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이 외식업체에 미치는 영향

[음식과 사람 2017-8 P.40]

 

▲ 이미지 = Pixabay

 

▶ 사용자 인건비 증가하거나 서비스 품질 하락 우려

▶ 근로자 급여 되레 줄어들 수 있어

▶ 정부 새로운 일자리 창출 가능성 희박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청사진을 담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안’이 외식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근로시간 단축안이 통과되면 예외조항의 적용을 받던 외식업체 역시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된다. 향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국내 외식업계의 근로 형태와 임금 변화를 미리 예측해보았다.

 

editor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정부 추진 근로시간 단축안, 주요 내용은?

•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

(소정근로 40시간 + 초과근로 12시간 = 52시간)

• 근로시간 예외조항 삭제

• 근로기준법에 1주를 7일(월~일요일)로 명시

새 정부 들어 공론화된 여러 쟁점들 중에서도 최대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근로시간 단축’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의 배경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전 세계 여느 국가와 견줘도 월등히 긴 근로시간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근로자의 연간 총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멕시코(2228시간)와 코스타리카(2216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으며, 독일(1371시간)의 약 1.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새 정부가 천명한 ‘근로시간 단축’의 이면에는 또 다른 논리가 내포돼 있다. 이름하여 ‘일자리 창출’이 그것이다.

과도한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줄어든 근로시간만큼을 새로운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해보면 가능할 성싶다.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하던 근로자가 8시간만 일하게 된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4시간의 공백을 메워야 할 테니 말이다.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정부는 오랜 기간 고착화된 ‘긴’ 근로시간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일까. 이는 역으로 지금껏 긴 근로시간이 가능했던 이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에는 근로시간에 대해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을 보면 약 179.4시간으로, 주당 41.9시간(1개월=4.285주)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수많은 고용주들이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타 법률들이 그러하듯, 근로기준법도 일부 예외(혹은 제외/특례)를 허용하고 있다. (표 1)

 

 

또한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제1항에 명시한 ‘1주’에 대해 지난 2000년 고용노동부가 노사 관행을 근거로 ‘법안에 명시된 1주를 평일 5일만 계산한 것이기에,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행정해석을 밝힘에 따라 사실상 주말 16시간(토·일 각 8시간)의 휴일근로가 허용돼왔다.

이에 따라 지금껏 근로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발의된 여러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근로시간 예외조항의 삭제’나 ‘1주를 7일(월~일요일)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밝힌 ‘근로시간 단축안’ 역시 이러한 방식을 통해 결과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현재의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 음식점 종사자 194만여 명, 업체당 인원은 약 3명”

• 전체 종사자 약 194만 명 사업주 + 가족(58만), 상용 종업원(61만), 임시·일용 종업원(74만)

• 종사자 4인 이하 음식점 87%

• 업체당 종사자 약 3명 – 사업주(가족) 1명, 상용 1명, 임시직 1명

그렇다면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근로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담은 ‘근로시간 단축(안)’이 우리 외식업계, 즉 종사자가 아닌 외식업체 사업주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외식업의 경우 현재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업종’에 해당되며(접객업), 전체 외식업체의 약 87%가량이 ‘종사자 4인 이하’이므로 이들 업체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에 해당되지 않을뿐더러,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근로시간의 연장 또한 가능한 실정이다.

휴일(토·일) 16시간의 근로가 허용돼온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안에 따르면, 소정근로 시간인 40시간에 더해 ‘노사 간의 합의에 따른 12시간의 연장근로’만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외식업계 종사자도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된다. 이제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향후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외식업체가 맞이하게 될 변화를 살펴보겠다.

먼저 국내 외식업체의 인력 현황을 고용노동부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2014년 기준으로 ‘사업주 본인, 무급가족 및 기타 종사자(이하 ‘사업주 및 가족’)’가 30.1%, ‘상용 근로자’가 31.6%, ‘임시 및 일용 근로자’가 38.3%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다음은 2015년 기준 국내 외식업의 전체 사업체 수와 전체 종사자 수에 위의 인력 구성비를 적용해 규모를 산출한 결과, 전체 외식업 종사자 약 194만 명 중 사업주와 가족이 약 58만 명, 상용 근로자가 약 61만 명, 임시·일용 근로자가 약 74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업체당으로 환산하면 전체 종사자는 2.96명이며 그중 사업주 및 가족이 0.9명, 상용 근로자 역시 0.9명, 임시·일용 근로자는 1.1명이 된다.

