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사람 2024.02. P.46-49 Local Analysis]

소스에 면을 찍어 먹는 베트남 요리 '분짜' ⓒ한국외식신문
소스에 면을 찍어 먹는 베트남 요리 '분짜' ⓒ한국외식신문

editor 창업통TV 김상훈 대표

하노이와 호찌민 상권을 비교해보면?

베트남 인구는 올해 1억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2배가 많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상권에 거주하는 실제 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한다. 경제성장률은 놀랍다. 2022년 8.02%, 2023년 경제성장률도 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도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1억 인구 중 평균연령은 32세다. 우리나라 평균연령은 44세다. 인구 피라미드 측면에서도 10~30대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은 역동적인 나라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노이나 호찌민의 백화점에 가보면 유아복 브랜드가 1층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 출산율은 1인당 1.95명, 우리나라는 0.8명이다. 

베트남 여기저기에서 대단위 아파트 건설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다. 오토바이 보유 대수는 4600만 대에 달한다. 인구 2명당 1대의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든, 음식점이든 오토바이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창업시장을 엿볼 수 있는 상권에 가보면 활기를 느낀다.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 수는 2022년 기준 9288개에 달한다. 2024년 베트남 외식 상권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베트남 수도는 북부의 하노이다. 남부 호찌민은 경제수도로 불린다.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의 거리는 무려 1700km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 직선거리 325km의 5배 정도 된다. 하노이와 호찌민은 같은 나라지만,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나 모양새는 너무나 다르다. 날씨부터 다르다. 호찌민은 1년 내내 여름 날씨인 27~34℃ 수준인 반면 하노이는 우리나라 겨울철엔 15~20℃의 가을 날씨다. 하노이의 여름은 40℃를 넘나드는 고온다습한 기후를 보인다. 

상권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시장조사 관점에서 어느 도시부터 살펴야 하는지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 외식시장을 체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지사 하노이나 호찌민부터 살펴야 한다. 호찌민 상권은 사이공 시절부터 자본주의를 일찍 경험한 도시다. 개방적인 분위기는 하노이보다 더 강하다. 

반면 하노이는 베트남의 전통적 가치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한국 비즈니스맨 입장에선 가려진 곳이 많은 보수적인 도시로 보인다. 하지만 가려져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은 미개척 분야가 그만큼 많다고 볼 수 있다. 시장조사 관점에선 그런 부분이 더 매력적인 측면도 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교민은 20만 명에 달한다. 호찌민에 13만 명, 하노이에 7만 명 정도가 거주한다. 두 도시엔 각각 한국 교민 상권이 존재한다. 호찌민의 한인타운 상권은 7군의 푸미흥 상권이고, 하노이 교민 상권은 미딩송다 상권이 대표적이다. 상권 규모는 푸미흥 상권이 더 큰 반면 상권의 응집력은 미딩송다 상권이 더 강하다. 

베트남 상권은 코로나19 사태 3년 동안의 불황기를 보내고 재반등세에 진입했다. 베트남 현지인을 타깃으로 하는 로컬 상권뿐만 아니라 교민 상권도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다. 

하노이 미딩송다 교민 상권의 외식시장 동향

외식시장 관점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주목받는 상권은 하노이의 대표적인 교민 상권인 미딩송다 상권이다. 미딩송다 상권 뒷골목의 업종 분포부터 살폈다.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 호황 아이템은 한국 스타일의 고깃집이다. 미딩송다 상권의 첫 번째 수요층은 하노이 거주 한국인이기 때문에 소나 돼지고기 메뉴를 서비스하는 고깃집이 대표적인 호황 업종이다. 

특히 내공 있게 한국 스타일의 소·돼지고기를 같이 판매하는 숯불갈비집, 정통 삼겹살집, 신세대를 대상으로 한 호떡, 핫도그, 붕어빵 같은 한국형 길거리 음식 업종도 호황이다. 횟집이나 참치 전문점 같은 바다요리집도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로 회복된 상황이다. 

이 밖에도 곱창집, 족발집, 삼계탕집, 국밥집, 부대찌개 등 웬만한 한국 음식점들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미딩송다 상권에서 카페 또한 한국 스타일 카페와 베트남 스타일 카페가 경쟁하면서 속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하이볼 주점도 생겼다. 미딩송다 상권이 한국의 외식 상권과 다른 점 하나는 외식 상권과 조화를 이루는 판매업, 서비스업 아이템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 생필품을 판매하는 K-마켓은 베트남 전역에 140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미딩송다 상권의 또 다른 호황 업종은 의류 및 잡화 매장이다.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명품 브랜드가 붙여진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한국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쇼핑 명소이기도 하다. 서비스업 중에서 최고의 호황 아이템은 마사지 전문점이다.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인건비 구조 때문에 가능한 아이템으로 판단된다. 

요즘 우리나라 창업시장 분위기는 ‘잔뜩 흐림’이다. 2024년에도 나아질 분위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세가 크다. 외식 창업자들은 고물가로 원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매출을 올려도 남는 게 적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신규 창업자들은 고금리 영향으로 은행 대출을 꺼려하면서 창업시장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반면 베트남 창업시장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한국인들에게 베트남 상권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1억 베트남 현지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요즘 베트남에 가면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베트남인들은 한국어만 구사하면 인건비가 두 배로 올라간다. 하노이국립대나 호찌민 인문사회대의 한국어학과는 베트남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학과다. 

베트남 시장 진출 시 살펴야 할 것들

잘 따져봐야 할 것도 있다. 음식점 매출 구조를 보면 식재료 원가는 30% 정도다. 우리나라보다 10% 이상 낮게 책정된다. 인건비 또한 매출액의 15%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25~30%에 달하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반면 월 임대료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매출액 대비 10~15% 수준이다.가장 중요한 음식점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우리나라의 경우 20% 남기기도 어려운 반면 베트남 상권에선 30%가 가능하다. 

위험 요인도 있다. 출점 콘셉트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교민 상권에서 영업할지, 베트남 로컬 상권에서 현지인 수요를 공략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현지인 공략도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같은 외부적 시장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현지인을 공략했던 하노이 ‘진로BBQ’ 같은 음식점은 코로나 시기에 직영점을 4곳으로 확장했다. 반면 교민층만 공략한 음식점들은 폐업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현지인 공략을 위해서라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은 베트남어 랭귀지 코스라도 공부한 다음에 창업해야 한다. 물론 한인 상권에서 창업한다면 한국말만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임대료가 비싼 만큼 부동산 계약 관련 문제, 사업자 명의자 등록도 잘 따져야 할 사항이다. 

로컬 상권에서 마케팅은 필수다. 베트남에선 아직도 페이스북 마케팅이 강세다. 유튜브·틱톡 마케팅도 커지고 있다. 동시에 베트남인의 생활습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파티 문화에 익숙한 민족이다. 한 달 인건비가 50만 원이 안 되는 사람들도 100만 원 넘는 아이폰을 구매하고, 생일잔치 비용으로 큰돈을 지불한다. 15세만 되면 오토바이를 구입해 경제적 자립을 하는 나라다. 베트남 시장은 우리나라 창업자들에겐 분명 기회 요인이 많은 상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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