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의 외식산업 분석

[음식과사람 2024.01 P.28-34 Cover Story]

식당으로 가득한 골목상권 ⓒ한국외식신문
식당으로 가득한 골목상권 ⓒ한국외식신문

‘외식경기 회복’이라는 기대는 그저 ‘희망 고문’에 불과했던 것일까. 지난 한 해도 국내 외식업 종사자들은 고물가·고금리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하지만 2024년 외식산업 전망도 밝지는 않다. 점점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면 우선 국내외 소비 트렌드부터 분석해봐야 한다. 아울러 2024년 국내 외식산업의 향방을 전망해본다.

editor 이규민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식재료비 부담 가중과 불가피한 메뉴 가격 인상

2023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대했던 외식경기 회복은 크게 실감할 수 없었다.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큰 장벽이 외식업 종사자들로 하여금 더욱 고군분투하게 하는 한 해가 됐다. 특히 지독히도 못살게 굴었던 물가 상승과 고금리는 소비시장을 한층 위축시켰다.

이러한 영향은 외식산업도 피해갈 수 없었다. 외식산업 경기동향(현재)지수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2023년 1분기(70.84 vs. 86.91)는 매우 높았으나, 2분기(85.56 vs. 83.26)부터는 감소했고, 3분기(89.84 vs. 79.42)는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고물가에 따른 식재료비 상승의 압박은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연쇄적으로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외식 소비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식업체 3000개를 대상으로 한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의 2023년 2분기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에 메뉴 가격을 인상한 매장이 29.5%(884곳)에 육박했다. 향후 메뉴 인상을 고려하는 매장도 13.9%(417곳)로 나타났다.

인상하지 않았던 매장들 중 손님이 줄어들 것 같아 인상을 하지 못한 업체도 69.95%로 나타나 힘든 상황에서 당분간 버텨보자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외식업체들이 요구하는 정부 정책으로 ‘식재료 가격 안정 정책(74.63%)’에 가장 높게 응답한 것은 그만큼 식재료비 상승의 압박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돼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고 국내외적으로 2024년도 전망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생존 전략과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외식산업의 미래 예측이 정확해야 하며, 주요 핵심 요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선 외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식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고 그 안에 내재된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국내외 경제 전망과 같은 거시적 측면도 고려해 2024년 외식산업을 예측하고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소비 트렌드의 변화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회사인 민텔은 2024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로 ▲Being Human(인간다움) ▲More than Money(돈 이상의 가치) ▲Relationship Renaissance(관계 르네상스) ▲New Green Reality(새로운 그린 시대) ▲Positive Perspectives(긍정적 시각)를 제시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4>는 2024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분초사회 ▲호모프롬프트 ▲육각형 인간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도파밍 ▲요즘남편 없던아빠 ▲스핀오프 프로젝트 ▲디토소비 ▲리퀴드폴리탄 ▲돌봄경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024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선 2024년에 주목할 외식 트렌드로 ▲N극화 취향 시대 ▲Healthy&Easy ▲스토리 탐닉 ▲다각화&다변화 4개 분야 21개의 외식 트렌드가 제시됐다.

이렇게 외식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대표 트렌드와 경제 전망에 대한 종합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 외식산업 및 외식 트렌드를 예상해볼까 한다. 2024년 트렌드 및 전망에선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트렌드와 더불어 지속·강화되는 트렌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4년 외식산업에서 예상되는 주요한 변화들

첫째, 고물가·고금리로 외식 소비 및 식료품 구매 시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에 의하면 서울시의 주요 외식 품목은 2023년 10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많게는 22%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8% 대비 6.6배나 높은 수치다.

외식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소비 횟수를 줄이고, 직접 선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나 미디어, 콘텐츠 등을 통해 얻은 직접적 정보나 신뢰를 바탕으로 실패를 줄이기 위한 소비 선택으로 변화하게 하고 있다.

둘째, 건강과 웰빙에 대한 높은 관심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 찌개와 같이 나트륨 함량이 높고 고칼로리인 음식의 소비는 줄어들 것이다. 샐러드와 같은 일상에서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건강관리가 가능한 저탄수화물, 저염식 시장이 크게 선호되고 성장할 것이다.

예를 들면, 마시는 음료 하나에도 ‘제로’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강화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제로 탄산음료는 2021년 매출이 890억 원, 2022년 1885억 원인데, 2023년엔 3분기까지 이미 209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2022년 수치를 넘어섰다. 건강을 위한 기능성 음료 및 제로 제품의 소비 선호와 같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식음료에 대한 열풍은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셋째, 외식 서비스 프로세스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푸드테크 도입의 가속화와 디지털 전환(DX)의 필요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테이블 주문 시스템, 서빙로봇, 키오스크, 자동조리기와 같은 단순 푸드테크 기기를 도입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효율성 증대를 통해 영업이익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외식 서비스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갈수록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스마트 기술이 경영과 접목되고 있으나 외식업체를 비롯한 소상공인의 대응은 매우 더딘 상태다.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2023~2025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까지 5만 개의 스마트상점과 공방을 보급하고, 온라인으로 진출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e커머스 소상공인을 매년 10만 명씩 양성하는 등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확산과 고도화를 추진해나가고 있다.

