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3.09. P.50-53 Local Analysis]

냉면 ⓒPixabay
냉면 ⓒPixabay

editor 창업통TV 김상훈 대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외식상권 지형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고물가, 고임금, 고금리라는 3고(高) 악재가 커지면서 외식업 경영자들은 불황 타파의 틈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업종 전환이나 콘셉트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간판을 내거는 식당들도 늘고 있다. 폐업 후 재창업을 시도하는 창업자들도 증가했다.

신규 창업자들의 발걸음은 더딘 반면 기존 창업자들은 재빠르게 태세 전환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급변하는 외식시장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 찾기에 골몰하는가 하면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시장조사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반면 뚜렷한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 창업자들도 늘고 있는 형국이다. 비대면 소비 시대에 날개를 달았던 배달 100% 음식점들의 폐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홀 매출 중심의 식당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은 주점과 면류 음식점이다. 주점 창업시장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이끌고 있는 반면 면류 음식점은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면류 음식점 창업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함흥냉면집과 평양냉면집의 급증

코로나19 시기를 거친 외식상권의 특징 중 하나는 면류 음식점의 증가세다. 면류 음식점 창업을 이끄는 아이템은 두 가지다. 냉면 전문점과 막국수 전문점이다. 냉면 전문점은 함흥냉면집과 평양냉면집으로 나뉜다.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냉면 전문점의 증가세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냉면집 수는 2만97개였다. 1년여가 지난 2023년 8월 기준 포털에 노출된 전국 냉면집은 2만8966개에 달한다. 1년 만에 44% 증가한 8800개가 새로 생겨났다.

최근 국내 외식상권을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 압박이다. 요즘 웬만한 한식당들은 판매가 대비 식재료 원가 비율이 40%를 훌쩍 넘긴다. 40%대 원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였다.

하지만 요즘은 독립점으로 운영하면서 먹음직스러운 곁들이찬을 올리는 음식점의 원가 비율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결국 업종 전환이나 신규 창업에서도 식재료 원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소비 트렌드도 적극 반영하는 음식점으로 냉면 전문점을 손꼽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냉면 전문점의 판매가는 어느 수준일까? 서울 상권을 중심으로 평양냉면 가격을 알아보면 가장 저렴한 곳이 광진구 구의동의 오래된 평양냉면집 ‘서북면옥’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공히 1만 원에 판매하는 저렴한 맛집이다. 반면 서울 및 수도권 상권에서 영업하는 대다수 평양냉면집의 냉면 가격은 1만3000~1만6000원이다.

함흥냉면의 판매가는 어느 정도일까? 유명한 서울 오장동 함흥냉면의 경우 1만4000원 균일가로 판매한다. 전국 상권 함흥냉면의 가격은 평양냉면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대략 9000원에서 1만2000원 정도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여름철 인기메뉴 '평양냉면' ⓒ한국외식신문
여름철 인기메뉴 '평양냉면' ⓒ한국외식신문

냉면집의 식재료 원가는?

필자는 냉면집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셰프로부터 냉면집의 식재료 원가가 얼마인지 조사해봤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전분 가격이 상승하면서 냉면 가격에도 원가 상승 요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면집의 식재료 원가는 백반집이나 고깃집, 횟집의 식재료 원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2022년 말 기준 함흥냉면 한 그릇의 원가를 보면 먼저 냉면사리 280g에 450원, 찬 육수 500g에 360원이다. 여기에 냉면김치, 얼갈이, 오이, 배, 지단 등 고명의 원가가 800원 등 총 1600원이 물냉면의 원가다.

비빔냉면의 원가는 참기름과 비빔소스 가격이 추가돼 260원 정도 상승한 1860원이다. 여기에 로스율 10% 정도를 감안하더라도 함흥냉면 한 그릇의 원가는 2000원을 크게 넘지 않는다. 물론 코다리냉면이나 회냉면의 경우 코다리나 명태회, 가오리회의 원가가 추가되므로 원가율은 더 높게 책정된다.

평양냉면의 원가는 함흥냉면보다 최소 20% 이상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냉면집의 식재료 원가는 아무리 비싸도 판매가의 35%를 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이유를 냉면 전문점 신규 창업이 느는 원인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는 있다. 냉면집 사장님 입장에선 계절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절기 매출액에 비해 동절기 매출액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비수기를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냉면집 사장님들은 하절기 매출에 최대한 박차를 가하고 동절기엔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 탄력적인 경영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얘기한다.  

막국숫집, 칼국숫집, 우동집의 기상도

막국수 전문점은 신규 매장 출점이 많은 대표적인 면류 음식점이다. 지난해 3월 기준 전국의 막국숫집은 7776개였다.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선 1만561개로 늘었다. 35.7%가 증가했다.

일본식 소바집도 급증했다. 지난해 3월 3238개에서 현재는 7333개로 늘었다. 최근 들기름 막국숫집의 호황에 힘입어 프랜차이즈 브랜드까지 가세해 신규 매장 출점이 늘고 있는 아이템이다. 소바집의 경우 국내 상권에선 돈가스 메뉴와 결합해 일본 식당 테마로 각광받는 콘셉트다.

막국숫집의 원가는 냉면집의 원가보다 높게 책정된다. 일단 막국수의 양이 냉면보다 많이 들어간다. 막국수 1인분의 양은 350g이기 때문에 통상 막국숫집의 식재료 원가는 35% 정도로 책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곁들이찬이 많은 식당이나 고깃집에 비해선 원가 비율이 낮은 편이다.

칼국숫집과 우동집도 최근 많이 생겨나는 아이템이다. 칼국숫집의 경우 2015년 8월 기준 1만7300개에서 현재는 2만6000개 정도로 증가했고, 우동집도 2016년 1만 개 미만에서 현재는 3만5000개에 달한다. 우동의 경우 우동 단일 메뉴보다는 우동과 돈가스를 결합한 일본 음식점 콘셉트로 주로 출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라멘, 중화풍 면요릿집, 이탈리아 파스타집도 코로나19 시기 이전에 비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메밀국수 ⓒ한국외식신문
메밀국수 ⓒ한국외식신문

면류 전문점으로 성공하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양한 콘셉트의 면류 음식점이 급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낮은 식재료 원가, 둘째는 운영관리상 편의성이다. 면류 음식점의 경우 식재료 원가 비율이 최대 35%를 넘지 않는다는 강점과 동시에 곁들이찬에 대한 부담감이 거의 없다.

고깃집, 일식당, 한정식 전문점의 경우 메인 요리는 물론 곁들이찬의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하기도 하지만 면류 음식점의 곁들이찬은 거의 없거나 1, 2개면 된다. 인건비도 줄일 수 있고, 운영관리상 편의성도 높다.

하지만 면류 음식점의 위험 요인은 있다. 앞서 지적한 냉면집의 계절 변수 외에도 주류 매출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객단가가 결코 높을 수 없다. 따라서 상권의 상세력이 떨어진 입지에 출점할 경우 매출의 한계 때문에 고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외식업 경영자 입장에서 면류 음식점의 확장세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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