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음식이야기

[음식과사람 2022.07. P.77 Easy Talk]

배달음식이 포장된 용기 ⓒ한국외식신문
배달음식이 포장된 용기 ⓒ한국외식신문

editor 박태균

요즘을 필환경(必環境) 시대라고들 한다. 이제 친환경 정도론 부족하고, 환경에 관한 관심과 배려가 필수적이란 의미다. 식품업계에도 이미 친환경 용기 열풍이 불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를 많이 쓰는 외식업계도 친환경이란 용어에 주목할 시기가 됐다.

플라스틱은 외식업계에서 식품 용기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다. 소비자는 뭉뚱그려 그냥 플라스틱이라고 부르지만, 플라스틱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중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인 비스페놀A(BPA)와 프탈레이트가 든 플라스틱은 폴리카보네이트(PC), 염화비닐수지(PVC)뿐이다.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환경호르몬을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면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흘러나와 자녀에게 성조숙증,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을 일으킨다고 의심한다. 최근엔 일부 밥통에서 밥 짓는 냄새와 함께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환경호르몬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물질이 아닌, 산업 활동을 통해 생성된 화학물질을 가리킨다. 체내에 유입됐을 때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하여 환경호르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상적인 호르몬이 체내에서 생성되거나 이동하는 것을 방해해 내분비계를 교란한다.

밥솥의 환경호르몬 유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까맣게 불소수지 코팅된 내솥이다. 불소수지는 탄소와 불소로 이뤄진 합성수지(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밥알이 잘 눌어붙지 않아 내솥 소재로 널리 쓰인다. 불소수지 코팅한 내솥을 고온 가열하면 과불화합물(PFOA)과 같은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전기밥솥을 고를 땐 내솥에 어떤 소재가 사용됐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되도록 화학적으로 코팅한 제품은 피하고, 무쇠·스테인리스 등 환경호르몬과 무관한 소재로 만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의 해악에 대해선 ‘우려할 만하다’는 쪽과 ‘침소봉대됐다’는 쪽으로 학계 의견이 갈려 있다. 환경호르몬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 만큼 외식업계도 플라스틱 용기(특히 PC, PVC)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최근엔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재활용률이 높다는 알루미늄 소재 용기가 친환경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지만, 알루미늄 용기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있다. 노인성 치매, 파킨슨병 등이 알루미늄 노출량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어서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루미늄 섭취와 알츠하이머병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식당용 등 주방 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95%는 폴리프로필렌(PP)이다. PP는 세계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미래의 자원’이라고 칭송할 만큼 환경호르몬과는 무관한 재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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