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 상권분석

[음식과사람 2023.11. P.28-33 Cover Story]

대학가 식당가 ⓒ한국외식신문
대학가 식당가 ⓒ한국외식신문

최근 들어 전통시장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 지원도 늘었다. 방문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지붕도 설치되고 주차 편의성도 개선됐다. 무엇보다도 전통시장 상권의 신세대 고객 유입률이 커지고 있다. 고령 창업자와 청년 상인의 융·복합도 진행 중이다. 불황기일수록 복고 테마는 늘 강세다. 전국 전통시장 상권의 현주소를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외식시장의 새로운 틈새와 기회 찾기를 위한 전략을 정리했다.

editor 김상훈 ㈜스타트컨설팅 대표

외식시장의 경기 불황 그림자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전국 70만 외식업 경영자들은 상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지만 매출 성과는 하향 보합세가 지배적이다. 암울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긴 터널도 지나왔는데 요즘이 더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업계에선 외식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할 묘수가 없는지 고민하는 이들도 늘었다. 오픈마켓 등 온라인 유통시장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음식점도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어려운 때일수록 전통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외식시장의 원형인 전통시장 상권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3월 발표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1년 전통시장 점포 경영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엔 1408개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전통시장은 우리나라 소비자에겐 가장 친숙한 상업공간이다. 먹거리와 살 거리, 놀 거리와 즐길 거리가 골고루 포진해 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온라인 마켓이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오프라인 상권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지역별 전통시장 분포와 종사자 수

2021년 말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은 1408개로 집계됐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전통시장 개수를 보면 서울이 206개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부산 166개, 경남 158개, 경기 148개, 경북 137개, 대구 100개 순이다. 이어 전남 95개, 강원 62개, 전북 58개, 충남 58개, 충북 57개, 인천 44개, 울산 40개, 대전 28개, 광주 24개, 제주 23개, 세종 4개 순이다.

전국 어디를 가든 전통시장 상권은 요충지에 터 잡고 있다. 전통시장 종사자 수는 점포 상인의 수치만 보면 코로나19 사태 시발점인 2019년에 비해 많이 줄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점포 상인 수는 18만1574명으로 0.6% 정도 줄어든 수치다. 직원 수 11만 명까지 합하면 총 32만5000명 정도가 전통시장에 종사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총 점포 수는 24만1080개다. 이 중 영업 중인 점포는 75.3%인 18만1500개, 빈 점포는 9.4%인 2만2600개, 노점도 13.5%인 3만2400개에 달한다. 코로나 시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에서 영업 중인 점포 수는 0.3% 정도 줄어든 것에 그쳤다. 공실 증가 비율은 0.8%에 머물고 있다. 일반 로드숍 상권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권 동향을 보여준다.

전통시장에서 영업 중인 창업자들의 평균연령은 59세로 조사됐다. 2020년의 59.7세에서 0.7세 감소했다. 청년 창업자들이 전통시장에 많이 유입되면서 평균연령이 점차 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전통시장 상인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로 전체의 38.8%를 차지한다. 50대 상인까지 합하면 50~60대 상인 분포는 70%에 육박한다. 다음으로 70대 13.2%, 40대 13.1%, 30대 3.3% 수준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이들의 평균 영업 연수는 16년 1개월에 달한다. 최소 10년에서 19년 동안 전통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점포가 무려 33%에 달한다. 단명하는 가게가 많은 우리나라 자영업 환경에서 장수 창업자가 가장 많은 상권이 전통시장임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판매하는 배추 ⓒ한국외식신문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판매하는 배추 ⓒ한국외식신문

전통시장 상권의 점포 시세와 수익성

그렇다면 전통시장에서 영업 중인 점포들의 임대가 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전통시장에 출점된 점포의 평균면적은 32.3m2(9.8평)다. 평균 보증금은 2448만 원 수준이다. 평균 월임차료는 99만3000원이다. 요즘 신도시의 장사 잘되는 아파트 상권 1층 10평 점포의 경우 웬만하면 보증금 3000만~4000만 원에 월세 200만~30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점포 임대가는 전통시장마다 천차만별이다. 서울 홍대 상권 신세대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마포구 망원시장처럼 1층 7평 매장의 점포 권리금이 억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통시장 점포들의 수익성은 어떤 수준일까? 전통시장 1개당 하루 평균 매출액은 5746만 원이다. 매머드급 대형마트 수준과 맞먹는다. 이채로운 것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도 하루 평균 매출액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2018년엔 5409만 원에서 2021년엔 5746만 원으로 6.2% 늘었다.

