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의 지면으로 떠나는 벤치마킹 투어

[음식과 사람 2017-10 P,62 Benchmarking Tour]

 

▲ 이미지 = Pixabay

외식업체 대표들은 늘 “어디 가서, 뭐 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식부터 경영 기법까지 배우고 싶은 것은 많다. ‘잘나가는’ 가게 주인은 시간, 경비가 넉넉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가게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각 지역별·음식별로 ‘지면 벤치마킹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정상 못 가보는 분들이 ‘힌트’라도 얻기를 바란다.

 

editor. 황광해

 

‘일점돌파 전면전개(一點突破 全面展開)’. 일본 경영인들이 잘 쓰는 표현이다. “잘할 수 있는 하나를 성공시킨 다음에 그 성공을 전면적으로 확대한다”는 개념이다. 강자보다는 약자,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선택하는 전술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전면전을 하기는 버겁지만, 상대의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구멍이 생긴다. 그 구멍으로 뚫고 들어가서 배후에서 전선을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외식업체들, 힘들다.

인건비가 오르고, 그런데도 종업원 구하기는 더 힘들다. ‘가족 경영’이면 인건비 걱정이라도 어느 정도 덜겠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임대료, 식재료비, 인건비, 제세공과금 어느 것 하나 줄이기는 힘들다. 설상가상 매출은 더 떨어진다. 불황의 골이 깊다. 다들 걱정이다. 그동안 대박이었던 가게들마저도 힘들다.

‘일점돌파 전면전개’를 제안한다. 메뉴를 줄이고 줄이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하나만 잘 해보자. 하나의 메뉴가 인기를 얻고 돋보이면 다른 메뉴들을 통한 매출도 뒤따라온다. 인원도, 식재료비도, 메뉴도 모두 줄일 만큼 줄여보자. 잡화점식 경영은 힘들다.

‘일점돌파, 전면전개’.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집들을 보자. 그나마 불황의 터널을 잘 지나가고 있는 집들이다. 메뉴가 간단하면 인건비, 식재료비가 줄어든다. 임대 평수를 줄일 수 있으니 임대료도 결국 줄어든다. 소개하는 가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집들에서 나만의 아이템,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자는 제안이다.

 

“돼지고기 곰탕 하나만 내놓는다”

[옥동식]

이미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 돼지고기를 잘 고아내는 곰탕 전문점이다. 전문점이랄 것도 없다. 메뉴가 달랑 이것 하나다. 저녁에 간단한 술안주를 내더니 그것도 버겁다고 줄였다. 점심에는 명실공히 단일 메뉴다. 굳이 따지자면 ‘특’이 있다. 고기의 양이 넉넉하다.

‘돼지고기로 만든 곰탕’은 서울, 중부권 사람들이 썩 내켜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서울 사람들은 ‘돼지고기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남쪽 특히 영남권 사람들은 돼지국밥을 즐겨 먹지만 서울, 중부권 사람들은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혹은 순댓국에 들어가는 순대 정도는 받아들이지만 돼지고기 국밥은 어색하게 생각한다.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돼지곰탕을 내놓는다. 넓은 의미에서는 돼지국밥이다. 오전 11시 30분에 가도 이미 10여 명의 대기자들이 있을 정도다. 성공적이다.

호텔 등 주방 경력이 제법 긴 오너 셰프가 운영한다. 창업 전에 오랜 시간 준비를 했다. 아이템을 정할 때 고민은 있었겠지만 음식, 메뉴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경우다. 버크셔K라는 돼지 품종을 정하고 시작부터 계속 한 가지 메뉴만 고집했다. 인건비, 운영경비 등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단일 메뉴에 깊은 정성을 쏟았다. 국물을 뽑아내는 기구도 맞춤형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대가 주목받으면서 초반부터 블로거들이 인터넷에 포스팅을 해 성공적인 창업이 가능했다. 돼지고기로 만든 곰탕이지만 맑은 국물을 내놓으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제대로 만든 곰탕 전문점”

[합정옥]

곰탕 이외에 몇몇 메뉴가 있다. 기타 메뉴는 모두 곰탕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수육도 있고 속대국도 있다. 수육은 곰탕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다. 가격으로 보자면 ‘수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곰탕이 나오는’ 셈이다. 당연히 수육이 단가가 비싸다.

