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해의 음식이야기

[음식과살마 2022.08. P.78 Green Report]

인기 음식점 요리 ⓒFreepik
인기 음식점 요리 ⓒFreepik

editor 황광해 음식평론가

#1 ‘공자님 가라사대’와 국민소득 1000달러 시대

이런 시대에 공자님 말씀을 이야기하면 그야말로 ‘꼰대’이자 ‘라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들었던 공자님 말씀을 전한다(?). 어른들이 흔히 하셨던 말이 “공자도 시대를 따른다”였다. 어쩔 수 없이, 편의상 일을 처리하면서 “공자도 시대가 바뀌면”이라고 하셨다. 결론은, 공자님도 시대가 바뀌면 변신을 하셨다는 말씀이다.

식당들은 1980년대에 급격히 늘어났다. 1980년대는 우리나라에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대기업과 재벌 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시대다. 1980년대 후반엔 ‘마이카족’들이 막 생기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의 국민소득은 1500달러 수준이었다. 1990년대 국민소득은 약 1만 달러였다.

한국은 약 10년 동안 국민소득이 7배쯤 증가하는 시대를 겪었다. 물론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경제성장이었다. 식당들은 이 무렵 급격히 성장하고 양적으로도 팽창했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2 두 번의 중국 도움, 운도 좋았다

1992년 한국은 중국과 수교했다. 임금이 낮은 중국 조선족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한편 가격이 낮은 식자재가 대량 유입됐다. 인건비가 낮아지고 싼 가격의 음식 재료 구매가 가능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까지 국민소득은 약 25배 증가했다. 음식값은 3배 정도 올랐다.

3000원짜리 국밥이 1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아직 6000원, 8000원짜리 국밥도 많다). 수입산 식자재가 흔해지면서 음식값을 올리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다.

#3 조리형 주방과 조립형 주방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은 “일본의 거리 식당들이 음식값도 싸고 맛도 있고 위생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식품 산업이 넓고 깊게 발전한 나라다. 일본의 거리 식당들은 일찍부터 ‘조립형 음식’을 내놓았다.

삶은 우동 면과 공장에서 만든 육수(우동 국물)를 식당에서 간단히 ‘조립’해서 내놓는 식이다. 우리처럼 육수를 식당마다 따로 끓이고, 칼국수를 썰어서 새로 삶아내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식당 인력도 많지 않고 공장에서 배달하는 식자재도 싸다. 인건비, 자재 모두 싸다. 당연히 낮은 음식값이 가능하다.

#4 반찬 그리고 다시 공자님 말씀

한식은 ‘무료로 내놓는 반찬’들이 어렵고도 어렵다. 안 줄 수도 없고, 주자니 재료비용과 투입 인건비가 너무 높다. 강원도 인제에서 산나물 공부를 하면서 산나물과 그 유통 구조도 늘 쳐다본다. 산지에서 미리 다듬고, 적절한 양념까지 챙겨서 보내는 방법도 시도해보고 있다.

산나물을 다듬고 만질 인력은 어차피 부족하다. 이제 우리도 일본처럼 냉동·냉장 유통도 충분히 가능하다. 밀키트, 새벽 배송이 가능한 나라다.

시대를 따르자. 인력 수급? 어차피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시간당 1만5000원을 준다 해도 알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공자님도 시대를 따른다. 외식업체들, 이제 시대를 따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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