넷째, 배달앱 이용자 감소로 배달전문 외식업체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배달시장은 성장세가 멈췄다. 소비자들이 배달 용기 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비싼 배달비에 염증을 느끼면서 외식이나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배달앱 업체들은 다양한 할인정책으로 마케팅을 펴고 있지만 배달앱 이용자는 전년 대비 500만 명 이상 감소하며 ‘탈(脫)배달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배달 매출이 높은 외식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다섯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소비자들의 외식 소비 행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8월 말 시작된 오염수 방류로 야기된 수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식품·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됐으나 현재까지 수산물 소비량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수산물과 소금 등을 유통·판매하는 식품업계는 오염수 방류에 따라 수산물 등의 검사 횟수와 품목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 후 한국 도달 시기로 예상되는 7개월부터 최대 5년의 기간이 내년 초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여섯째, 고물가로 외식 서비스 대체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초래될 것이다. 이는 외식산업 구조에서 외식업체가 아닌 외식의 대체재 시장과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소비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외식업의 가장 큰 경쟁자는 편의점이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편의점 GS25의 PB 도시락의 경우 2023년 1~11월 매출이 2022년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다른 전체 상품이 6.7%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대체식의 한 형태인 밀키트 또한 계속 성장해 외식시장을 어렵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조사에서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21년 2587억 원에서 2023년 3400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4년엔 43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자 구매 품목의 변화와 소비 행태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이유다.

일곱째,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경험까지 차별화할 수 있는 인테리어 및 콘셉트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 오픈한 ‘교촌필방’은 교촌치킨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붓을 사용해 치킨에 양념을 발라 제공하는 교촌치킨의 조리 특성을 담아 붓을 콘셉트로 오픈했다. 입구에서 붓을 당겨 입장하고 내부 공간은 무형문화재 박경수 장인이 만든 붓들로 채웠다. 메뉴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에 걸맞게 필방 시그니처 플래터, 필방 스페셜 치킨 등을 판매하며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

또한 공간 기획과 인테리어, 외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글로우서울은 성수동에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인 살라댕템플, 미디어아트와 비가 내리는 콘셉트의 레인리포트를 오픈해 음식의 품질만이 아닌 명확한 콘셉트와 고객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단순히 시간을 보내거나 밥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분위기를 느끼고 체험하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고객들이 선호하고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활발히 공유돼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험과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성향에 따라 단순히 음식만이 아닌 내·외부 인테리어와 소비자의 경험까지 계획하고 더욱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함을 알 수 있다.

2024년에도 전략적인 의사결정은 필수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되나, 장기 저성장으로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4년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해 2023년의 3.0% 대비 낮은 2.8%로 전망하면서 ▲중국 경제의 중·장기 저성장 경로 진입 ▲고부채와 고금리의 이중 작용에 따른 성장 저하 ▲지정학적 충돌 등이 성장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마디로 국내외 경제 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2024년에도 전략적이고 지혜로운 의사결정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외식업체들도 그 영향에 대비할 필요가 절실하다. 앞서 언급한 외식 소비 트렌드와 국내외 경제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분석해본 2024년 외식산업 전망과 실무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 전략의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상권 변화 및 외식 소비 행태를 완전히 바꿔놨다. 게다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2024년 경제 전망을 감안할 때 외식업체들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온라인 주문이나 키오스크 등의 푸드테크 기술 활용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으며,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업체들은 서빙, 조리뿐만 아니라 경영관리 통합 솔루션으로 확장함으로써 가중되고 있는 인력난과 치열한 경쟁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원산지를 정확히 공개하고 친환경, 동물복지 등 식품 인증 제품의 사용이 차별점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으로 소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는 원산지 표시 위반을 집중 점검하고 있으나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은 그만큼 크게 존재한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원산지 표기는 소비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해야 하며 친환경, 동물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식품 인증 제품 사용은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의 니즈가 더욱 복잡해졌다. 다양한 형태의 시장 세분화를 통해 타깃 시장을 분명히 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평균이 실종된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에서 보다시피 사회 구성원 다수의 일반화된 전형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메뉴 구성, 가격, 판매 방법, 운영 시간, 지역, 유통 채널, 나이, 디지털 숙련도, 정보 습득 원천 등 무수히 많은 기준으로 시장의 세분화가 가능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소비자 집단(알파세대, 신중년, 뉴트로, 체리슈머 등)이 새롭게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튼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자기 업체의 타깃 시장을 분명히 하면서 적절한 상품 및 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이제 품질, 청결, 친절한 서비스는 당연한 것인 만큼 명확한 콘셉트와 아이디어에 의한 인테리어 및 경험 요소 배치를 통해 고객이 찾아오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서 사례로 든 교촌필방, 살라댕템플처럼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고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고 구전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치소비와 불확실성 완화를 위해 타인의 경험을 보고 니즈가 유발되는 형태로 소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해야 할 이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다수의 사람들에게 나만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군중심리(FOMO Syndrome)를 자극할 수 있다.

다섯째, 건강을 고려한 메뉴 구비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건강관리가 가능한 저탄수화물, 저염식 음식 메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의 보고에 따르면, 2008년엔 국내 채식 실천자가 약 15만 명 수준이었지만, 2022년엔 250만 명으로 늘어 16배 이상 급증했다.

세븐일레븐은 버터, 달걀, 우유를 사용하지 않은 ‘브이브레드(Vbread)’라는 식물성 크림빵을 출시했으며,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통해 식물성 재료로 만든 피자와 만두,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농심의 ‘베지가든’과 풀무원의 ‘식물성 지구식단’과 같이 식품 기업들도 비건식 메뉴를 출시하는 추세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제품 다각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2024년 경제 전망도 밝게만 바라볼 순 없다. 불안정한 대외 환경이 언제 다시 강한 추위를 몰고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변화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새롭게 대두되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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