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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사람 2023.10. P.61 Uncut News]

한산한 상권지역 ⓒ한국외식신문
한산한 상권지역 ⓒ한국외식신문

editor 김태완 서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근 자신과 무관한 불특정 다수 시민을 공격해 다치거나 사망하게 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3일 사상자 14명을 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칼부림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8월 17일엔 피의자가 서울시 소재 관악산 생태공원 둘레길에서 일면식 없는 30대 여성을 폭행하고 강간을 시도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발되는 일이 빈발하고, 살인 예고 글을 누리소통망(SNS)에 올리는 일도 잦아졌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다. 주변 사람들과 교류도 거의 없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는 여러 영역에서 불평등이 존재하며 이 때문에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생겨난다. 사회적 양극화란 소득, 자산 등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돼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하위 계급이 중산층으로 지위 상승을 할 수 없게 되며 빈곤층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격차엔 소득 격차, 교육 격차, 기회 격차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사회적 양극화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의 묻지마 범죄도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격차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져 사회구조적으로 빈곤층이 늘어나면 사회에 대한 분노감 내지 적개심을 표출하게 된다. 범죄자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게 범죄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된다.

무엇보다 사회에서 도태된 자들을 양지의 세계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구성원들 간의 경제적 격차를 완화하는 것도 절실하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사회적 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고,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 사회구성원 중 낙오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묻지마 범죄가 자주 발생하면 사형 집행 재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등 엄벌주의가 여론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범죄 발생 후의 엄벌은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더욱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범행을 하고도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한 경우엔 사형을 집행한다고 해서 범죄율이 감소하지도 않는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자들에게 보편적 복지 외에 미래 발전을 위한 기회, 교육을 통한 갱생, 맞춤형 상담 등을 제공해야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안정시켜야 묻지마 범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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