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의 ‘경제 돋보기’

[음식과사람 2023.12. P.80-83 Marketing Point]

경제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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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한국 경제, 저성장의 늪에 빠지나?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저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금을 쥐락펴락하는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HSBC, 노무라, UBS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이 전망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평균은 1.9%다. 이는 지난 6월 말 발표한 기존 전망치(2.0%)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으로 1%대를 기록하는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4년 이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한국 경제는 전쟁이나 외환위기 등 충격이 있어도 이듬해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실제로 한국은 1980년 2차 석유파동(-1.6%),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사태(-0.7%) 당시 성장률 둔화 혹은 역성장을 겪었지만 이듬해에 빠르게 회복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주요국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을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원인으로 꼽고 있다. IMF도 최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그대로 1.4%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한국 경제 전망치는 종전의 2.4%에서 2.2%로 낮췄다. 

IMF는 중국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부동산발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5.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무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과도한 중국 경제 의존도가 한국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 2%를 밑돌고 내년엔 1.7%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한 국가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 3.8%를 기록한 이후 12년 연속 추락 중이다. 특히 내년 잠재성장률 1.7%는 미국(1.9%)보다도 낮은 수치다. OECD의 2001년 이후 24년간 추정치 통계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주요 7개국(G7) 회원국을 밑도는 경우는 처음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락은 예고된 위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산가능인구(만 15세부터 64세 미만)가 급속히 줄고 있다.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IMF는 미·중 갈등과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이 두 쪽으로 나뉘게 될 때는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년 만에 일본에 추월당해

IMF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유지했지만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1.8%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2.0%로 무려 0.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일본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잃어버린 30년 장기 저성장 국가인 일본의 경제는 어떻게 비상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엔화 약세 효과다. 미국이 2년 전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긴축 정책을 펼친 반면에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수출이 급증하는 등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분기에 전분기 대비 1.5% 성장했다. 연율 환산으로는 6%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일본의 연간 GDP는 6%에 달한다. 

일본의 GDP 성장을 이끈 것은 수출 호조다. 같은 기간 수출은 전분기보다 3.2%나 급증했다. 엔저 효과로 가격경쟁력이 살아난 자동차 수출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런 일본의 경제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내년이면 다시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4%에서 2.2%로 낮췄지만 일본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0%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IMF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무려 5차례나 낮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내년 한국 경제가 일본을 추월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간 성장률에 대해 서로 ‘네 탓’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올해 국내 경제가 1%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위기를 제외하고는 사상 최초이며 일본보다 성장률이 뒤진 것도 IMF 위기를 제외하고는 최초의 충격적인 일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재정, 연금개혁 등 이전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등 실물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신구 정권 간 네 탓 공방이 그러잖아도 힘든 국민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 이상이 지난 상황에서 당연히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구조적인 문제도 일부분 분명히 존재한다. 외부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충돌 등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다. 내부적으로는 경제 활동의 3대 기본인 노동, 자본, 토지 중 노동력의 위기에 처해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저출산 대책에 수십 년 동안 수백 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했다. 제 얼굴에 침 뱉는 볼썽사나운 남 탓 공방에 정치 혐오증만 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2025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 해결책은?

IMF는 중동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내년 세계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로 저성장, 고물가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IMF는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약 0.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WB)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중동 분쟁 확전 양상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우선 당장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란과 같은 주요 원유 생산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최악의 경우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최고 157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외 수출 의존도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3년 연속 물가가 성장률을 웃도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2.6%에 물가는 5.1%나 뛰었다. 한국은행은 앞서 8월 경제 전망에서 물가상승률은 올해 3.5%, 내년 2.4%를 각각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동사태 등 돌발 악재로 당초 예상보다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밝혀 이 수치는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한국은행은 올해 1.4% 성장, 내년 경제성장률은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3년 연속 성장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가 고착화되고 한국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있다는 의미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강타한다. 고물가로 취약계층의 구매력이 줄어들고, 기본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은 가중된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이는 일자리 부족과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자산가들은 급락한 부동산이나 주식을 싼값에 사들여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면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진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 기업, 가계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정부는 우선 물가를 관리해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겨울철 난방비 급등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위기에 선제적인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위기 극복 시 빠른 도약이 가능하다는 과거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개인들도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 빚내서 투자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채 다이어트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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