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음식이야기

[음식과사람 2022.08. P.73 Easy Talk]

소금 ⓒPixabay
소금 ⓒPixabay

editor 박태균 

무슨 연유든 한번 나쁜 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면 명예 회복이 힘들다. 먹거리 안전과 관련한 인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거에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 있다가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해가 없다고 판명된 MSG가 대표적인 예다.

MSG가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1968년에 처음 나왔다. 중국계 미국인 의사가 그해 미국의 권위 있는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중국음식점에 다녀오면 약 15분 뒤부터 목덜미가 뻐근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몸이 쇠약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게 발단이었다. 편지에서 중국음식점 증후군의 원인을 ①간장 ②포도주 ③과량의 소금 ④MSG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대중의 머릿속엔 ‘MSG가 중국음식점 증후군을 일으킨다’는 믿음이 심어졌다. 그러나 그 후 진행된 대부분의 과학적 연구에선 MSG와 중국음식점 증후군에 관련성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유럽의 식품과학위원회(SCF)는 1991년 중국음식점 증후군은 글루탐산(MSG의 주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다른 음식을 섭취한 뒤에도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MSG가 중국음식점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타당성이 없다는 게 호주 식품표준국이 2003년에 내린 결론이다.

MSG는 널리 사용되는 조미료의 주성분이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에 나트륨 한 개가 붙어 있는 ‘Mono Sodium Glutamate’의 약칭이다. 글루탐산은 인체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천연 식품에도 들어 있다. 다시마 100g당 글루탐산 함량은 3200㎎, 파르메산 치즈는 1200㎎, 버섯은 140㎎, 토마토는 140㎎, 옥수수는 133㎎, 닭고기는 44㎎, 쇠고기는 33㎎이다.

MSG는 중국음식점 증후군 외에도 천식ㆍ비염 등 알레르기 유발, 뇌 손상, 발암 등 각종 안전성 논란의 대상이었다. 1995년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글루탐산과 MSG는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공식 입장도 FDA와 비슷하다.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MSG를 안전한 조미료로 인정한다.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에선 ‘MSG 무첨가’ 표시가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표기를 금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소비자의 MSG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MSG 무첨가’는 건강에 좋고, ‘MSG 첨가’는 건강에 나쁘다는 막연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MSG는 세계 유명 식품안전기관과 우리 정부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제품이다. 막연히 우려하거나 금기 식품 리스트에 올리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 외식업계도 MSG 사용에 더 당당할 필요가 있다. 음식에 MSG를 넣더라도 고객의 건강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MSG엔 혈압을 올리는 나트륨 성분이 들어 있고, 식욕을 높여 자칫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사용ㆍ섭취한다’는 원칙만 세워 놓으면 충분할 것 같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