즉, 국내 외식업체의 일반적인 모습은 사장이나 그의 가족 1명이 상용직 종업원 1명과 임시·일용직 종업원 1명을 두고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국내 외식업체의 약 87%가 ‘종사자 4인 이하’인 것에 비춰볼 때, 실제 현장의 모습도 이러한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표 2)

 

 

근로시간 단축안, 음식점에 적용해본 결과는?

• 근로 형태 변화나 일자리 창출은? “글쎄”

• 인건비 부담은 “증가” → 1인당 약 43만 원 비용 증가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외식업 종사자의 근로시간 현황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 전체 종사자의 월간 근로일수는 21일, 근로시간은 175.6시간으로 나타났다. 종사 지위별로 살펴보면 상용 근로자의 경우 월간 23.5일에 걸쳐 205.5시간을, 임시·일용 근로자의 경우 월간 15.7일에 걸쳐 112.3시간을 근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1주를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상용 근로자의 경우 주간 5.5일에 걸쳐 48시간(소정 46.7, 초과 1.3)을, 임시·일용 근로자의 경우 주간 3.7일에 걸쳐 26.2시간을 근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즉,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안이 주당 ‘소정근로 시간 40시간’과 ‘초과근로 시간 12시간’을 합산해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바, 현 근로시간과 견줘볼 때 소정근로 시간은 약간 초과됐으나 초과근로 시간은 허용치에 한참 못 미쳐 결과적으로 총 근로시간이 최대 허용치인 52시간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정근로 시간의 초과분(46.7-40=6.7시간)이 초과근로 시간의 허용 잔여분(12-1.3=10.7시간)으로 조정·상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외식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존 근로자의 근로 형태 변화나 신규 일자리 창출의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급여에 있어서는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안이 주당 소정근로 40시간, 초과근로 12시간을 허용하고 있는바, 이를 월로 환산할 경우 월간 소정근로 171.4시간, 초과근로 51.4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앞서 제시한 가정에 따라 소정근로 시간 초과분 약 29시간이 50%의 가산금을 지급해야 하는 초과근로 시간으로 합산될 경우, 사업주는 상용직 근로자 1인당 약 41만 원가량의 급여를 더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급여 증가에 따른 사업주의 4대 보험료 부담금도 약 2만2860원가량 늘어나 총 43만 원 상당을 더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1) (표 4)

 

 

또 다른 방식은 주당 초과근로에 해당되는 34.1시간을 기존의 임시·일용직 근로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여기서 신규 채용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초과된 소정근로 시간이 월간 28.7시간으로 본래 초과근로 시간인 5.4시간을 더한다 해도 34.1시간(주당 8시간)에 불과해 상용직을 채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으며, 임시·일용직의 경우에도 사업주는 신규 직원의 채용보다 기존 직원의 활용을 선호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기존의 임시·일용직을 활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업주는 약 11만 원가량의 급여를 덜 지급하게 된다. (표 5)

 

 

누굴 위해 근로시간 단축하나?

• 사업주 입장 인건비 증가 → 수익성 악화

• 상용 근로자 입장 근로시간 동일 → 급여 증가하거나 오히려 줄거나

• 문제 – 기존 근로자의 업무 강도와 부담만 높일 우려

– 영세 자영업자 부담 가중 우려

– 4인 이하 사업장, 특정 업종 예외규정 폐기 재검토해야

지금까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추진에 따른 외식업계의 근로 형태 변화를 사업주의 선택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전자의 경우(상용직 근로자가 소정근로 외에 추가근로까지 담당할 경우)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단점을, 상용직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의 연장 없이도 급여가 증가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후자의 경우(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시·일용직 근로자에게 추가근로를 맡길 경우)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부가적인 인건비 부담 없이도 이전과 같이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상용직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은 줄어들지만 급여 또한 감소한다는 단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단지 재무적 논리만을 전제하고 있다. 즉,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직무 능력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다. 상용직의 업무를 당장 임시·일용직이 대체할 경우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식 있는 대다수 외식사업주들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비용 부담으로 차라리 ‘업종 전환이나 폐업’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외식업에 한정해서 볼 때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안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에는 일부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자리 창출’에는 그리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기존 근로자의 업무 강도와 부담만 높이는 부작용 역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온전히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법정 근로시간의 적용에 있어 ‘4인 이하 사업장’과 ‘특정 업종’에 예외를 둔 연유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합당한 근거와 철저한 검증을 통해 만들어졌을 ‘예외규정’을 폐기하려 한다면, 그 규정을 만들어야 했던 사정이 현 시점에서 완전히 해소된 것인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외식업은 여전히 공중의 편의나 업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주 12시간 연장근로를 획일적으로 관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전히 열에 아홉은 상시 근로자가 4인 이하인 영세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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