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해의 음식이야기

[음식과사람 2022.07. P.60 Green Report]

표고버섯 ⓒPixabay
표고버섯 ⓒPixabay

editor 황광해 음식평론가

테루아(terroir)란 프랑스어로 토양, 땅, 땅의 성질 등을 이르는 말에서 출발했다. 와인의 테루아는 와인과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가 ‘자란 땅’이라는 뜻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땅이라고 하지만, 매년 달라지는 기후, 토양의 성분, 밭의 기울기, 물 빠짐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한다. 더하여 포도가 자란 곳의 기온, 습도, 바람, 일조량 등 모든 환경 요소를 포함해 테루아라고 일컫는다.

지난 5월 강원 인제에 있는 필자의 사무실에 손님이 왔다. 자연산 산나물이 한창 좋은 계절이었다. 늘 제철 자연산 산나물 밥상을 잘 내놓는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미각이 정확한 이들이어서 식사 도중 자연스레 산나물의 맛과 향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이게 모두 자연산 산나물이며 지금이 아니면 보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일행 중 한 사람이 불쑥 “그러면 산나물에도 테루아가 있다는 말씀이네요”라고 묻는다.

이날 산나물 테루아가 느닷없이 대화의 주제가 된 것은 바로 표고버섯 때문이었다. 표고는 널리 쓰이는 식재료다. 누구나 쉽게 접하니 “나는 표고를 잘 안다”라고 생각한다. 정식 명칭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가 흔히 시중에서 접하는 표고는 이른바 ‘배지(培地) 표고’다. 배지는 배양지(培養地)에서 나온 말로 알고 있다. 배지, 배양지엔 모두 ‘땅 지(地)’자가 들어가 있지만 사실 배지 표고는 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배양 판에 포자를 심고, 건물 안에서 수분, 영양분 등을 공급해 키우는 형태다. 표고를 키우는 판을 배양판이라고 부른다. 무게가 가볍다. 연세 든 분들도 옮기기 좋다. 크기가 고르고, 보기에도 좋다.

원래 표고는 참나무 원목에서 기르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표고를 참나무에서 기르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만나는 표고는 대부분 배지 표고다. 원목 표고는 길게 자른 참나무 등걸에 포자를 심고 일정 기간 잘 관리해서 표고를 재배하는 방식이다. 품도 많이 들고, 관리도 까다롭고 힘들다. 모양도 고르지 않다.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니 원목 관리도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원목 표고 대신 배지 표고가 성행한 이유다. 가격은 당연히 배지 표고가 싸다. 덕분에 우리는 표고를 싼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다.

원목 표고는 봄철, 가을철에 걸쳐 두 번 수확한다.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것과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 다르다. 말린 것과 수분이 있는 것의 맛도 다르다. 그해의 온도, 습도, 바람, 땅에 따라 품질은 당연히 다르다. 배지와 원목의 차이는 크다. 당연히 표고에도 테루아가 있다. 생산성을 따지면 배지 표고가 월등하다. 모양도 예쁘고 단정하다. 일 년 내내 생산 가능하니 매출도 높다. 원목 표고는 생산지의 테루아와 연관이 있다. 다만 배지 표고는 땅에서 기르는 게 아니니 테루아와 연결 지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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