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3.11. P.48-51 Local Analysis]

플레이팅된 음식 ⓒ한국외식신문
플레이팅된 음식 ⓒ한국외식신문

editor 창업통TV 김상훈 대표

보여지는 가치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맛은 기본이고, 특이한 볼거리가 있는 음식점에 사람들이 몰린다. 볼거리가 발견되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찍을 거리 많은 음식점이 돈 되는 시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예쁜 음식점 스타일의 대명사는 카페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는 1300개를 넘어섰다. 대한민국은 모름지기 카페 공화국으로 변신 중이다. 음식점도 카페형으로 치장해야 하는 시대다. 서울 홍대 상권 같은 신세대 상권에 가면 부동산도 카페 스타일로 치장돼 있다. 새로 오픈하는 신규 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은 대부분 카페풍 시설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요즘으로 치면 ‘한눈에 봤을 때 예쁜 음식점이 소비자들이 몰려 장사도 잘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쁜 카페 스타일 음식점 만들기의 속내를 살폈다.

음식점 시설도 예쁘게 꾸며야 하는 시대

1960년대 대표 시인 신동엽은 ‘껍데기는 가라’라고 외쳤다. 번지르르한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1967년 발표된 가수 남진의 ‘마음이 고와야지’라는 대중가요 역시 여자는 겉모습보다는 안 보이는 마음이 고와야 한다고 노래했다. 하지만 요즘 가치관으로 해석해보면 실속 있는 알맹이는 기본이고 예쁜 포장지는 구매력을 배가시키는 수단이 됐다. 마음이 고운 여자라도 외모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시대로 바뀌었다. 겉으로 보이는 ‘예쁜 껍데기’인 음식점 디자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콘텐츠 시장에서 텍스트가 주력이었던 시절엔 시각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내실 있는 튼실한 알맹이만이 곧 진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를 거치면서 요즘 외식 소비자들은 첫눈에 보여지는 시각적 가치, 즉 비주얼(visual) 가치를 우선시하는 시대로 급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네 가지로 압축된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가 그것이다. 네 가지 앱에서 공통적으로 서비스되는 콘텐츠는 비주얼 콘텐츠가 압도적이다. 특히 MZ세대 여성 소비자들이 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을 올리기에 최적화돼 있는 플랫폼이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도 영상 콘텐츠를 통해 비주얼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외식업 경영자들이 이러한 다채로운 비주얼 콘텐츠를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네이버에 탑재하지 못한다면 신세대 소비자와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보기 좋은 예쁜 음식점 만들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한국인의 일상과 하나가 된 카페

카페 창업의 핵심 가치는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공간을 판매하는 사업이라는 사실에 있다. 우리나라 인구 5100만 명 대비 13만 개의 카페가 영업 중이다. 인구 392명당 1개의 카페가 영업 중인 상황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과 카페는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은 연간 367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하루 평균 2잔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을 정도로 커피와 카페는 한국인의 일상이 됐다. 실제 음식점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한 다음 반드시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한국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요즘 상권에 나가보면 한식당에서도 식후 믹스커피 자판기 대신 품질 좋은 원두커피를 제대로 서비스하는 곳이 적지 않다. 직장인 상권에서 점심시간대엔 식후에 저마다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씩 들고 이동하는 풍경이 익숙해진 지 오래다. 커피 향의 끌림과 카페 공간이 주는 안락함에 대한 니즈는 한국인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자영업자 간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 경영자들 또한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안한 경제 상황 여파로 신규 음식점 창업은 줄었다. 반면 기존 음식점들의 업종, 업태 등 콘셉트를 전환하는 수요는 늘고 있다. 콘셉트를 바꾸는 데 있어서 예전엔 간판만 대충 바꿔 달고 다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최소의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전체적인 컬러 수정과 동시에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야만 신규 소비자가 유입되는 시대로 바뀐 상황이다.

카페형 스타일의 음식점 만들기 공식은?

예쁜 카페 같은 음식점 만들기의 핵심 요소는 우선 외장 디자인에 참신한 비주얼 요소를 내세우는 일이다. 인테리어 공법 또한 변하고 있다. 요즘 음식점들은 철제 프레임을 이용해 전면 간판 공간과 측면 기둥 공간까지 하나의 콘셉트로 치장하는 경우가 많다. 패션숍 인테리어 방식을 음식점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들은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외장을 꾸민다. 투자비용이 부담되긴 하지만 음식점 외부의 비주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철제 프레임을 시공한 후 그 위에 컬러 외벽을 설치하고 브랜딩 디자인의 음식점 상호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그런 뒤 음식점 외장 디자인에 재미있는 카피의 유리 선팅과 슬로건 한 줄까지 노출하면 끝이다.

둘째, 구내식당 같은 통일된 의·탁자보다는 ‘갬성(제품, 서비스 등을 구입할 때 성능과 가격 외에 의미도 함께 고려한다는 뜻)’ 있는 의·탁자와 조명에 신경 써야 한다. 음식점 분위기를 카페 스타일로 바꾸는 또 다른 비주얼 요소다. 획일화된 의·탁자는 주목받기 힘들다. 2인·4인 테이블에 놓인 의자 모양부터 컬러나 스타일이 다른 것을 배치하는 음식점도 늘고 있다. 카페형 음식점의 전형이다. 조명등 설치는 인테리어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형 음식점 인테리어의 마감은 디스플레이에서 결정된다. 음식점 디스플레이 하면 인테리어 시공할 때부터 디스플레이 공간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 벽면이나 천장, 여유 공간에 디스플레이용 선반이나 장치를 설치하고 그곳에 예쁜 소품들을 올리는 음식점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스마트폰으로 찍을 거리다. 음식점 디스플레이 소품은 한번 설치하면 끝이 아니다. 계절마다, 시즌마다 새로운 비주얼로 치장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릇과 물컵, 수저, 포장용 비닐봉투 하나까지 디자인으로 무장해야 한다. 카페에 가면 커피잔 하나에 감동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소비자들이 많다. 집에서 먹는 커피잔과는 다른 비주얼에 감동하는 것이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음식 맛을 담보하는 일은 기본이다. 그에 못지않게 그 음식을 어떤 그릇에 담을지도 중요하다. 그릇 전체를 하나의 콘셉트로 통일하는 건 진부하다. 포인트가 되는 그릇은 다른 스타일도 필요하다. 한식당임에도 일부 그릇들을 비주얼이 화려한 양식용 그릇으로 사용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물컵과 물주전자부터 색달라야 한다. 카페형 음식점 만들기의 핵심은 디테일이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