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의 ‘경제 돋보기’

[음식과사람 2023.10. P.56-59 Marketing Point]

동반성장 ⓒPixabay
동반성장 ⓒPixabay

editor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중국 40년 고성장은 끝났다”… 부동산발 위기 고조

부동산은 계륵과 비슷하다. 정부 입장에서 단기간에 손쉽게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위기 시에는 시한폭탄이 돼서 경제 위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선언 이후 40년 동안 이어온 고성장이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성장의 최대 원동력이던 인프라 투자, 부동산 경기가 식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4%가량을 국내 기반시설과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성장해왔다. 이는 전 세계 평균(25%)에 비해 두 배쯤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다.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민간 70년, 상업용은 50년)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아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해왔다.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이 지방정부 재정의 40%를 충당할 만큼 비중이 높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고속 성장은 중국 정부가 2021년 대형 부동산업체를 겨냥해 금융 규제를 대폭 확대하고 투기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장기 집권의 수단으로 ‘공동부유(다 같이 잘살자)’라는 모토로 주택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며 대출 등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이런 정책 기조 때문에 중국 부자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돈 쓰기를 꺼려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도시 봉쇄와 경기 둔화로 과도한 부동산 거품이 붕괴로 이어졌다. 2021년 한때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이어 최근엔 헝다와 더불어 중국 1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만기가 돌아온 10억 달러의 채권 이자 약 300억 원을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는 한때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들면서 중국 전역에서 아파트를 개발했는데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이다. 30일 동안의 최종 부도 처리 유예기간 이내 이자를 갚긴 했지만 비구이위안이 연말까지 갚아야 할 채권 이자만 약 7조7000억 원에 달해 디폴트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들 부동산 개발업체에 돈을 빌려준 중국 10대 투자신탁회사 중룽도 만기가 돌아온 64조 원 규모 상품의 지급을 미뤘다. 한마디로 중국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 위기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헝다는 상반기 기준 총부채가 433조 원 규모로 자산총액 330조 원을 웃돌아 2021년 12월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자산을 전부 청산해도 빚을 갚을 수 없다는 의미다. 

헝다는 결국 자산을 매각하고 정부의 저리 지원을 받고 버티다 지난 8월 17일 미국 뉴욕주 법원에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중국 내 미분양 아파트는 총 1억3000만 채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체 아파트의 5분의 1 정도가 유령 아파트라는 얘기다.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 터지나?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에 달한다. 글로벌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우리나라처럼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도 예전처럼 값싼 중국산으로 저물가를 만끽하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중국 부동산발 위기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닮았다면서도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중국은 현재 2008년 서방 국가들보다 부동산 거품이 심하고 그림자 금융 문제도 있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전 세계가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면, 지금은 전 세계가 고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경기 침체 속 물가까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부동산 위기까지 겹치면서 위기 탈출 해법이 복잡해졌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파산하거나 어려운 프로젝트들은 국영기업에 넘겨 사업을 지속하는 정도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인민은행이 6월에 이어 8월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1년 단기 대출 우대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정작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동결했다.

이런 이유로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결국 국유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아니면 중국 정부가 아직은 부동산 위기를 과소평가하거나, 이번 기회에 크고 작은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부동산 거품을 빼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더 큰 그림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잘나가는 민간기업을 국유화하는 계기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빅테크 때리기를 통해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 알리바바를 손안에 넣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비구이위안도 해체한 다음 여러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수습될 가능성이 높다. 비구이위안 사태 수습 과정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은 천문학적 규모의 부실을 떠안게 될 것이다. 

결국 국영 부동산업체들이 완전 장악한 중국 부동산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정부의 직간접적인 통제하에 경직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脫)중국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위기의 중국 대신 자본과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발을 돌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들이 앞다퉈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차이나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이 진행 중이다.

중국발 악재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의 해법은?

국제통화기금(IMF)은 2010년대 5~6% 고성장을 지속하던 중국 경제가 앞으로 수년간 성장률이 4% 미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4%에서 4.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영국계 이코노믹스는 2030년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연 2%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중국은 2020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설정한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저성장 터널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은 중진국을 졸업하지 못한 채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2.3%보다 0.1%포인트 낮은 2.2%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원인은 바로 중국 경제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고, 이것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부동산 부진의 지속으로 성장세가 추가로 약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1.2~1.3%, 내년 성장률은 1.9~2.0%로 둔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란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7월 기준 BOA, 골드만, JP모건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1.1%,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1.9%로 한 달 전(2.0%)보다 낮아졌다. 만약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하면 이는 관련 통계를 낸 1954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충격으로 역성장하거나 0%대 성장률을 보였다가도 다음 해 금방 다시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의 회복력이 약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빌려준 돈 규모가 4000억 원 정도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식 및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투자, 소비, 생산 위축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와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를 기대했던 정부의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뇌관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특히 주식과 외환 등 금융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상시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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