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사람 2022.08.79. Uncut News]

법률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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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태완 서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근 20대 남성이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학교폭력 가해자를 찾아가 그의 턱뼈를 부쉈고, 체포된 뒤 실형을 선고받았다. 층간 소음에 시달린 주민이 위층 이웃을 찾아가 폭행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더불어 ‘사적 복수’ 옹호 현상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 성범죄자의 집을 찾아가 폭행한 남성을 전화와 기사 댓글 등으로 응원하는 사례가 자주 보도된다. 흉악범을 응징한 시민에게 박수를 보내는 여론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에게 직접 보복하는 ‘사적 복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사적 복수법’은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동해보복형(同害報復刑)’에서 유래한다. 함무라비법전 제196조는 “만약 누군가 다른 사람의 눈을 해치면 그의 눈도 해친다”, 제197조는 “남의 뼈를 부러뜨리면 그 사람의 뼈도 부러뜨린다”라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 ‘복수법’이 국가의 공식 법령으로서 사적 복수를 규정했다.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고려 광종의 공포정치와 숙청으로 호족들의 피해가 매우 컸다. 경종이 즉위하자 호족 왕선(王詵) 일파가 복수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경종이 이를 받아들여 975년 복수법을 제정했다.

복수법이 시행되면서 누구나 원한을 가진 상대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게 됐다. 복수의 범위가 지정되지 않아 길거리에서 사람을 때려 죽여도 복수라고만 하면 문제되지 않았다. 곳곳에서 복수를 빙자한 살인이 횡행했다.

976년엔 집정 왕선이 복수를 빙자해 태조 왕건의 아들이자 경종의 삼촌뻘인 효성태자와 원녕태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을 받은 경종은 심각성을 깨닫고 왕선을 파직시켜 귀양 보냈다. 또 복수법을 악용한 살인범들을 처벌했고 복수법도 즉시 폐지했다. 공식 기록은 없으나, 전국적으로 자행된 광기의 복수극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고려시대 흑역사인 복수법처럼, 국가 차원에서 사적 제재를 허용하거나 방치하면 참혹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적 제재는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움직이는 법치주의와 합의를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반한다.

법치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개인 마음대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인권 상실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사적 복수나 제재가 횡행하면 사회 질서가 붕괴되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적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도 정의로운 복수, 정당한 복수만을 관장한다.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는 “법관들은 벌을 주는 것이지, 복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현명한 재판관만이 정의와 자비로움 사이의 균형을 맞출 줄 안다”고 설파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법치주의,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숙의민주주의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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