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임꺽정 부대찌개’

[음식과 사람 2018-1 P.54 Consulting]

 

 

지난 한 해, 잘 살아보겠다고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식당에 나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적 윤택함만을 뜻하진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치들을 온전히 누리고 주변의 존중을 받는 삶이 아닐까? 잘 살려고 열심히 일하지만 그럴수록 관계의 욕구와 문화적 욕구는 더 결핍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자신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일에 시간을 쓰고 싶지만 반복되는 바쁜 일상에 늘 뒷전이다. ‘임꺽정 부대찌개’ 임덕열·최영순 부부 역시 그랬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살아보려 발버둥쳐 닿은 곳이 김치찌개 전문점

1993년 임덕열·최영순 부부가 운영하던 슈퍼마켓 앞으로 도로가 나면서 건물이 반 정도 줄어들었다. 좁아진 점포에서 슈퍼마켓 운영을 포기하고 튀김 위주의 분식집을 시작했다. 주변의 아파트 공사로 먼지가 풀풀 날려 손님이 없었다. 그래도 좀 나아질까 싶어 두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긴 채 부부는 열심히 일했다.

1996년 일본식 정통 우동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우동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조금 공부하고 좋은 기계만 있으면 될 줄 알았다. 겁도 없이 인테리어와 기계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 벤치마킹도 하고 관련 책자로 공부하고 배워 겨우 맛을 냈다. 한시름 놓았다 했는데 이번엔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닥쳤다.

한 그릇에 5000, 6000원씩 하는 고급 우동을 사먹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에 달랑 한 그릇 파는 날도 있었다. 손님이 없으니 경비라도 아끼려고 부부는 두꺼운 옷을 입은 채 난방도 하지 않은 가게에서 버텼다. 어쩌다 손님이 왔다가 식당이 너무 추워 돌아갔다. 악순환이었다. 자가 건물이 아니었으면 진즉 파산했을 것이다.

무작정 견뎌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궁리 끝에 당시 유행했던 저가 삼겹살로 업종 전환을 했다. 기계와 설비에 또 투자를 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최상품 삼겹살을 구입해 직접 기계로 썰어 팔았다. 양질의 대패삼겹살을 싼값에 먹을 수 있게 되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2층 살림집까지 비우고 손님을 받았다. 그렇게 1년 반을 몸이 부서져라 장사를 했으나 손에 들어온 돈은 없었다.

2000년부터 대패삼겹살을 일반 삼겹살로 바꾸고 단가를 올렸다. 역시 손님은 가격에 예민했다. 단골들이 발길을 끊었다. 튀김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를 처음으로 채택했다. TV 맛집 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뒀다가 일 끝나고 집에 와 보면서 ‘비법’을 배웠다. 부부가 각각 유명 김치찌개 전문점에 다녀온 뒤 그 장점을 접목하기도 했다.

손님이 늘자 일주일에 50~100포기의 김치를 담갔다. 점차 김치찌개 메뉴를 참치·꽁치·부대찌개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는지 삼겹살보다 김치찌개를 찾는 손님이 더 많아졌다. 나중에는 간판도 ‘임꺽정 김치찌개’로 바꿔 달았다. 고깃집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 사진 외식경영 제공

 

[Problem] 쉴 새 없이 일만 했는데 …매출은 떨어지고

각종 김치찌개 메뉴 중 그래도 매출을 견인하는 것은 부대찌개였다. 송탄이나 의정부 등의 유명 부대찌개집들을 벤치마킹했다. 대박집들의 공통점은 푸짐함이었다. 2010년에는 점포 뒤편의 한옥도 매입했다. 마침 태풍으로 지붕이 내려앉아 지금의 형태로 점포를 통합해 리모델링하고 한 달 만에 재개점하기도 했다. 부부의 노력과 부대찌개의 약진으로 한동안 매출은 130만~140만 원대로 안정됐다.

메뉴 개발과 조리기술, 점포 운영까지 부부는 24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나름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가진 지식과 역량의 범주를 넘지 못했다. 식당 경영의 모든 요소들을 시스템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낭비 요소는 제거하고 매출액과 성과는 높이고 싶었다.

부부가 문제의식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역시 매출액 감소였다. 불경기 영향으로 매출이 차츰 하향세를 보였다. 그러던 차에 집 앞에 돈가스 가게가 생기면서 하향세가 고착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한 가지는 여유시간 확보였다. 그동안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20년 넘게 식당 일을 하면서 마음만 간절했지 한 번도 흔쾌히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했다. 평소 좋아했던 연극과 뮤지컬 관람도 하고 싶었다. 매일같이 ‘내일은 두 아이와 놀아줘야겠다’고, ‘이번 주말엔 점찍어뒀던 연극을 꼭 보러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 상태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새 아이들은 성인이 됐고, 보지 못한 연극들은 문화적 허기로 남았다. 부부는 일의 효율성을 높여 남은 시간을 이제라도 그런 곳에 쓰고 싶었다.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달했다.