1개 점포당 매출액도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전통시장 점포당 일평균 매출액은 42만2000원이었으나 2021년엔 44만6000원으로 늘었다. 전통시장을 찾는 일평균 고객 수는 조금 줄었다. 전통시장당 일평균 고객 수는 4672명, 점포당 일평균 내점 고객 수는 36.2명이다. 손님 1인당 평균 매출액인 객단가는 1만2320원 수준이다. 전국 편의점의 평균 객단가는 6500원이다. 전통시장 점포의 객단가가 편의점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통시장의 시설 경쟁력과 인프라 구축

전통시장의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소비자 이용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쇼핑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아케이드(지붕) 설치다. 전통시장의 지붕 설치사업은 국민들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1408개 전통시장 중에서 지붕이 설치된 곳은 934개에 달한다. 전체의 66%에 지붕이 있다. 지붕이 설치됨으로써 소비자들은 악천후에도 비를 맞지 않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붕이 설치된 시장과 없는 시장과의 상세력 차이도 극명히 엇갈린다.

 경영관리 측면에서 보면 전통시장의 거래 수단 1위는 신용카드로 전체의 50.1%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현금 38.5%, 온누리상품권 5.9%, 지역사랑상품권 4.6%, 제로페이 0.9% 순이다. 우리나라 민간 소비에서 카드 사용률이 80%를 넘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무엇보다도 전통시장에선 아직도 현금 사용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통시장의 점포 정보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POS 보유율은 11.7%, 신용카드 단말기 보유도 85.4%를 차지한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는 3.6%, 누리소통망(SNS)에 자체 채널을 운영하는 업소도 3.8%로 증가 추세다.

창업 위험도를 예측해주는 상권분석 
창업 위험도를 예측해주는 상권분석 

전통시장 외식 아이템 경쟁력과 업종 분포의 매력

그렇다면 전통시장 상권의 업종 분포는 어떨까? 농축수산물 등 1차 식품 판매점이 전체 점포 중 2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농산물 판매점인 채소가게와 과일가게가 가장 많다. 전통시장 내 영업 중인 정육점과 생선가게 또한 대표적인 안정 업종에 속한다. 골목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전통시장 상권에 분포된 음식점은 14.2%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외식 아이템을 보면 족발전문점, 전요리집, 보리밥집, 횟집, 곱창볶음집, 치킨통닭집, 선술집포차, 잔치국수집, 칼국수집, 냉면집 등 다양한 식사류와 주류 테마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전통시장 내 외식업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급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상권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살 거리 중심의 도소매업 아이템이 주를 이루고, 외식업은 그 사이에서 틈새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상권에서 외식업 분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전통시장에서 족발집을 운영하거나 오래된 음식점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이미 건물주 반열에 오른 이들도 적지 않다. 불황기에 전통시장을 살펴야 하는 까닭도 이 지점에 있다. 특히 경쟁 과열로 업종 변경이나 콘셉트 전환을 고려하는 외식업 경영자라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미 수십 년간 사업성이 검증된 식당의 노하우를 전수창업 형태를 빌려 재오픈하는 것을 심도 있게 검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권의 미래가치는 높다

일본의 오래된 도시로 인구 150만 명인 교토에 가면 전통시장인 니시키시장을 만날 수 있다. 교토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돌아보는 코스 중 하나다. 이곳에 가면 전통적인 코드도 보이지만, 신세대 수요층의 유입도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외식시장 환경이 열악하고 경쟁도 더 치열한 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식업 불황 극복의 틈새 전략으로 전통시장의 가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전통시장도 점차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보여지는 가치에 충실하는 것은 물론 대형 쇼핑몰과 차별화된 구매 파워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외식업 경영자들에겐 전통시장 상권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는 매우 크다. 전통시장에 장수 창업자가 많다는 사실도 유의미한 데이터다. 수십 년간 상세력이 검증된 상권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전통시장 진입로 변에 예쁜 카페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전통시장을 찾는 수요층 자체가 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젊은 세대에 스며든 어르신 감성이나 상품 트렌드를 의미)’ 같은 복고형 디저트에 열광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시장 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전통시장 청년몰 프로그램은 사업성이 검증된 완성 포맷은 아니라고 본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청년 창업자들과 60대 이상 고령 창업자들이 한 공간에서 일하는 융·복합 매장을 늘릴 필요가 있다. 청년 따로 고령자 따로가 아닌 하나의 공간에 양자가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 여건으로 본다면 쉬운 그림은 아니다. 하지만 초보 청년들만 모아놓는 것보다는 노련한 중·장년 세대와 같이 운영하는 매장이 는다면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전통시장 활성화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전통시장은 앞으로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미래세대 소비자들은 한국의 전통적 가치에 더 큰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도 경쟁 과열인 우리나라 외식시장의 돌파구를 전통시장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전통적 아이템의 업그레이드, 전통적 콘텐츠의 재발견, 신세대와 중·장년 세대 소비자와 창업자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서의 전통시장 상권은 향후에도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투자자 입장, 창업자 입장, 소비자 입장에서도 충분한 매력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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