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4.01. P.40-43 Local Analysis]

한산한 강남 상권 ⓒ한국외식신문
한산한 강남 상권 ⓒ한국외식신문

editor 창업통TV 김상훈 대표

2024년 청룡의 해가 시작됐다. 언택트 소비와 배달음식의 전성기였던 코로나 시대의 그림자도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 고임대료 등의 고비용 여파로 외식시장 불황의 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전국의 70만 음식점 경영자들은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 곡선을 유지하고 있는 음식점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단골 고객층의 반복 구매율을 높이는 고객 유입 전략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문제는 매출 그래프가 보합 하향세를 보이는 음식점들이다. 새해가 밝았음에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단골 고객층의 재방문 횟수가 줄고, 신규 고객층이 증가하지 않는 음식점들이다.

신규 고객층 확보를 위한 새로운 경영 전략 카드를 내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주력 메뉴에 대한 만족도까지 떨어진다면 새로운 간판이라도 내거는 과감한 업종 변경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매출이 부진한 음식점들의 불황 타개책 중 하나는 브랜딩 전략 강화다. 

브랜딩 전략이란 내 가게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내 가게의 품격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불러 모으는 과정이기도 하다. 2024년 새롭게 주목받는 음식점 브랜딩 전략의 디테일한 코드를 살폈다.  

음식점 브랜딩의 첫 단추는 상호 디자인이다. 내 가게의 상호 경쟁력부터 체크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용한 상호라면 상호 자체를 새 상호로 바꾸기보다는 상호 디자인 개선이 우선이다. 상권에 나가보면 새롭게 간판을 정비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간판을 바꾸기도 하고, 노후된 간판을 새 간판으로 바꾸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내 가게의 품격 높이는 캘리그라피 브랜딩 

문제는 어떠한 상호 디자인과 간판 디자인으로 포장해서 바꾸느냐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고객을 불러 모으는 간판 디자인, 상호 디자인의 방법 중 하나로 캘리그라피 사인 디자인을 강조해왔다. 컴퓨터 서체가 아닌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디자인한 캘리그라피 상호 디자인은 음식점 브랜딩의 가장 유효한 상호 디자인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캘리그라피 상호 디자인은 캘리그라피스트의 역량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연출된다.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상적인 캘리그라피 디자인으로 세팅된 간판도 있지만, 그 반대 사례도 많다. 특히 음식점 상호 디자인의 핵심은 갈 곳 많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이 첫 번째다. 이를 위해선 유려한 디자인 품새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독성이 수반돼야 한다. 어떤 음식점인지 한눈에 알아보게 해야 한다. 

캘리그라피로 치장했지만 무슨 음식점인지 간파하기 힘들다면 좋은 상호 디자인이 아니다. 캘리그라피 상호 디자인을 통해 간판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내 가게로의 고객 흡인력은 자연스럽게 증대된다. 고객 흡인력 증대는 내점 고객 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캘리그라피 디자인 간판으로 교체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신규 고객을 주목시키고 매장 안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변별력 있는 캘리그라피 파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비전문가의 손길로 포장된 어설픈 캘리 디자인이 폰트 디자인보다 못한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서투른 캘리그라피 이미지는 브랜딩 효과로도 연결되지 못한다.

캘리그라피 디자인의 완성은 그래픽 디자이너의 손길로 마무리돼야 한다. 캘리그라피 상호 디자인 작업과 함께 내 가게의 상징적인 로고 이미지 삽입도 필요하다. 한 줄의 슬로건이라도 배치하고 낙관 이미지도 배치한다면 유입력을 높이는 내 가게의 캘리 디자인 품격을 완성할 수 있다. 

