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혁의 음식 이야기

[음식과사람 2023.07. P.76-79 Food  Essay]

발간색 표지의 미쉐린가이드북 ⓒ미쉐린가이드 서울
발간색 표지의 미쉐린가이드북 ⓒ미쉐린가이드 서울

editor 윤동혁

미쉐린의 별이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눈부시다. 오래 전부터 소문은 자자했다. 미국 뉴욕의 한국식당 어디가 별을 받았다더라, 도쿄에서 별을 단 어느 횟집은 손님 열 명 받으면 끝이라더라 등등. 음식문화 피디라고 하는 나도 가본 적 없으니 그 별은 높이 떠 있는 게 틀림없다.

얼마 전 부산에서 뜬 별이 가장 따끈따끈하다. 부산시장님과 부산관광공사 사장님이 별맞이를 했으니 계급이 높은 별이다. 부산에 별을 달아준, 식당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그 별의 지적소유권자는 미쉐린이다. 그렇다. 미쉐린 타이어… 그 회사다. 타이어 제작 회사가 창출해낸 어마어마한 문화 권력이다.

1900년에 미쉐린 타이어는 자동차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호텔 정보 안내를 시작하기로 했다. 정보 안내? 맛집을 소개하면 사람들이 찾아갈 것이고, 자동차 타고 가면 타이어가 마모될 것이고…. 미쉐린 가이드의 맨 뒤엔 타이어 교체라는 상술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평가원들은 레스토랑과 호텔을 여러 차례 (신분을 감추고) 방문해 맛을 기준으로 별을 달아주는데 3개가 최고, 그 이상은 없다. 별 하나는 훌륭한 요리에, 별 두 개는 훌륭해서 멀리 찾아갈 만한 요리에, 별 세 개는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에 수여한다.

우리는 K-컬처에 힘입어, 또는 그 오래전부터 꾸준히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으므로 K-한식이 꽤 그럴듯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기준으로는 매우 아래에 놓여 있다.

123년 역사에다 전 세계 40개 지역에서 발간하는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판을 낸 것이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았고 부산은 이제 ‘겨우’ 가이드에 수록되는 ‘자격’을 받았을 뿐이다. 내년 2월이 돼야 서울&부산편에서 새롭게 선정된 지역 레스토랑이 공개되는 것이다. 몇 집이나 될지, 별 3개짜리가 나올는지 알 수 없지만.

프랑스의 요리 국가명장이며 미쉐린 별 소유자인 에릭 브리파(르 코르동 블루 파리 분교장) 씨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요리가 쇼 비즈니스로 변해가고 있으며 가짜 셰프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요리의 장인은 오직 요리를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삶까지 희생한 사람들이다.”

지금 한국에서 단 한 사람, 미쉐린 3스타인 안성재 셰프는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회의를 늘 넘어서서 일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에다 늘 하나 얹어놓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음식의 정체성이었고 할머니의 개성약과가 중심에 있었다고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식당을 연 후 2017년 한국에 와서도 할머니의 ‘개성약과’는 빠뜨리지 않는 요리다. 에릭 브리파 분교장은 “할머니의 요리를 면밀히 관찰하라”고 후배 셰프들에게 말한다.

윤동혁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한국일보, MBC, SBS 등을 거쳐 강원 원주시 귀래면으로 귀촌해 프리랜서 PD로 일하고 있다. 한국방송대상을 3회 수상했고, <색, 색을 먹자>라는 책을 펴내는 등 집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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