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익준의 ‘성공을 부르는 음식점 인테리어’

[음식과사람 2023.09. P.50-53 Interior] 진익준의 ‘성공을 부르는 음식점 인테리어’

인테리어 ⓒPixabay
인테리어 ⓒPixabay

editor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왜 고객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까?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가 신도시 아파트 밀집 상권에 문을 열었지만 일평균 매출이 겨우 20만 원대에 머물면서 문을 닫을 뻔했다가 기사회생한 일이 있었다. 대상 고객의 카페 방문 맥락에 맞게 인테리어 분위기와 메뉴를 바꾼 덕분이다. 이 카페가 곤경에 빠졌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고객이 카페를 방문하는 이유, 즉 고객의 방문 맥락을 무시하고 카페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이탈리아식 생과일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비롯한 음료가 주 메뉴인 전형적인 1020세대 학생들이 대상 고객인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당연히 다소 불편하고 딱딱하더라도 트렌드에 맞춘 의자와 탁자, 어린 학생들을 위한 메뉴 구성, 캐주얼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매뉴얼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카페의 입지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대로변에 있었다. 학생들은 낮엔 학교에 있으니 매출을 올리려면 당연히 주 고객은 주부들이어야 했다. 이 카페는 매장의 인테리어 분위기, 테이블의 형태와 배치, 메뉴 등을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상 고객의 점포 방문 맥락에 맞게 바꿔줘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카페는 폐점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곤경에 빠지게 됐다.

주부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와 가사로 보내느라 바쁘다. 따라서 낮 시간에 주부들끼리 카페를 방문한다면 편안한 의자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라도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1020세대 학생들이 좋아하는 유행에 민감한 메뉴와는 다른 맛있고 건강한 메뉴를 찾는 편이다.

매장 분위기도 너무 가볍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결국 주부들은 이 카페의 분위기가 자기들과 맞지 않고 의자와 탁자도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메뉴 역시 자신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방문하길 꺼렸던 것 같다.

이 카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프랜차이즈 간판을 내리고 과감하게 독립 점포로 전환하는 모험을 택했다. 카페가 속한 상권과 입지에 거주하는 고객들의 점포 방문 맥락에 맞춰 인테리어 분위기, 의자와 탁자를 편하게 바꿨다. 메뉴도 바꿨다. 이러한 변화는 성공적이었고, 카페는 일평균 매출 80만 원 이상을 올리는 데 성공하게 됐다.

이 사례는 카페는 물론 음식점들이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의 점포 방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새롭게 오픈하는 음식점이 성공하려면 출점하려는 상권과 입지 조건에 고객의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심리적 방문 맥락을 다양하게 고려해 업종과 업태, 메뉴와 가격, 인테리어를 조정해야 한다. 음식점의 입지가 이미 정해져 있거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방문 맥락은 음식이 전부가 아니다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는 고객 방문 맥락은 크게 시간적 맥락, 공간적 맥락, 사회적 맥락, 심리적 맥락으로 나눌 수 있다.

시간적 방문 맥락은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는 시간에 따라 구분된다. 아침시간엔 출근하면서 커피나 간단한 음식을 테이크아웃하거나 마시기 위해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점심시간엔 식사 후 간식이나 음료를 먹으면서 잠시 휴식하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녁시간엔 업무나 공부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간적 방문 맥락은 카페나 음식점이 위치한 장소에 따라 구분된다. 대학가엔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찾는 카페나 음식점이 많고, 주택가엔 주부들이 많이 찾는 카페나 음식점이 많을 것이다. 오피스 지역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카페나 음식점이 많다. 역세권이라면 지하철역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이 혼재돼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카페나 음식점이 많을 것이다.

사회적 방문 맥락은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는 사람의 사회적 상황에 따라 구분된다. 혼자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친구나 연인과 함께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족과 함께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리적 방문 맥락은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 구분된다. 심신의 긴장을 풀고 싶어서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공부나 업무를 하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필자는 근처 카페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전기 콘센트가 모두 박스 테이프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카페 사장님이 그렇게 해놓았을 것이고 왜 콘센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지 대략 짐작은 갔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카페에서 오래 머무르는 고객을 없애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카페 사장님의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순 있다.

그러나 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너무나 손쉬운 해결 방안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카페 사장님이 고객들이 카페를 방문하는 진짜 이유인 방문 맥락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그 카페 사장님은 다른 방법, 예를 들어 장시간 이용자를 위해 구획을 바꾸거나,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거나, 피크타임에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테이블믹스를 개선하는 것 등을 고민해볼 여지는 과연 없었을까?

자신의 경험을 남기는 인증샷 ⓒPixabay
자신의 경험을 남기는 인증샷 ⓒPixabay

고객의 방문 맥락 고려한 고객 경험을 개발하자

오늘날엔 제조업 같은 전통적 산업에서도 제품의 경쟁력은 서비스에서 생겨난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제품이 급증하고 원자재인 부품이 표준화·모듈화되면서 후발업체들도 아웃소싱을 통해 선발업체와 대등한 수준의 제품을 바로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제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음식점이 속한 외식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첫째, 기술의 발전으로 서비스의 질과 범위가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제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주문과 결제, 서빙을 처리하는 음식점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둘째, 고객의 요구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고객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 고객들은 제품을 구입한 후에도 유지 관리, 수리, 고객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한다. 제품과 함께 사회적 가치나 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식과 함께 더 나은 경험을 기대한다. 고객이 음식점을 방문하는 맥락을 음식점이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셋째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비스는 기업이 차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음식점도 메뉴를 이용한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고객의 다양한 방문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힘쓰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만물의 서비스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만물의 서비스화 시대는 서비스가 모든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러한 추세는 외식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고객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방문 맥락에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음식점을 찾고 있다.

현대의 카페나 음식점은 이처럼 사람들의 다양한 방문 맥락에 부합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카페나 음식점을 찾아오는 고객의 방문 맥락을 이해하고 충족시켜주려고 노력해야만 비로소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도 보일 것이다. 그래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으며 재방문 가능성과 충성도가 높아지며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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