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익준의 ‘성공을 부르는 음식점 인테리어’

[음식과사람 2023.10. P.52-55 Interior]

요리 ⓒPixabay
요리 ⓒPixabay

editor 진익준 브랜드경험디자인연구소 대표

매력이란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거나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음식점에도 매력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인간적인 매력은 외모, 성격, 지식, 재능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매력적인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호감과 신뢰감을 주며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매력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키울 수 있는 특성이다. 외모를 가꾸고 성격을 개선하고 지식과 재능을 쌓는 것 모두가 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개인의 삶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직장에서 성공하고 사랑을 찾고 친구를 사귀는 데 유리하다. 매력은 개인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필요조건이다.

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음식점의 매력은 잠재 고객이 음식점에 대해 느끼는 호감과 신뢰를 말하며, 음식점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력적인 음식점은 고객들이 재방문하고 주변에 좋은 입소문을 내도록 만드는 힘이 있으며, 이는 음식점의 매출, 이익, 시장 점유율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강을 겨우겨우 건넜지만 음식점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은 것 같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데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점을 만드는 방안은 없을까?

큰돈을 들이지 않고 매력을 만들고 유지하며 오래가는 음식점을 만드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콘셉트에 뿌리를 둔 브랜드 스토리텔링이다. 뾰족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들을 활용해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전파해나가는 것이다.

만물의 서비스화 시대, 음식점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현대를 만물의 서비스화(EaaS·Everything-as-a-Service) 시대라고 한다. 만물의 서비스화는 산업 전반에 서비스업이 결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아파트를 고를 때도 입지, 인테리어, 수영장, 헬스클럽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 시대가 펼쳐진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최근 입주민에게 조식 혹은 삼시세끼를 제공해주고 청소까지 해주는 아파트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모든 것이 서비스화되는 시대에선 상품이 ‘유형의 제품’과 ‘무형의 서비스’로 구분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된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만물의 서비스화 시대가 된 이유는 음식과 같은 제품만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 고객 요구의 변화 때문이다. 이제 음식점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메뉴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뾰족한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고객에게 음식점의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고, 고객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객은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음식점의 역사, 철학, 가치 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음식점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갖게 된다.

‘진주냉면산홍’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경남 진주에서 빠르고 굳건하게 자리매김하며 발전하고 있는 음식점이 있다. 진주시 금산면에서 시작한 ‘진주냉면산홍(山紅)’이다. 현재 금산본점을 포함해 4개의 점포가 있다. 진주냉면산홍은 연륜이 길지 않은 브랜드다. 그러나 지역에서 발굴한 이야기로 음식점 이름을 짓고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해서 현지인에게 노포(老鋪)로 여겨질 만큼의 인지도를 만들어냈다. 음식점 이름이 된 산홍(山紅)의 이야기는 진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진주냉면산홍이 미디어를 통해 알리고 있는 브랜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진주냉면 산홍의 마스터셰프 이종상입니다. 저의 홈페이지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산홍의 이야기는 진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100년도 넘은 잊힌 이야기입니다. 1910년 9월 7일 나라가 일제에 넘어가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자결을 선택한 선비 #황현, 그가 쓴 #매천야록에서 저는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은 직후 그녀의 이름을 딴 가게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기리는 이 시대 최고의 냉면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창업자 스토리, 소셜 임팩트 스토리>

이 이야기는 기생 산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제에 나라가 빼앗겨가는 시기인 1900년대 초, 그 시대 지식인들이었던 진주의 양반과 선비들이 촉석루에 모여 나라를 위한 일은 도모하지 않고, 술에 찌들어 신변잡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그곳을 방문한 산홍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촉석루 바로 옆에 있는 #논개의 의로움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인 의기사(義妓祠)에서 한편의 시를 짓습니다.

義妓祠感吟(의기사에서 느낀 감회를 읊다)

​千秋汾晉義(역사에 길이 남을 진주의 의로움)

雙廟又高樓(두 사당에 또 높은 다락이 있네)

羞生無事日(일 없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서)

笳鼓汗漫遊(피리 불고, 북 치며 한가로이 놀고만 있네)

임진왜란 3대 대첩인 #진주성전투 승리 후, 2차 전투에서 성안의 모든 사람이 몰살된 진주성 함락 후, 그날 저녁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에 뛰어들어 죽은 그 촉석루에서, 그 시대 지식인들은 술이나 마시며 촉석루에서 희희낙락하면서 신변잡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산홍은 분노에 휩싸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나라가 망해가는데 어찌 너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며 그 시대의 지식인들을 꾸짖는 내용으로 보였습니다. ​

산홍이 지은 이 시는 매천 황현의 시와 함께 논개를 모신 #의기사 사당 입구에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산홍은 조선의 마지막 왕실화가로 꼽히는 #채용신이 그린 #팔도미인도에 영남 미인으로 그려질 만큼 미모가 대단했고, 서예와 시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당시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 중 왕족이었으며, 엄청난 돈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잘 먹고 잘 살다가 갔다는 오적의 우두머리이며 최악의 인물이라는 내부대신[內部大臣, 대한제국(大韓帝國) 때 내부(內部)의 으뜸 벼슬] 이지용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1906년 내부대신 이지용은 산홍의 미모 이야기를 듣고 천금(千金)을 들고 와 자신의 첩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이때 산홍은 “세상 사람들이 대감을 일러 나라를 팔아먹은 5적(五賊, 을사오적)의 우두머리라 하는데, 제가 비록 비천한 기생이긴 하지만 자유로운 몸이고 사람 구실 하고 사는데 어찌 역적(逆賊)의 첩이 되겠습니까”라며 거절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지용이 크게 노하여 죽을 정도로 심하게 매질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 계속되는 이지용의 요구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권세를 가지고 위세를 부리던 내부대신이란 사람을 가장 낮은 곳에 있던 산홍이 매섭게 꾸짖는 의기를 보여, 이 이야기는 당대 신문에도 실려 이지용에게 엄청난 망신을 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산홍의 의기와 기개를 기려 높이 산 사람들은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강에 뛰어들었던 의암바위 옆 절벽에 산홍(山紅) 두 글자를 새겨 넣었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山紅이라는 두 글자는 남강 물에 비치며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진주 사람들에게조차도 잊혀져버린 산홍의 이야기였습니다.<문화 스토리>

오래가는 음식점을 만드는 강력한 방법

당신은 지금 처음으로 진주냉면산홍의 브랜드 스토리를 접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가? 브랜드 스토리를 알고 나니 이 음식점이 매력 있고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는가? 이종상 대표는 지역의 로컬 스토리를 발굴해 세련되게 스토리텔링을 한 후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발한 브랜드를 침체된 지방의 골목상권에 출점해 지방 소도시와 골목상권 활성화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런 그가 최근엔 진주의 두 번째 이야기를 발굴하고 다듬어 직화구이 전문 고기음식점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천년 역사를 가진 진주, 경남에서 가장 큰 우시장이 있었던 진주, 진주의 백정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 ‘섭천’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당신도 관점을 바꿔보지 않겠는가? 오래된 메뉴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뾰족한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해보고 싶지 않은가? 큰돈 들이지 않고 매력을 만들고 유지하며 오래가는 음식점을 만드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브랜드 스토리텔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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