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혁의 음식이야기

[음식과사람 2023.12. P.60 Food  Essay]

포도 ⓒPixabay
포도 ⓒPixabay

editor 윤동혁

다 올라가지만 이 과일의 가격은 내려간다. 한때 귀족이었던 신분이 평범한 서민으로 강등됐는데 더 낮아질지도 모른다. 샤인머스캣. 재배농가가 늘어나 그렇다고 하지만 맛이 확실히 떨어졌다. 원래 1988년 품종 개량에 성공한 ‘일본 품종’이 해외(한국)로 불법 반출된 것이고 국제재판에 걸렸다.

이 종자 개런티 전쟁에서 ‘이미 산출된 종묘와 묘목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주장하기엔 그 추적과 종묘 효력의 증명이 어려워’ 일본은 패소했다. 샤인머스캣은 일본 종자이면서 일본 것이 아닌 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2022년부터 종묘권 효력이 발생, 지금 우리 머스캣 재배농가는 종자 개런티를 내고 있다. 문제는 개런티 지불이 아니다. 종묘를 들여올 때 재배 기술은 제대로 챙기지 않았던 것이다. 대개 3년이 지나면 당도가 떨어지는 법인데 이걸 보완하는 기술은 배우지 않았던(배울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그것이 지금 ‘샤인머스캣 맛이 전 같지 않다’는 시장 평가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라고 한다.

나는 회전초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수십 가지 초밥이 눈앞을 지나가게 하는 현란한 음식문화가 상륙하자 사방 도처에 크고 작은 회전초밥집이 문을 열었다. 서울 영등포 어딘가에서는 회전벨트를 만드는 공장도 가동됐다.

국산화? 변두리 가게는 국산을 사용했으나 고급 초밥집은 일본 가나자와에서 기계를 직수입했다. 이때도 문제는 기계만 수입하고 초밥을 제대로 만드는 기술(장인정신)엔 소홀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우후죽순 생겼던 회전초밥집은 거의 다 정리되고 몇 군데만 살아남았다.

 

신선한 생선으로 즉석에서 초밥을 만드는 식당 ⓒ한국외식신문
신선한 생선으로 즉석에서 초밥을 만드는 식당 ⓒ한국외식신문

여기서 ‘오마카세 유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의 회전초밥과 오마카세는 너무 비싸다. 일본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알게 된 사실이다. 비쌀 뿐 아니라 기형적이다. 나는 얼마 전 홋카이도의 무로란(기차역 맞은편)에서 회전초밥을 마음껏 먹고 술도 생맥주 한 잔과 사케(도꾸리)까지 마셨다.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의 영수증을 보고 놀랐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계산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아무리 싼 접시만 골랐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한 가격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이다.

오마카세는 우리 돈 3만~4만 원이면 일본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시 음식이다. 전화 예약이 기본이고 동네 스시집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 “3만 원에 맞춰서 해주세요”라고 요청해도 흔쾌히 응해준다.

지금 우리의 오마카세는 인증샷의 대상이 됐고 5만~8만 원 하는 미들급 오마카세는 행세를 못 하게 됐다고 한다. 10만 원은 돼야 고객이 몰린다고 하니 뭔가 비틀어져도 단단히 왜곡됐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부자 동네에 애견 오마카세 가게가 문을 열었는데 100% 예약제로 15kg 미만 중형견의 식사비용이 6만8000원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슬프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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