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한 해를 바라는 지구촌 새해맞이 음식문화

[음식과 사람 2017-1 P.56 Food & Story]

 

새해가 되면 우리나라는 무병장수와 재복을 기원하며 떡국을 먹는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새해맞이 음식을 먹는 문화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마다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자랑하는 세계 각국의 새해 음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editor. 이선희

 

복을 상징하는 재료로 만드는 ‘아시아’의 새해 음식

중국은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복(福)의 의미를 담은 물만두 ‘자오츠(餃子)’가 대표 새해맞이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얇게 민 만두피에 땅콩(가족운), 대추(자식운), 두부와 배추(무사고), 찹쌀떡(승진운), 국수(장수) 등 상징적인 재료를 담아 속을 채워 반달 모양으로 빚는다.

새해의 시작인 12월 31일 밤 12시부터 자오츠를 먹는데, 교차점을 뜻하는 ‘자오츠(交子)와 발음이 같아서 생긴 풍습이다. 이 밖에도 중국 떡인 ‘니엔카오’, 고기가 들어간 찐빵인 ‘만터우’ 등을 먹기도 한다.

▲ 중국의 새해맞이 음식 자오츠 / 이미지 = Pixabay

양력설을 지내는 일본에선 설날에 특별한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설 연휴 전에 만들어놓은 ‘오세치’를 먹는다. 3~5단 찬합에 검은콩(복), 멸치(풍작), 새우(장수), 연근(지혜), 밤(재운), 청어 알(자손 번성), 다시마(행운) 등의 재료를 달짝지근하게 졸여서 보기 좋게 담은 것이다. 쉽게 상하는 음식이 아니기에 연휴 내내 끼니때마다 먹는다.

베트남에서는 새해가 되면 찹쌀 속에 돼지고기와 녹두를 넣은 후 대나무 잎이나 바나나 잎으로 싸서 찌는 요리인 ‘바인 쯩’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하다. 나쁜 기운과 잡기를 없애고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바인 쯩을 나눠 먹는다.

스리랑카에서는 순수한 하얀색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키리바트’를 먹는다. 키리는 우유, 바트는 밥이라는 뜻으로 얼핏 보면 우리나라 백설기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맛은 다르다. 쌀가루에 코코넛 밀크를 넣어서 달콤한 우유 맛이 난다. 끓여서 죽처럼 먹거나 네모 모양으로 잘라서 떡처럼 먹는다. 키리바트를 만들면서 한 해의 길흉을 점쳐보기도 하는데, 우유가 끓어 넘치면 새해에 행복이 가득하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란을 비롯해 이슬람권 나라에서 새해는 1월 1일이 아니라 3월 20일이나 21일을 기준으로 시작된다. 새해를 맞아 페르시아어 S로 시작하는 일곱 가지 요소들로 ‘하프트 신’이라는 상을 차린다. 보리, 사과, 연꽃열매, 마늘, 식초, 밀로 만든 푸딩, 오디가 올라가며 부활, 사랑, 인내, 건강 등을 상징한다.

 

재미있는 풍습과 함께하는 ‘유럽’의 새해 음식

음식 하면 빼놓을 없는 나라 프랑스. 아기 예수 탄생과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로 왕들의 케이크라 불리는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다. 이 빵을 반죽할 때 작은 사기 인형을 넣고 함께 굽는데, 먹을 때 이를 발견한 사람이 하루 동안 왕이 돼 왕관을 쓰는 등 특별한 대접을 받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다.

▲ 왕들의 케이크 갈레트 데 루아 / 이미지 = Pixabay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새해 풍습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의 전통 케이크 ‘바실로피타’와 불가리아의 ‘포카치아’에도 동전을 넣어 이것을 찾는 사람이 1년 동안 행운을 갖게 된다고 믿는다.

이탈리아의 새해 음식으로는 돼지 족발로 만든 소시지에 렌틸 콩을 곁들어 먹는 ‘코테치노 콘 렌티체’를 꼽을 수 있다. 족발은 한 해의 풍요로움을, 렌틸 콩은 행운과 새해의 번영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새해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영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매일 디저트로 ‘민스파이’를 먹는다. 12일간 한 개씩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깃든다고 믿기 때문. 영국의 십자군들이 중동에서 돌아올 때 가지고 온 음식에서 유래됐다. 예전에는 다진 고기를 속 재료로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말린 과일, 견과류 등을 넣는다.

네덜란드의 새해는 길거리 곳곳에서 풍기는 ‘올리볼렌’을 튀기는 냄새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리볼렌은 밀가루 반죽에 말린 과일을 넣은 후 작고 동그란 모양으로 튀긴 달달한 도넛이다. 와인이나 샴페인을 나눠 마신 후 올리볼렌을 먹으며 새해를 축하하고 행운을 빌어준다.

 

평범한 음식과 함께하는 ‘아메리카’의 새해 식탁

미국 남부 지역의 새해 식탁에는 ‘호핑존’이 오른다. 과거 남북전쟁으로 폐허가 된 남부 지방에서 유래됐다. 가난한 노예들이 당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순무 이파리와 가축 사료인 동부 콩을 넣고 끓인 음식이 오늘날 호핑존이 된 것이다.

검은콩과 쌀, 베이컨, 푸른 채소 등을 끓여 익힌 다음 모두 섞어 볶아주면 완성된다. 지독한 가난에서 유래된 탓인지 들어가는 식재료에는 유독 부를 상징하는 것이 많다.

콩은 동전을, 푸른 채소는 지폐를 의미하며, 둘 중 하나는 꼭 들어가야 하는 필수 재료로 꼽힌다. 간혹 진짜로 동전을 넣는 경우도 있는데, 먹다가 발견한 사람에게 1년 내내 행운이 함께할 것이라 생각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새해를 알리는 자정 시계탑 소리가 울리면 미리 준비해둔 포도 열두 알을 먹으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포도 알은 1년, 즉 열두 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매 알마다 소원을 빌고 난 후 먹는다. 유럽의 스페인에도 같은 풍습이 있다. 새해에는 열두 달 내내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포도 열두 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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