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사장이 직접 개발한, 고장 없는 가스점화기 ‘라이팡

[음식과 사람 2017-10 P.46 Cooperation]

 

▲ 라이팡 홈페이지 사진 캡쳐

식사 시간마다 음식점 주방은 전쟁터다.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초를 다퉈 음식을 조리해야 한다. 주방 화구마다 불을 붙인다. 그런데 갑자기 가스점화기가 작동되지 않는다. 탈칵, 탈칵 아무리 눌러도 불은 켜지지 않는다. 주방은 올스톱되고 급기야 라이터를 찾느라 부산해진다. 음식점이라면 흔한 풍경이다. 주방에서의 가스점화기 고장은 그만큼 흔한 일이고, 손님용 테이블에서 고장 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고장 나지 않는 점화기는 없을까? 이 질문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반영구 가스점화기 ‘라이팡’이다.

editor. 김선호 photo. 김성남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다!”

음식점 사장이 직접 개발한, 고장 없는 가스점화기

‘라이팡’ 김인석 대표는 10년 동안 음식점을 경영했다. 공단 지역에 위치한 특성상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정신없이 몰려왔다. 그럴 때 가스점화기가 고장 나면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급한 대로 가스라이터를 화구에 가까이 대고 사용하거나 신문지에 불을 붙여 사용하기도 했다.

휴대용 토치램프를 주방에 비치해두고 쓰기도 했다. 어떻게든 불을 붙이려고 한 일이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가스점화기를 10개씩 구입해서 고장 날 때마다 버리고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한창 급할 때는 새 가스점화기를 찾을 시간조차 여의치 않았다.

음식점 주방에는 물과 기름이 곳곳에 있다. 가스점화기를 사용하고 놔두면 점화기가 물에 젖거나 기름때에 오염되기 쉽다. 불을 붙이는 끝부분이 오염되면 가스가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대부분 주방에서 쓰는 가스점화기의 수명은 길어야 3개월이다. 혹시나 하고 2만 원이 넘는 건전지를 사용하는 고급 가스점화기도 써봤다. 그것도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주방의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대가 어느 땐데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 만들까 싶었어요. 고장이 안 나는 가스점화기라면 비싸도 사겠다는 생각을 했죠.” (김인석 대표)

급할 때마다 가스라이터를 찾아 불을 켜면서 ‘라이터를 이용한 가스점화기는 없나? 그런 걸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홍보용으로 여기저기서 받은 1회용 라이터는 어느 음식점이건 널려 있다. 구입한다고 해도 가격이 저렴하다. 점화율이 높고 품질도 안정적이다. 문제는 뜨거운 화구 가까이 라이터를 갖다대는 게 힘들다는 점이다.

‘라이터 끝에 뭔가를 길게 달아서 라이터를 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김 대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딸의 장난감 전자오르간이 보였다. 다리 안에 라이터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인에게 물었더니 딸이 이제는 오르간을 안 쓴다고 했다. 당장 다리 2개를 분해해서 친구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가져갔다. 다리를 반으로 자르고 그 안에 1회용 라이터를 넣었다. 공장에 있는 플라스틱을 깎아서 방아쇠를 만들었다.

 

▲ '라이팡' 김인석 대표

“그래, 바로 이거야! 우리가 찾던 점화기!”

사용해본 음식점마다 ‘엄지 척’

딸의 전자오르간으로 반나절 만에 만든 가스점화기를 주방에 가져갔다. 주방에서는 ‘이건 뭐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몇 번 사용해보더니 표정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기존의 가스점화기는 놔두고 전자오르간 다리로 만든 점화기만 찾았다.

주변에서 음식점을 하는 지인들은 새로운 가스점화기의 진가를 바로 알아봤다. 가스점화기의 잦은 고장에 지쳐 있는 사람이 김 대표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자기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졸랐다. 시제품을 만드는 곳에 설계와 디자인을 의뢰해 샘플 제품을 몇 개 만들었다. 이름을 ‘라이팡’이라고 지어서 음식점을 하는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번 라이팡을 사용해본 사람은 기존의 가스점화기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몇 개 더 달라는 친구들도 많았고, 일면식이 없는 음식점에서도 연락이 와서 “우리도 달라”고 졸라댔다.

음식점을 하는 친구들은 만들기만 하면 사줄 테니 어서 빨리 사업화하라고 김 대표를 부추겼다. 주변 사람들의 맹목적인 지지에 떠밀리다시피 본격적인 라이팡 사업에 뛰어들었다.

 

“타지 않고, 깨지지 않고, 반영구적인 점화기!”

개머리판 소재로 만들어 강도 높아

이왕 만들 거면 완벽하게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라이팡의 소재를 일반 플라스틱에서 라이온 글라스로 바꿨다. 라이온 글라스는 열에 무척 강한 고급 소재다. 소총 개머리판이나 측정기구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강도가 높고 충격에 강하다. 물과 기름에도 잘 오염되지 않는다. 방아쇠를 개선해서 더 작은 힘으로도 당길 수 있게 했다. 라이터의 크기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치도 추가했다. 몇 달의 테스트 끝에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라이팡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품화된 라이팡은 기존 가스점화기와 차별되는 장점을 가졌다. 첫째, 라이팡은 반영구적이다. 사용하다가 끝부분이 오염돼서 불이 붙지 않는다면 1회용 라이터만 갈아주면 된다. 흔한 1회용 라이터만 있으면 라이팡은 반영구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라이팡이 있으면 주방의 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라이팡은 내열성과 내구성이 높다. 강력한 라이온 글라스 소재로 만들어서 웬만해서는 파손되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도 멀쩡하고 밟아도 잘 파손되지 않는다. 불에 직접 닿아도 오랜 시간이 아니라면 타거나 녹지 않는다. 물에 빠져도 건져서 물기를 털어내고 1회용 라이터만 교체해주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 구조가 간단해서 고장도 잘 나지 않고 쉽게 고칠 수 있다. 개발 초기에 테스트용으로 친구들에게 제공했던 라이팡은 1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멀쩡하게 사용 중이다.

셋째, 라이팡은 경제적이다. 라이팡은 가장 저렴한 기존 가스점화기보다 2, 3배 비싸다. 하지만 라이팡의 수명이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몇 배나 경제적이다. 1회용 라이터도 크기에 관계없이 아무것이나 사용할 수 있어서 경제성이 높다.

넷째, 라이팡은 작은 힘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가스점화기는 버튼식과 방아쇠식이 있다. 두 방식 모두 힘이 많이 들어서 손가락이나 손목에 무리가 간다. 라이팡은 권총과 같은 방아쇠로 기존의 방식과는 비교가 안 되게 힘이 들지 않는다.

“아직 마케팅이나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지만 써본 분들은 라이팡의 진가를 알아주세요. 너무 좋은 물건이라며 여러 개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는 분들도 많아요. 이미 수개월 동안 사용해본 지인 중에는 ‘너무 튼튼해서 평생 쓸 것 같은데, 이래서야 김 사장이 돈을 벌 수 있겠느냐’고 걱정해주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그렇다고 허접하게 만들 생각은 없어요. 대한민국 음식점들이 ‘라이팡’ 하나로 평생 불 걱정 안 하고 지낸다면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최근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미국, 일본 등지에서 바이어가 찾아와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안팎으로 라이팡의 진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으니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라이팡 홈페이지 www.lightpang.com

☎ 053-802-2223

주소 : 대구 동구 신서로21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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