 인공광의 부조화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천장에 조명을 더 설치해 바닥면의 조도만 높이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천장에 다운라이트를 설치하더라도 테이블이나 가구를 중심으로 초점을 맞춰서 비춰줘야 한다. 천장이 높은 음식점이라면 기둥 중간에 투광기를 설치해 자연광으로 어두워진 천장을 비추면 천장이 반사판 역할을 해서 실내가 밝아지게 된다. 이러한 간접 확산 조명은 야간에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빛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천장을 밝히기 위해서 확산광의 일종인 슈퍼앰비언트 라이트나 광천장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광으로 음영이 발생한 수평면엔 강한 국부 조명(다운라이트, 스포트라이트, 펜던트라이트)를 설치해서 비추면 테이블이나 쇼케이스, 오브제 등에 밝기감이 확보되고 대화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생긴 음영도 많이 완화해줄 것이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윈도 반대쪽 벽면에도 조명을 설치해 수직면을 밝혀주면 공간의 심리적 깊이감과 밝기감이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외부 쪽에 강한 자연광을 막아줄 천막이나 캐노피(Canopy)를 설치하는 것도 과다한 자연광 유입으로 발생하는 실내 인공광과의 부조화를 막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5. 천편일률적 조명의 획일적이고 지루한 느낌을 없애자

지루하게 느껴지는 음식점은 밝기의 대비가 별로 없는 음식점이다. 점포 구석구석을 균일한 밝기로 조명할 때 그런 밋밋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밝기 대비로 나타나는 공간 속 사물들 간의 위계가 없으면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이 구분되지 않아 고객의 시선이 분산되고 불안정해진다. 산만한 시선은 고객들이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기 어려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낸다.

밝기 대비가 없는 음식점들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조명을 이용해 천장, 벽, 바닥, 사물에 명암에 의한 빛의 대비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적정한 밝기의 전반 조명과 그보다 더 밝은 국부 조명을 대비시켜야만 공간 속 사물들 간에 위계가 만들어진다. 비로소 고객들은 음식점의 상품과 서비스에 시선을 멈추거나 자신이 이동해야 할 곳을 찾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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