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음식이야기

[음식과사람 2023.09. P.81 Easy Talk]

직접 불판에 구워주는 생선구이 ⓒ한국외식신문
직접 불판에 구워주는 생선구이 ⓒ한국외식신문

editor 박태균

9월은 가을의 문턱이다. 이달에 손님상에 올릴 만한 수산물로는 조기, 광어(넙치), 전어가 있다. 

조기는 서해안을 대표하는 생선이다. 맛이 담백한 조기는 다양한 요리로 즐긴다. 특히 시원한 맛을 내는 무와 ‘궁합’이 잘 맞는다.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조기구이를 즐길 수 있다. 이때 배, 등, 아가미 쪽의 지느러미를 가위로 자르고 칼등으로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비늘을 긁어낸다. 한 번 물로 헹구고 물기를 제거한 뒤 식용유를 고루 발라 에어프라이어로 180℃에서 15분가량만 구우면 된다.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횟감인 광어는 양식업의 발달로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 자연산 광어의 제철은 이달부터 이듬해 2월이다. 횟집에서 팔리는 광어는 대부분 양식산이다. 광어의 배 쪽에 검은 무늬가 있으면 양식산, 없으면 자연산이다. 인공 부화한 치어를 바다로 방사해도 검은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 양식 광어에 검은 무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돼 양식산과 자연산의 구분이 더 힘들어졌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錢魚)’라는 말이 있다. 요즘 먹는 전어의 맛이 연중 최고라는 뜻이다. 9∼11월 초에 잡히는 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비린내가 적으며 뼈가 무르고 맛이 고소하다. ‘가을에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가을엔 전어의 지방 함량이 봄의 3배에 달한다. ‘가을 전어의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란 구전은 이래서 나왔다.  

전어는 보통 뼈째 썰어서 회로 먹거나 소금구이, 무침 등으로 먹는다. 비늘만 벗긴 뒤 두툼하게 회를 썰어 뼈째 먹으면 깊고 은은한 맛이 느껴진다. 이때 양념 된장, 마늘, 상추쌈을 곁들이면 맛이 더 살아난다. 구이는 굵은 소금을 뿌려(생선 무게의 5%쯤) 통째로 굽는데 간기가 배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달 고객 상엔 후식으로 차를 한 잔 올려도 상큼할 것 같다. 9월은 차 마시기 좋은 달이다. 동양인에게 ‘차를 마신다’고 하면 녹차를 뜻한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은 천연의 콜레스테롤·비만 억제약으로 녹차와 그 형제뻘인 흑차를 꼽는다.

녹차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녹차의 대표 성분인 카테킨(떫은맛 성분)이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녹차의 카테킨은 살균력이 뛰어나 충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카테킨은 입 냄새까지 없애준다. 이것이 녹차 치약의 등장 배경이다.

9월엔 가을의 운치를 살려주는 감잎차와 오미자차를 즐겨도 좋다. 감잎차엔 카테킨은 물론 비타민C와 비타민E가 풍부하다.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차는 훌륭한 피로 해소제다. 물 5~6컵에 오미자 10g을 하루 정도 담갔다가 달이면 오미자차가 만들어진다. 한약재 가운데 상품(上品)으로 치는 오미자는 강장·강정제로도 명성이 높다.

가을 생선을 먹어 입에서 약간 생선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면 “주인장이 아주 센스 있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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