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3.10. P.48-51 Local Analysis]

냉동 삼겹살 전문 음식점 ⓒ한국외식신문
냉동 삼겹살 전문 음식점 ⓒ한국외식신문

editor 창업통TV 김상훈 대표

지난 8월 24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일본 바다와 가장 가까이 인접한 우리나라 외식상권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10만 개에 육박하는 수산물 관련 음식점 경영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장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 바다로 유입되는 건 아니지만, 수산물 음식에 대한 소비심리 위축세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열쇠는 소비자들이 쥐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깃집에 대한 관심도는 커지고 있다. 향후 수산물 관련 음식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영자 입장에선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고깃집으로의 업태 전환이다. 참치 전문점이 한우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매장도 목격된다. 요즘 고깃집 창업시장의 현주소는 어디이고, 돈 되는 비즈니스 코드와 리스크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의 줄다리기

농림축산식품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돼지고기 32.3kg, 닭고기 18.2kg, 소고기 12.7kg이다. 연간 1인당 육류 총소비량은 60kg 정도다. 10년 전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41kg 정도였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1인당 70kg에 비해선 적지만 국내 육류 소비량은 꾸준한 증가세다. 한국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56kg이다. 쌀 소비량은 10년 전 70kg이었으나 계속해서 줄고 있는 형국이다.

육류 소비량 지수는 고깃집 창업시장과 연동돼 있다. 돼지고기 창업시장이 가장 뜨겁다. 다음으로 닭고기, 소고기 순이다. 현재 국내 돼지고기 음식점 수는 6만8000개 정도다. 소고기 음식점 3만5000개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돼지고기 테마의 창업 아이템엔 삼겹살집부터 수많은 돼지고기 원재료와 부산물을 이용한 식당들이 존재한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돼지고기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87개(고기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144개)다. 관건은 어떤 테마의 돼지고기 음식점을 출점할 것이냐다.

소고기 전문점은 국내산 및 수입산 소고기 전문점으로 양분된다. 소고기 시장은 한때 광우병 파동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 소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수입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내세운 무한리필 고깃집은 창업시장의 빅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어느 갈비 프랜차이즈에선 빨아 쓰는 갈비 파동으로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창업자 관점에선 고급화를 내세운 프리미엄 한우전문점을 출점할지,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수입육 고깃집을 오픈할지 결정해야 한다. 소와 돼지를 결합한 새로운 고기 식당 출점 콘셉트도 주목받고 있다.

닭고기는 돼지고기 다음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육류 아이템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만도 무려 663개, 전국에서 영업 중인 치킨집은 7만5000개에 달한다. 창업시장에선 프라이드치킨 시장이 절대 강자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오븐닭, 복고형 닭요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닭고기 관련 창업시장에서 최근 치킨주점, 치킨호프집 브랜드도 늘고 있다. 복고형 아이템인 닭갈비집, 닭발집 등 불황기를 이겨낼 수 있는 포차 스타일 닭요리집도 새롭게 오픈하고 있다.

최근 고깃집 시장의 새로운 이슈는 양고기 식당이다. 대중적인 콘셉트인 양꼬치와 마라탕보다 양갈비집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영업 중인 양고기 식당은 5900개 정도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양고기 식당 선발 브랜드는 현재 140개가량의 가맹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다른 고깃집에 비해 폭발적 증가세로 보긴 어렵다. 객단가가 높고 수요층이 한정된 측면도 있다. 투자 금액은 점포 비용 제외 20평 기준으로 1억 원 정도, 연평균 매출액은 4억~5억 원, 월평균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3400만~40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양고기 원재료는 호주산이 95%를 차지한다. 1년 미만의 어린 양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콘셉트의 양갈비집, 양고깃집은 앞으로도 꾸준히 영토 확장을 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정육식당 콘셉트도 다양해진다

정육식당이란 한쪽엔 정육점, 한쪽엔 고깃집을 동시에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법적으로는 정육판매 공간과 식당 공간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야 하고 출입문도 서로 달라야 한다. 정육식당은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고기를 정육 코너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다음 바로 식당 테이블로 옮겨서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이 있다.

창업자 입장에선 육류 판매 금액이 정육점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면세사업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식당 매출은 성인 1인당 5000원의 상차림 비용과 주류 판매비용만 일반음식점 매출로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순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 상권에서 영업 중인 정육식당 수는 8000개 정도다. 관건은 새로운 스타일의 출점 콘셉트다. 예전 정육식당은 한쪽엔 전통시장 정육점 분위기의 공간이 있고, 다른 한쪽엔 허름한 드럼통 숯불구이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오픈하는 정육식당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콘셉트로 오픈하는 경우도 있다. 1층엔 70~100평 규모의 정육 판매 공간에 대형마트 정육 코너 같은 벽장형 쇼케이스가 설치돼 있고, 식당 공간도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콘셉트다. 워터에이징 방식의 숙성 한우, 한돈 같은 국내산 프리미엄 정육 판매는 물론 미국산· 호주산 수입육, 와규 세트, 요즘 인기 있는 양갈비까지 판매하고 있다.

곁들이찬의 차별화도 눈에 띈다. 파김치나 고추장아찌, 샐러리장아찌, 볶음고사리, 양배추샐러드, 사골곰탕과 된장찌개, 묵사발, 육회도 작은 접시에 무료로 서비스된다. 셀프 바에도 비싼 상추 대신 멕시코 토티야 서비스가 이색적이다.

멕시코 요리에서 주로 사용하는 살사소스나 갈릭디핑, 아보카도가 들어간 과카몰리, 고수나 피클, 생와사비를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육수에 라면을 끓여 먹는 포만감도 있다. 3000원을 추가하면 솥밥도 서비스된다. 마지막엔 테이크아웃 카페에서 커피나 마카롱, 생과일주스를 맛볼 수 있다. 카페 스타일의 정육식당이다.

고깃집 창업의 성공 코드와 위험 요인

요즘 고깃집에선 고기 손질도 사장 몫이다. 인건비 높은 ‘육부장’을 채용하지 않고 사장이 직접 육부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고 순이익을 높이려는 자구책이다. 고깃집 창업은 힘들다. 주류와 함께 판매해야 하기에 야간시간대와 심야 영업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고기를 주원료로 사용하므로 다른 외식업에 비해 원가율이 높고 마진율은 낮다. 더욱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파로 육류 소비가 늘면서 고깃집 원가도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가의 50%까지 식재료 원가를 부담하는 고깃집도 늘고 있다. 테이블에서 고기를 직접 굽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크다.

따라서 고깃집 출점의 콘셉트는 명확해야 한다. 육종 선택뿐만 아니라 곁들이찬의 품격도 중요하다. 시설과 분위기 연출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소비자의 주목도를 높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당분간 고깃집 창업의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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