 

[Solution] 스테이크 접목 등 부대찌개 강화 전략

김 기획자는 우선 메뉴를 점검했다. 불필요한 메뉴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메뉴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진단 과정에서 구현 능력이 뛰어나고 매출 기여도가 높은 메뉴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했다. 역시 부대찌개였다. 김 기획자가 보기에 김치찌개는 이곳 상권 내에서 한계가 분명한 메뉴였다. 이제부터는 차별화한 메뉴로서의 부대찌개를 강조하기로 했다.

옥호부터 ‘임꺽정 김치찌개’에서 ‘임꺽정 부대찌개’로 바꿨다. 김 기획자는 옥호 교체가 이번 컨설팅 작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점주와 손님 모두에게 이 집이 부대찌개 전문점임을 확실하게 해두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점포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자 그에 따라 간판 디자인을 바꾸고 P.O.P.도 새로 제작했다. ‘사리 추가 필요 없는 진짜 부대찌개’라는 문구는 손님들에게 푸짐함을 강렬하게 어필했다.

요리 전문가를 투입해 메뉴를 전반적으로 손질했다. 부대찌개는 좀 더 개선시켰다. 기존 부대찌개도 유명 전문점에 비해 손색없는 맛이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손을 보았다. 예컨대 미나리를 보강해 느끼함을 잡고 푸짐함을 더했다. 육수는 사골 등을 위주로 고급화했다. 메뉴를 ‘보통’과 ‘특’으로 양분해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골손님들이 예전 맛이 아니라며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김 기획자와 함께 새로 개발한 부대찌개의 품질을 믿고 밀고 나갔다. 차츰 손님들이 부대찌개 전문점으로 인정해줬다.

돈가스를 메뉴에 추가해 경쟁점으로 갔던 손님들 발길을 다시 끌어오기도 했다. 부부는 일식 돈가스로 하고 싶었지만 김 기획자는 경양식 돈가스를 제안했다. 결국 경양식과 일식 절충의 형태가 됐다. 빵가루를 두껍게 해서 내놓자 고객 반응이 좋아졌다. 뜨거울 때 먹을 수 있도록 돈가스는 포장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기획자는 소시지구이에 스테이크를 추가하기로 했다. 스테이크는 올드 메뉴다. 고기가 미국산 수입육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렇지만 부대찌개 역시 올드 메뉴다. 둘이 서로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평범한 메뉴인 부대찌개에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김 기획자는 생각했다. 요즘 ‘부대스테이크’는 다른 부대찌개 전문점들과 차별화해주는 ‘임꺽정 부대찌개’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다.

김 기획자는 낮에는 찌개와 돈가스 등 식사 메뉴 위주로, 밤에는 부대스테이크 위주로 판매하는 기본 전략을 세웠다. 블로그와 누리소통망(SNS), 그리고 인터넷 매체를 통한 홍보 활동으로 젊은 층이 고객으로 대거 유입됐다.

 

 

[After] 모처럼 뮤지컬 관람도 하며 ‘내가 삶의 주체’ 깨달아

부대찌개 메뉴를 좀 더 강화하는 동안 돼지불고기와 주꾸미 등 매출 기여도가 낮은 메뉴는 과감하게 뺐다. 모든 역량과 홍보를 부대찌개에 집중하려는 전략과도 상통하는 조치였다. 이들 메뉴는 시간과 손길이 많이 가는 메뉴이기도 했다. 재료 구매와 조리 등 작업량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메뉴 정비가 끝나자 KBS-2 TV ‘생생정보통’ 프로그램에서 먼저 반응을 보였다. 방송에서 구워먹는 부대스테이크를 소개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루에 50인분, 최고 380만 원까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최 대표는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점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하향세에서 매출이 상승세로 반전되고 조금이나마 시간 여유가 생기자 안주인 최영순 대표는 오래전부터 별렀던 뮤지컬을 모처럼 관람했다. 뮤지컬을 보고 돌아오면서 ‘내 삶의 주인공은 나’임을 절감했다. 현재 최 대표 부부의 장남이 대학에서 외식업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곧 국내 중견 외식기업에 입사할 예정이라 한다. 장남이 경력을 쌓으면 평양냉면 등 정통 한식집을 함께 운영할 꿈도 키우고 있다.

김 기획자는 자가 건물이어서 임차료를 내지 않는 대신 그 몫을 손님에게 돌려주는 점은 ‘임꺽정 부대찌개’의 큰 강점이자 경쟁우위 요소라고 지적했다. 향후 포장 판매 비율을 높이고 마케팅을 좀 더 강화하면 지금의 상승세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식당 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고 매출도 안정적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내면에서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권했다.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마음의 결핍들을 보듬어주고 살찌우는 일은 사업의 롱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