이 가게는 곰탕을 전면에 내세웠다. 손님들은 곰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육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가게 입장에서는 곰탕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곰탕은 가격도 수육에 비해서 낮을뿐더러 수육과 달리 메인 식사 메뉴다. 손님들 사이에서 ‘제대로 만든 곰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손님 층은 상당히 다양하다. 주변 직장인부터 동료들끼리 모인 나이 든 세대까지. 멀리서 온 젊은 연인들이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곰탕은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믿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가까운 홍대지역에 온 젊은 세대들도 곧잘 모여든다.

몇 가지 메뉴가 있지만 ‘한우곰탕 전문점’으로 소개된 것이 성공 포인트다. 곰탕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메뉴는 궁중전 정도. 속대국은 배추 속대로 끓인 것이지만, 고기나 내포(내장) 등이 들어 있다. 곰탕, 곰탕용 재료들과 관련이 있는 셈이다.

 

‘평양냉면’으로 일점돌파

[제형면옥]

실제 가보면 ‘이런 외진 골목에 평양냉면집을 내다니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좁은 골목 안에 있다. 주차장도 넉넉지 않다. 길은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찾지 못한다.

자그마한 건물 2층에 평양냉면 전문점이 있다. 발상의 전환이다. ‘냉면집은 을지로, 장충동 일대와 강남, 분당에서 성공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바꿨다. ‘강북, 외진 노원구 일대에는 냉면집이 없으니 내가 평양냉면집을 내면 성공하겠다’로 생각을 바꿨다.

실제 성공했다. 방송에 출연한 적도 없고, 광고를 한 적도 없다. 그저 눈 밝은 몇몇 블로거들이 포스팅한 정도다. 지역의 손님들이 많다. 단일 메뉴 평양냉면을 위주로 마케팅을 하지만 실제로는 소고기·돼지고기 수육이 있고 만두, 빈대떡, 어복쟁반도 있다. 주력, 단일 메뉴는 역시 평양냉면이다. 함흥냉면을 내놓지 않고 평양냉면을 내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평양냉면은 두어 해 전부터 핫 아이템이 되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면 상당수의 젊은 층들이 쳐다보고 관심을 갖는다. 휘발성이 있는 아이템을 단일 메뉴로 내놓은 것이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평양냉면으로 ‘일점돌파’에 성공했다. 이 가게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제육 혹은 만두, 빈대떡 등을 추가 메뉴로 주문한다.

 

“간판부터 주력 메뉴를 내걸다”

[서울큰입탕]

2015년 11월에 개업했다. ‘큰 입’은 생선 대구(大口)를 말한다. 간판부터 대구탕 전문점이라고 써 붙인 셈이다. 조림 등 몇몇 메뉴가 더 있긴 하지만 손님들 대부분은 대구탕 전문점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한다. 대구탕 혹은 생대구탕이 주력 메뉴다. 간판에 ‘대구탕’이라고 크게 써 붙였으니 다른 메뉴는 상상하지 않는다. 대구탕 먹으러 왔는데, 대구탕이 맛있다. 손님들은 그때서야 ‘어, 이 집에 다른 메뉴도 있네. 이것도 시켜볼까?’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집의 밑반찬이다. 달랑 세 개다. 계절별로 다르겠지만 김치와 오이무침, 풀치무침 등이다.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대신 일반인들이 자주 접하기 힘든 풀치무침을 내놓는 것도 아이디어다. 메뉴와 반찬 가짓수를 모두 줄인 것이다. 식재료비가 줄면 당연히 반찬을 만드는 주방의 인력도 줄어들게 된다.

근래 남해안, 동해안의 대구가 비교적 풍년이었다. 반대로 명태의 경우 국산은 없고,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그나마 일본 원전 사고로 손님들의 선호도에서 밀리는 형세다. 러시아산으로 부족하니 알래스카, 캐나다 지역에서도 명태가 수입되고 있다. 명태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마당에 대구가 등장했다. 대구탕은 현 시점에서는 선택할 만한 괜찮은 아이템이다. 그걸 주력 메뉴로 내놓은 것이다.

 

[황광해]

음식평론가. 한식과 한식의 장(醬), 김치, 식초(食醋) 등에 관심이 깊다. 현재 동아일보에 ‘역사 속 한식 이야기’를 연재 중이며 <한국 맛집 579>, <줄 서는 맛집>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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