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3.12. P.56-59 Local Analysis]

음식점 ⓒPixabay
음식점 ⓒPixabay

editor 창업통TV 김상훈 대표

다사다난했던 토끼해가 저물고 있다. 다가오는 2024년은 청룡의 해다. 푸른 용의 힘찬 기운이 어려운 외식시장에 좋은 기폭제가 되길 희망해본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출간됐다. 코로나 시대 이후의 새로운 첫해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할 수 있는 책이다. 내년 주목되는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중심으로 외식시장의 불황 극복 전략을 정리했다.  

초사회, ‘시성비’를 잡아라

2024년 소비 트렌드 중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는 ‘분초사회’다. 요즘은 한 시간이나 30분 단위가 아닌 분 단위로 약속을 잡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외식 경영 관점에서 본다면 시간의 가성비, 즉 ‘시성비’를 극도로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키워드다. 

분초사회의 소비자들은 기다림에 익숙지 않다. 유튜브 영상과 3분짜리 영상도 길다고 생각한다. 59초 이하의 쇼츠(shorts) 영상에 열광하는 현상도 분초사회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소비 행태 중 하나다. 외식 경영 전략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2024년 외식 소비자들은 시간을 곧 돈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시성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반드시 내걸어야 하는 것은 어떤 음식점이든 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는 예약제 활성화다. 테이블 주문 시에도 몇 분 후에 음식이 서비스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시간은 곧 돈의 가치와 상통한다. 하지만 빨리빨리 서비스가 자칫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건 금물이다.  

챗GPT 시대의 휴먼 마케팅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불리는 챗GPT의 시대가 도래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서치 시대가 아니라 AI에게 궁금증을 질문하면 몇 초 내에 즉석으로 알려주는 시대다. AI에게 어떤 질문을 잘하느냐에 따라 응답의 질도 달라진다. 인간이 컴퓨터를 만들었지만, 컴퓨터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가 온 셈이다. 

외식 공간에서도 소비자들은 사람과 마주칠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주문도 태블릿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이뤄지는 곳이 급증했다. 이는 곧  따뜻한 인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 외로움 지수가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2024년 외식업 경영자들이 휴먼 마케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휴먼 마케팅은 거창하지 않다. 고객들의 눈과 마주치면서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것부터 습관화해야 한다. 컴퓨터에선 느낄 수 없는 코드이기 때문이다.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 시대의 외식업 경영자들은 소비자들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섬세한 니즈를 파악하려고 애써야 한다. 결국은 인간이다. 소비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정지수를 높이는 것이 휴먼 마케팅의 출발점이다.  

육각형 인간 vs 육각형 식당

2024년 소비 트렌드의 또 다른 키워드는 ‘육각형 인간’이다. 요즘 신세대들의 이상향 기준은 높기만 하다. 외모도 준수하고, 웬만한 학력도 갖추고, 자산도 많고, 직업과 집안도 좋고, 성격까지 원만하며, 남다른 특기도 있는 사람을 원한다. 육각형 인간은 완벽한 인간을 갈구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요즘 시대 소비자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머나먼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외식 경영에서도 육각형 인간을 갈구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육각형 식당’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음식 맛이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으며, 서비스는 기본이고, 분위기 좋고, 나만의 공간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의· 탁자나 물컵 하나도 갬성을 지녀 사진 촬영하는 데도 안성맞춤인 그런 식당을 이른바 ‘육각형 식당’으로 명명할 수 있겠다. 육각형 인간은 희망사항이지만, 육각형 식당은 얼마든지 현실에서 구현 가능하다.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한번 정한 가격만을 고수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성비 시대에 적합한 가격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고객들의 가치에 적합한 탄력 있는 가격 정책을 내세울 필요도 있다. 소비자들은 늘 가격에 민감하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가 생긴다면 동일 메뉴라도 얼마든지 더 지불하는 것에 대해 인색하지 않다. 

음식점의 가격은 곧 고객이 느끼는 가치로 매겨질 수 있다. 가격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옵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일본 외식시장의 스탠딩 음식점, 스탠딩 주점에서 가격을 저렴하게 정하는 것도 이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서서 먹으면 저렴하고, 룸에서 폼 잡고 먹으면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에 태클 거는 소비자는 없다. 불황일수록 가격 마케팅은 더욱 중요해진다. 상황과 조건에 따른 유연성 있는 가격 전략을 내세우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도파밍 상승 전략

‘도파밍’ 키워드도 눈에 띈다. 도파밍은 도파민(Dopamine)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다. 즐거움을 갈구하는 도파민과 그 즐거움을 만들기 위해 농작물을 수확하듯 파밍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외식 공간도 도파밍 지수를 높이려는 소비자들의 공간일 수 있다. 즐거움은 곧 행복지수와 맞닿아 있다. 행복한 삶을 갈구하는 소비자들은 작은 행복가치에도 감동한다. 

음식점이 줄 수 있는 맞춤형 행복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디테일하게 정리해야 한다. 가성비, 가심비, 시성비를 아우르는 외식 공간에서 또 다른 덤 서비스인 감동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도파밍 지수는 비단 소비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식업 경영자의 도파밍 코드도 중요하다. 요즘 인건비를 줄이는 주 5일제 식당이 늘고 있다. 음식점 사장의 도파밍 지수는 소비자의 만족도와 직결된다. 사장이 행복해야 고객도 즐겁다.     

‘요즘 남편’들을 위한 ‘아빠 마케팅’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키워드는 ‘요즘 남편, 없던 아빠’다. 남편들의 위상이 변했다. 낯설기 그지없던 육아 마인드를 갖춘 아빠들도 급증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다. 남편들이 육아와 자녀 교육을 전담하는 가정도 늘었다. 주택가 상권에 가보면 아빠가 자녀들과 함께 외식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식 경영 전략 측면에서 본다면 요즘 시대 남편들을 타깃으로 하는 ‘아빠 마케팅’이 필요하다. 

‘요즘 남편’들은 곳곳에서 출몰한다. 유치원 등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파트단지 앞, 주말 아침의 소아과, 주말 백화점 문센(문화센터), 주말 놀이터 등에도 자녀들을 돌보는 아빠들이 있다. ‘요즘 남편, 없던 아빠’들의 동선이 다양해지고 있다. 

아빠 마케팅은 디테일이 핵심이다. 아빠들을 위한 예약 시스템, 아빠들과 자녀들을 위한 공간 만들기도 필요하다. 2024년의 외식 경영 코드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 소비자를 주목시키는 새로운 한 가지가 필요할 수 있다. 요즘 남편들을 위한 외식업 경영자의 세심한 배려가 무엇인지부터 하나씩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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