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점심·저녁용 메뉴판을 따로 구비한 일본 음식점

[음식과 사람 2018-2 P.41 World-wide]

 

요즘 한국에서 음식점을 하는 지인들과 전화 통화를 하다 보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분들이 많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데다, 식재료비와 임대료도 계속 올라 매출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음식값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나마 오던 손님도 발길을 끊게 될 것”이라며 펄쩍 뜁니다. 과연 그럴까요? 모든 고정비용이 올라가면 가격도 그에 맞게 올라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요?

높은 물가를 자랑하는 일본이지만 먹거리와 관련해서는 그다지 큰 불만이 없는 게 일반적입니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소득수준과 취향, 그리고 요리 종류에 따라 합리적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납득할 만한 가격대에 필요한 요리를 주문해 먹을 수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일본 음식점에는 합리적이고 다양한 가격이 존재합니다. 일본 음식점들이 어떤 방법으로 가격을 정하는지, 또 이것을 소비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실까요?

 

 

editor. 조선옥 요리연구가(일본) photo. 조선옥음식연구원 제공

 

[일본 식당의 승부수는 점심에서 시작!]

- ‘런치 타임’은 중요한 선전 수단이자 홍보 기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업소의 분위기와 맛,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

• 런치 타임 운영(보통 오전 11시~ 오후 3시, 대학가는 오후 5시까지 연장하기도)

• 통상 가격보다 20~30% 저렴하게

• 품목 제한해 효율 높여

• 반찬 제공, 공깃밥 무한리필, 커피, 샐러드바 등 서비스 차별화

일본의 음식 가격은 대부분 조식(아침), 런치(점심), 디너(저녁) 등 세 가지 시간대로 나눠 형성됩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것은 조식이고, 런치가 그다음이며, 디너는 통상 가격입니다. 따라서 업소마다 조식용, 런치용, 디너용 메뉴판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물론 모든 식당이 조식, 런치, 디너를 다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규동, 우동, 돈가스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패스트푸드점과 체인점은 24시간 영업을 하고, 보통 업소들은 오전 11시에서 11시 반에 오픈해 점심 메뉴부터 영업을 시작합니다. 사이제리아, 바미앙, 가스토, 조나산 등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을 비롯해 생선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돈가스 명물가게 등 본격적인 요릿집도 런치에는 통상 가격보다 20~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요리를 제공합니다. 라멘 가게의 경우에도 점심때는 별도의 가격을 설정하거나 공깃밥, 볶음밥, 만두 등을 곁들인 정식 메뉴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는 예도 있습니다.

또한 점심 메뉴는 품목을 제한해 효율을 높이면서 반찬을 제공하거나 공깃밥 무한리필, 커피 서비스 등 업소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직장인과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본격 샐러드바까지 제공해 건강에 신경 쓰는 현대인들과 몸매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의 인기를 얻는 곳도 많습니다.

이탈리아 요리를 제공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사이제리아의 경우는 통상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런치 타임으로 500엔에 각종 파스타와 고기 요리, 애피타이저 서비스로 샐러드와 수프까지 제공합니다. 여기에 110엔을 추가하면 무한리필의 드링크바까지 이용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여유 있는 식사가 가능합니다. 더욱이 대학교 근처의 점포인 경우 런치 타임을 무려 오후 5시까지 탄력 있게 연장 운영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런치 메뉴는 입소문을 타 일부러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영업 시작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먹거리에 관심이 높고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일본 사람들, 몇 시간이고 기다려서라도 직접 먹어보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블로그, 트위트, 페이스북 등 누리소통망(SNS)에 올려 입소문이 더욱 확산되고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길게 이어집니다.

잡지들도 인기 런치만을 다루는 특집으로 판매 부수를 늘리는데, 한마디로 일본 식당의 승부는 런치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런치를 통해 손님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업소의 분위기와 맛, 그리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 이들 손님이 단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업소로서는 중요한 선전 수단이자 홍보 마케팅이 바로 런치 메뉴의 개발과 정착입니다. 식당의 간판 얼굴로 무슨 메뉴를 내세울 것인지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녁 메뉴로 본격적인 매상 올리기!]

- 업소의 사활이 걸린 ‘디너 타임’은 곧 ‘골든타임’

• 디너 타임(보통 오후 5, 6시부터 시작)

• 다양한 술과 별미 안주 등 다채로운 메뉴로 구성

• 일본의 음주 문화=술과 안주로 시작한 뒤 가벼운 식사로 마무리

• 비싼 가격대에 걸맞은 맛과 퀄리티 제공

• ‘양보다 질’ 푸짐한 요리보다 정갈하고 세심한 요리

점심 메뉴는 대개 오후 2, 3시에 끝납니다. 오후 5, 6시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디너 타임에 앞서 휴식과 함께 저녁 예약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그 밖에 식재료 등을 준비합니다. 디너 메뉴에는 맥주, 사케,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이 곁들여지고 제철 해산물과 채소 등을 이용한 별미 안주 등 다채로운 메뉴가 많습니다. 특히 일본인은 식사를 한 뒤 술을 마시는 음주 문화가 아니라 술과 안주로 시작한 뒤 마지막에 가볍게 요기를 하는 식이 일반적입니다. 식사라고 해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면류가 많습니다.

