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음식이야기

[음식과사람 2023.08. P.81 Easy Talk]

복숭아 ⓒ한국외식신문
복숭아 ⓒ한국외식신문

editor 박태균

8월엔 칠석(七夕, 음력 7월 7일)과 백중(百中, 음력 7월 15일) 등 두 번의 절기가 있다. 칠석(8월 22일)은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날 저녁엔 하늘을 보면서 동쪽의 견우성과 서쪽의 직녀성이 까치, 까마귀가 놓은 오작교(은하수)에서 만나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상상해도 좋을 듯하다.

우리 조상은 늦더위를 복숭아화채, 수박화채를 즐기면서 이겨냈다. 과일화채는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비타민, 미네랄을 보충하는 데 그만이다. 만들기도 쉽다. 수박화채는 씨를 뺀 과육을 한입 크기로 잘라낸 뒤 설탕을 뿌리면 완성된다. 복숭아화채는 은행잎 모양으로 얇게 썬 뒤 꿀에 재운 복숭아(껍질 벗긴 것)를 설탕물이나 꿀물에 넣은 것이다.

복숭아는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다. 중국에선 오랫동안 불로장수의 과일로 통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엔 “백 살까지 살게 하는 선약(仙藥)”으로 표현됐다.

복숭아는 영양적으로 비타민C, 칼륨, 펙틴이 풍부한 과일이다. “복숭아를 즐겨 먹으면 피부 미인이 된다”는 말은 비타민C를 근거로 한 속설이다. 복숭아를 먹으면 금세 힘이 나는 것은 탄수화물이 풍부해서다. 백도 100g당 탄수화물 함량은 8.7g(황도 6.3g, 천도 8.2g)이다. 복숭아의 단맛은 과당의 맛이지만 사과산, 구연산 등 유기산도 소량 들어 있어 새콤한 맛도 난다.

외식업체의 후식용으로 복숭아를 보관할 때는 온도에 주의해야 한다. 백도는 8∼10℃에서 1∼2주간 보관할 수 있다.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육질이 질겨지고 과즙의 양이 줄어든다. 백도보다 늦게 나오는 황도는 3∼5℃의 냉장고에 보관해도 괜찮다. 보관 기간도 2∼3주로 백도보다 길다.

백중(8월 30일)은 일본에선 신정과 더불어 2대 명절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선 요즘 거의 잊힌 명절이지만 음식과 관련이 많다. 이날 채소, 과일, 술, 밥 등을 차려놓고 돌아가신 어버이의 혼을 불렀다. 그래서 망혼일(亡魂日)이다. 머슴 날이라고도 불린다. 농사일로 수고한 사람들을 모아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어서다.

백중의 절기 음식은 계삼탕, 깻국탕(임자수탕), 민어찜 등 복날 음식과 많이 겹친다.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석탄병(惜呑餠)은 이날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석탄병은 삼키기 아까운 떡이란 뜻이다. 감가루와 멥쌀가루가 석탄병의 주원료다. 먼저 잘 익은 감의 단단한 껍질을 벗긴 뒤 잘 씻고 말려 가루로 만든다.

감가루와 멥쌀가루를 반반씩 섞은 뒤 설탕, 꿀, 귤을 넣어 다시 고루 섞는다. 이어 잣가루, 계핏가루를 섞어 시루에 안친다. 그리고 대추, 밤 삶은 것을 채 썰어 잣가루에 섞은 뒤 위에 뿌린다. 마지막으로 백지에 물을 적셔 얹어서 쪄낸다.

외식업소 사장님에게 칠석과 백중이 든 8월의 디저트 음식으로 복숭아와 석탄병을 추천한다. 날씨가 더운 날엔 수박화채를 손님상에 올리는 것도 좋다. 복숭아와 수박은 수분이 대부분이어서 땀범벅으로 탈수 직전에 이른 고객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음식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