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의 지면으로 떠나는 벤치마킹 투어

[음식과 사람 2017-8 P.62 Benchmarking Tour]

 

 

editor / photo 황광해

 

어떤 음식을 내놓아야 소비자들이 좋아할까? 정답은 없다. 정답 비슷한, ‘유사 정답’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유사 정답’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라” 혹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하라”이다. 이 글에 배울 만한 아이템도 있고, 도저히 따라 하기 힘든 전문적인 음식도 있다. 내 가게에 맞는 음식, 그 음식을 만드는 ‘힌트’는 있다.

 

"소박하지만 가슴으로 만드는 음식은 감동을 준다"

제주도 세화리의 작은 가게 ‘ㄷ’

▲ 이하 사진 황광해 제공

피자를 내놓는다. 이탈리아 식당은 아니다. 제주도산 흑돼지로 만든 흑돼지덮밥도 내놓는다. 한라봉을 얹은 ‘한라봉 피자’가 이 가게의 핫 아이템이다. 특정 음식을 고집하지 않으니 ‘○○ 전문점’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을 연 지 1년 남짓인데 손님들의 발길이 잦다.

주인은 조리사 출신이 아니다. 젊은 부부가 제주도가 좋아서 제주도로 왔다. 이런저런 업종을 찾다가 사는 집의 한 귀퉁이에 이동형 트레일러를 끌어다 놓고 음식점을 차렸다.

라면 정도 끓이는 평범한 남자였다. 제대로 할 줄 아는 ‘식당 음식’이 있을 리 없다. 현지 주민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제주도 전통시장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찾아낸 게 바로 한라봉과 흑돼지다. 이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대단한 조리 기술이 없으니 소박하고 정성스럽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제법 발길이 꾸준하다. 제주도 동쪽인 세화리에서 ‘세화맛집’으로 불린다.

‘작은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누구나 인정하는 제주도 특유의 식재료를 이용했다. 제주도에 오는 관광객들은 ‘제주도 음식’을 맛보길 원한다. 잘 만든 음식도 좋아하지만, 수수해 보여도 정성스럽게 만든 ‘제주도 음식’을 좋아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가슴으로 만든 음식. 소비자들은 이런 부분에 감동한다. 여기에 제주도의 풍물을 더했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현지 식재료로, 제대로 만들어서 내놓는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조리사가 아니다. 현지의 식재료를 속이지 않고 수수하게 내놓는 음식이 오히려 선택을 받는다.

 

"단골손님들이 음식의 내용물을 정한다"

메밀 70%, 전분 30% 냉면을 내놓는 인천의 노포 ‘ㄱ’

외식업체 음식의 ‘내용’을 정하는 것은 주인일까, 아니면 주방일까? 대부분의 음식점은 주인 혹은 주방에서 음식의 내용을 정하고 그대로 내놓는다. 노포일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엉뚱하게도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음식의 내용물을 정한다. 메뉴도 그들이 정하고 음식물의 내용, 간, 형식 등도 그들이 정한다. 때로는 음식 가격까지 손님들이 정하기도 한다.

노포들을 다녀보면 “할머니, 아버지 시대에 내놓던 음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심지어는 40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손님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예전 음식과 달라졌다”고 타박(?)하는 일도 있다. 물론 아주 고마운 손님이긴 하지만 외식업체 주인 입장에서는 참 난감할 때도 있다. “내가 지금 사장의 할머니가 운영할 때부터 이 가게 단골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고맙지만 부담도 된다.

메밀 100% 면이 유행이다. 평양냉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뜨겁다. 메밀국수, 막국수, 냉면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평론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인천의 노포 ‘ㄱ’은 꾸준히 메밀 70%, 전분 30%의 면을 내놓는다. 메밀 100% 면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음식 칼럼을 쓰는 이들, 조리사, 외식업체 사장들이 지적해도 바꿀 수 없다. 주인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천의 노포 ‘ㄱ’이 바로 그러하다. 100% 면을 내놓고 싶지만 손님들이 완강하다. 여전히 메밀 70%에 전분 30%다. 메뉴를 손님들이 정한 경우다.

 

"요리사가 아니어도 대박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전북 익산 콩나물국밥 전문점 ‘ㅇ’

필자가 전주, 익산 언저리를 갈 때면 꼭 들르는 곳이다. 메뉴는 간단하다. 콩나물국밥 한 가지다. 전주 시내에는 유명한 콩나물국밥집들이 몇몇 있다. 방송에 자주 나오고 노포들이다. 손님이 많다.

전북 익산의 콩나물국밥 전문점 ‘ㅇ’은 전주의 유명 점포와는 달리 노포도 아니고 방송에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다. 언젠가 ‘국솥 위에서 고추를 말리는’ 집으로 소개한 적도 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주인이자 주방실장인 이가 꼼꼼히 챙긴다.

“나는 요리 전문가가 아니니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익산의 ‘ㅇ’ 주인도 요리사 출신이 아니었다. 지금의 가게를 하기 오래전에 서울에서 ‘대박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조리사도 아닌 사람이 서울 잠실 근처에서 음식점을 열었고 대박을 쳤다. 숙련된 조리사가 아니라 음식 초보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굳이 비법, 비결이라면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준, 기억 속의 맛있는 콩나물국밥’을 재현한 것이다.

아이디어와 비법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먹어본 음식 중 좋았던 것을 제대로 재현하면 히트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굳이 경력이 긴 전문 조리사가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나만 색다르게 해도 된다"

분당의 우동 닮은 칼국수집 ‘3’

주인이 오랫동안 외식업체의 주방 일을 했던 이다. 양식, 일식 등을 만진 솜씨가 몸에 배어 있다. 드디어 독립해서 자신만의 자그마한 가게를 차렸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집에서 내놓는 칼국수다. 가격은 3800원. 가격만 봐도 경쟁력이 있다. 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상가 건물의 외진 면에 가게가 있다. 가게 분위기는 깔끔하다.

주인이 주방에서 일한 경력은 길다. 외식업체 주인들 중에는 호텔과 대형 업소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모두 잘 팔리는 음식을 잘 내놓는 것은 아니다.

이 업소 대표의 경우 혼자서 면 공부를 5년 이상 했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꼬불꼬불한 칼국수 면을 찾았다. 꼬불꼬불한 면은 마지막 과정에 국수를 양손으로 힘껏 짜기 때문이다. 기계로 뽑은 국수를 한 번 더 손으로 꼭꼭 뭉친 다음 풀어서 삶는다.

비결은 우동을 만드는 것처럼 반죽 후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우동 만드는 과정을 알면 ‘우동 닮은 칼국수’ 만드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흔한 칼국수, 과연 어떻게 만들 것인가? 면을 다르게 만들거나 육수를 다르게 만드는 것도 좋다. 다른 가게와 색다른 고명을 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당의 칼국수집은 면을 색다르게 만들었다. 일본식 우동 면 만드는 방식을 차용했다. 전문 조리사가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면, 고명, 육수 중 하나만 색다르게 하더라도 주목받는 가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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