디너 타임은 바로 업소의 본격 전쟁, 즉 가게의 사활이 걸린 매상을 올리는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하나라도 더 팔고 매상만 올리면 된다는 막가파식의 상도덕은 통하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비싼 가격대에 부합하는 맛과 퀄리티를 제공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우리 속담처럼 푸짐한 요리보다는 정갈하고 예쁘게 접시에 담긴 다양한 먹거리로 눈도 코도 즐거워 입까지 덩달아 행복해지는 음식 문화, 한마디로 ‘양보다 질’을 더 고집하는 요리 장인과 그런 장인의 세심한 배려까지 맛보고 평가할 수 있는 소비자가 만날 때 먹거리는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아침 굶지 마세요~ 국민 건강 책임지는 음식점!]

- 저렴한 가격에 영양 밸런스까지 챙겨주는 ‘조식 타임’

• 모닝 타임(오전 5~11시)

• 생계란덮밥(230엔), 생선구이 정식(450엔) 등 다양한 조식 메뉴 제공

• 다양한 반찬으로 영양 밸런스까지 고려

• 저렴한 가격, 간편하고 다양한 메뉴로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인기

마지막으로 모닝 타임의 ‘조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4시간 영업하는 패스트푸드점과 체인점의 경우 아침 시간대에 다양한 반찬 등으로 영양 밸런스까지 고려한 조식 메뉴를 제공합니다.

규동 체인점 마쓰야(松屋)는 오전 5~11시간대에 낫토, 계란, 김, 절임 등의 아침 정식(360엔), 소고기와 연어구이가 곁들여진 생선구이 정식(450엔), 소고기와 계란프라이, 소시지 등이 푸짐한 소시지에그 정식(400엔)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같은 규동 체인점 스키야(すき家)도 오전 5~11시간대에 생계란덮밥 정식(250엔)부터 낫토 정식(320엔), 베이컨아스파라거스 정식(350엔), 고등어구이 정식(390엔) 등 다양한 조식 메뉴를 제공합니다.

야마다(山田)우동은 오전 10시까지 아침 정식 메뉴로 계란밥 세트(250엔), 카레라이스 세트(350엔), 계란말이 정식(360엔), 낫토 정식 세트(400엔), 계란두부덮밥 세트(420엔)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나카우(なか卯)도 오전 5~10시 사이에 생계란덮밥 정식(230엔)부터 계란프라이 정식(250엔), 소고기덮밥과 우동 세트(390엔) 등 다양한 메뉴로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들과 학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돈가스 전문 체인점 마쓰노야(松乃家)도 오전 5~10시 사이에 돈가스 정식(400엔), 소시지에그 정식(400엔), 돼지고기된장국 정식(400엔) 등을 제공해 아침 영양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유명 패스트푸드점과 체인점들은 부담 없는 가격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 메뉴로 바쁜 현대인의 아침 밥상을 톡톡히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신입사원과 새내기들로 북적거리는 4월 신학기에는 별도로 닭튀김, 새우튀김, 반숙계란, 면 추가 등의 무료 쿠폰을 배포해 새로운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입학, 입사, 그리고 인사이동 등으로 새로운 환경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친숙한 체인점을 곧잘 이용하게 되고,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장기적인 단골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료 쿠폰의 공세는 봄날을 뜨겁게 달굽니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박리다매의 원칙만으로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힘듭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기호의 변화에 맞춰 시간대별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했을 때 ‘가성비’가 높아지고, 그 만족도는 손님들로 하여금 그 업소를 다시 찾게 만들 것입니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식의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손님의 눈높이에 맞춘 가격 설정을 지금부터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요? 단순한 숫자의 조정이 아닌 사랑의 수치로 서로 만족할 만한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식을 제공하는 한국 식당의 경우 해장국, 설렁탕 등 국물 요리가 주를 이루고, 가격 역시 아침, 점심, 저녁 관계없이 동일한 경우가 많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이제부터 간편하고 다양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 설정 등을 검토해보면 어떨까요?

 

 

[조선옥 요리연구가]

조선옥음식연구원장.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지향하는 요리와 섬세한 재료 사용으로 한국 음식은 단지 붉고 맵다는 일본인들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고 있다. 책, 방송, 요리 교실 등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떡, 김치, 전통과자 등 품격 높은 한국의 맛을 전수하고 있다. 한일농수산식문화협회 회장, 한바람 회장, 한식넷 부회장, 경상남도 함양산삼홍보대사, 경상북도 영양군관광홍보대사 등으로도 활동 중이며, <가장 쉬운 한국 요리>, <만능 엑기스로 엄마밥>,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한국 떡>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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