구매욕과 직결되는 음식점 서사 마케팅 전략

음식점 브랜딩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축은 내러티브 마케팅, 즉 서사(敍事) 마케팅이다. 내 가게에 정통성과 재미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 외식시장 환경을 고려한다면 개별 음식점의 서사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구매 파워와 직결된다. 외식 소비자들은 혀끝의 만족도만으로는 감동하지 않는다. 최초 구매 의사를 가지게 되는 시발점은 해당 음식점의 재밌는 서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서사 마케팅은 스토리텔링 마케팅과도 연동돼 있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 음식점인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쉽게 확인해볼 수 있는 시대다. 스토리텔링과 서사 마케팅의 첫 단추는 앞서 언급했던 캘리 디자인과 결합돼야 한다. 캘리그라피 상호와 연동된 한 줄의 참신한 슬로건 만들기부터 신경 써야 한다. 상호만 덩그마니 배치하는 것보다는 상호 윗단에 위치한 한 줄의 카피 문구가 직접적인 구매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면 품격 있는 캘리그라피 상호 위에 ‘술맛 나는 분위기가 좋은 삼겹살집’, ‘도축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질 좋은 곱창집’, ‘손으로 직접 빚어낸 칼제비 전문점’, ‘울 엄마표 김치가 있는 밥상집’, ‘어부의 딸이 운영하는 횟집’ 같은 한 줄의 서사를 곁들인다면 고객들은 일단 사진부터 촬영한다. 당장 구매하지 않더라도 구매를 예약할 수 있다. 

유려한 캘리그라피 디자인과 슬로건을 보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스토리와 만나야 한다. 매장 벽면이나 유휴 공간에 음식점에 대한 소소한 스토리를 정리해서 부착하는 이유다. 버라이어티한 경영자의 사업 스토리를 재밌게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대표 메뉴의 뒷이야기, 곁들이찬 이야기, 원재료와 원산지 이야기 등을 친절하게 정리해서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음식점의 서사 마케팅, 즉 내러티브 마케팅은 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소비자들에겐 찍을 거리로 인식된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내용을 읽어보기도 하고, 사진 촬영이나 영상 촬영을 통해 자발적인 마케팅 효과로 연동될 수도 있다. 음식점의 서사 마케팅은 요즘처럼 SNS 마케팅이 중요한 국내 외식시장에선 경영자들의 필수적인 마케팅 전략이자 음식점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다. 

음식점 사장의 브랜딩 vs 음식 메뉴 브랜딩

음식점 브랜딩의 마무리는 사진 촬영이다. 사진 촬영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음식 사진 촬영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점 사장의 연출 사진 촬영이다. 

사진 전문가를 통한 개별적인 메뉴 사진 촬영은 음식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일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장의 연출 사진 촬영은 음식점 메뉴 사진 촬영만큼 중요하다. 음식점 경영 인생을 한 컷의 사진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많은 사진 촬영을 통해 사장 브랜딩을 가장 잘한 케이스 중 하나라고 본다. 

음식점 사장의 사진 촬영 콘셉트는 어떻게 잡는 게 좋을까? 복장을 갖춰 입고 주방에서 조리하는 과정의 한 컷을 잡는 것도 괜찮다. 원재료를 수급하는 과정,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과정을 스냅 사진으로 촬영할 필요가 있다.

증명사진 스타일의 사진 촬영은 재미를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다. 따라서 반드시 자연스럽게 매장에서 일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 사진 촬영이 중요하다. 다음은 사장의 스냅 사진을 활용한 스토리보드 제작으로 연결돼야 한다. 

정리하자면 사진 촬영 자체는 브랜딩의 완성이 아니다. 반드시 디자이너와 함께 해당 사진 데이터를 활용해 음식점의 메뉴 보드 제작, 이미지월 제작, 사장과 음식점의 스토리보드 제작 등으로 연결돼야만 브랜딩이 완성된다. 

음식점 브랜딩 전략의 마지막은 SNS 마케팅과 유튜브 마케팅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음식점 브랜딩 전략은 불황 타파의 중요한 동력이자 지속 가능한 경영을 견인하는 중요한 장치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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