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혁의 음식 이야기

[음식과사람 2023.11 P.80 Food  Essay]

밀가루 반죽 ⓒpixabay

editor 윤동혁

소속은 묵 요리지만 부르기는 국수라고 하는, 강원도에서 끈질기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음식이다. 옥수수 알갱이를 가루로 만들어 면을 뽑는데 국수라고 하기엔 짧고 통통하다. TV에 많이 소개되긴 했으나 서울 사람들이 서울 시내에선 먹을 수 없는 희귀한 먹거리다.

강원도 정선 5일장의 올챙이국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는 인기 품목이지만 인천이나 부산, 대전 그 어느 큰 도시에서도 이 음식을 파는 식당은 본 적이 없다.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국수가 섬 안에 갇혀 육지로 상륙하지 못하는 것과 함께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음식문화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올챙이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는 하나 면도 아니고 묵도 아닌 이 음식의 유래는 맷돌로 옥수수를 빻아서 면을 뽑을 때 그런 이름을 달았을 것이다. 찬 물에 똑똑 떨어져서 가라앉는 모양새가 마치 올챙이가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듯하기 때문에 옛 어른들이 올챙이국수라고 불렀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정선 5일장을 제외하고는 이 음식의 존재감은 초라하다. 좌판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맛있게, 정겹게 드시는 분들은 모두 노인이고 이분들이 세상 떠나시면 올챙이국수도 함께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쓸쓸한 마음이다.

나는 횡성이나 원주 5일장에서 올챙이국수를 먹는 젊은이를 못 봤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장에 나온, 이미 아줌마가 된 여인이 그나마 젊은 편이었다. 어머니가 드시려고 하니까 그냥 옆에서 함께 먹는 것이지 혼자 왔으면 초라한 그 좌판 앞에 쭈그려 앉지 않았을 것이다.

열량이 낮고 소화가 잘돼서 살찔 염려가 없는 건강식품이다. 올챙이국수 자체로는 밍밍하고 심심해서 매력이 없는 식품이지만 잘게 썬 묵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전혀 다른 식감에 놀라게 된다. 고추, 파, 김가루가 고명으로 참여하니까 이 음식의 매력과 품격이 한층 상승한다.

라면이나 칼국수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것이 분명한 이 향토음식이 가장 맛있고 지혜로운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자신한다. 그동안 음식문화에 영상과 글로 나름 견해를 밝혀왔는데,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콧방귀 날리는 걸 무릅쓰고 떡볶이와 김밥의 세계화를 예측했고 그대로 실현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제 올챙이국수가 스타로 떠오르는 꿈을 꾼다. 묵은 김치 대신 열무김치를 올려도 좋고 청양고추 잘게 썬 간장 양념이 살짝 도와주니까 심심한 맛에 혀가 얼얼한 매운맛이 뒤섞여 미각의 신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올챙이국수의 매력에 빠진 젊은 여성의 다이어트 성공담이 드라마로 엮어진다면 이런 꿈은 금방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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