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이야기

[음식과 사람 2018-2 P.84 Food & Story]

 

요즘엔 제철 재료라는 말을 쓰기가 무색할 정도로 1년 내내 원하는 재료들을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한겨울 내내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달래야말고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재료가 아닌가 싶다.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달래는 냉이와 함께 봄나물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톡 쏘는 매운맛이 잠자는 미각을 깨워준다.

 

editor. 최은희 수원과학대 글로벌한식조리과 부교수

 

마늘의 매운맛, 특유의 향취 지닌 향신채

봄나물 비빔밥에 향긋한 달래양념장 듬뿍 넣어 슥슥 비벼 먹는 맛이나, 기름 바르지 않고 바삭하게 구워낸 김에 갓 지어 윤기 흐르는 밥과 달래양념장을 올려 먹으면 도망간 입맛도 싹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달래는 마늘, 파, 양파, 부추 등과 같이 백합과 알리움(Allium)속에 속하는 다년초로서 원산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이다. 땅 속에 난구형의 비늘줄기가 있고, 잎은 가늘고 흰 대롱 모양이며, 높이는 5~12cm로 여러 개가 뭉쳐서 난다.

역사가 긴 만큼 이름도 다양하다. 산에서 나는 마늘이라는 뜻의 산산(山蒜), 소산(小蒜), 야산(野蒜)으로 불렸고, 제주도에서는 ‘들의 마늘’을 뜻하는 ‘꿩마농’, ‘드릇마농’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야생하는 달래(蒜)라 하여 노비루(野蒜)라고도 불린다.

달래는 재배 작물이 아니었고 들판이나 야산에서 자생하는 산달래를 캐서 이용하던 채소였지만 최근에는 이른 봄에 시장에 판매할 목적으로 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다. 달래는 한 번 파종하고 관리를 잘하면 두고두고 봄에 이용할 수 있는 다년초 작물로,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어 맛이 맵고 특유의 향취가 있으며 마늘과 영양 및 효능이 비슷하기 때문에 무침, 장아찌, 적, 된장국 등으로 이용하며 술을 빚기도 한다.

 

불가에서 금하는 자양강장 음식

달래는 톡 쏘는 매운맛과 뛰어난 항암 성분으로 ‘작은 마늘’이라고 불린다. 독특한 향과 알싸한 맛으로 미각을 자극할 뿐 아니라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대표적인 봄철 건강식품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해 자양강장 음식으로 알려져왔다. 불가(佛家)에서는 이 강장 효과 때문에 달래를 파, 마늘, 부추, 흥거(양파와 비슷)와 함께 ‘오신채’라 하여 섭취를 금하고 있다.

달래는 알칼리 식품으로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신경을 안정시키고 자궁 출혈, 종기 및 타박상의 치료제로도 쓰였다. 또한 칼슘이 많아 빈혈과 동맥경화에 좋고, 칼륨이 몸속의 나트륨 배출을 도와 성인병을 예방한다. 칼륨은 나트륨과 결합해 밖으로 배출되므로 찌개, 국 등에 달래를 넣고 끓이면 염분 과다 섭취로 발생하는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소화 돕고 스트레스 풀어주는 ‘작은 마늘’

<동의보감>에는 달래를 소산(小蒜)이라 하여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속을 덥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멎게 하고 고독(독성 음식으로 인한 배앓이)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달래에는 비타민A, B1, B2, B6, C가 풍부하다. 달래에 들어 있는 비타민A는 피부의 점막을 정상으로 유지시키고, 바이러스로 생기는 병을 이기는 저항력을 높여준다.

또한 비타민C의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와 빈혈을 예방하며,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예부터 달래의 줄기와 수염뿌리를 잘 씻어 말린 후 소주에 넣고 밀봉한 뒤 두세 달쯤 지나 신경 안정과 정력 증진의 약술로 마셨다고 한다.

 

[Tip] 맛은 일품인데, 손질이 까다로운 달래 이렇게 손질하세요

달래의 아린 맛 중화시키기 달래 뿌리의 도톰한 부분에 3, 4갈래로 칼집을 내주거나 칼등으로 한 번만 으깨주면 아린 맛을 중화시킬 수 있다. 또는 소금물에 헹궈내면 아린 맛을 줄일 수 있다.

좋은 달래 고르기 달래는 산이나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요즘엔 다른 채소처럼 밭에서 심어 가꾸기도 한다. 봄에 산이나 들에서 캐는 달래가 매운맛이 강하고 맛이 좋으며, 알뿌리가 굵어 향이 강하다. 그러나 너무 굵은 것은 맛이 떨어지므로 중간 크기의 굵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잔뿌리가 적고 줄기 부분이 진한 초록색을 띠며 줄기가 마르지 않은 싱싱한 것으로 고른다.

달래 다듬기와 보관법 달래는 맛은 일품이지만 손질이 까다로워 장을 볼 때마다 들었다 놨다 고민하게 하는 재료이다. 뽀얀 속살이 보이도록 알뿌리 껍질을 벗겨주고 뿌리 쪽 검은 부분도 손끝으로 뜯어낸다. 생으로 먹기도 하므로 깨끗이 다듬어 씻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 사이에 흙을 씻어내고 뭉친 돌기를 떼어낸 뒤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는다.

달래는 맛과 향이 유지되도록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데, 줄기가 빨리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물을 뿌린 종이 타월에 싸서 냉장 보관한다. 단,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은희 수원과학대 글로벌한식조리과 부교수, 조리외식학 박사]

세종호텔 한식조리부에서 15년간 근무했으며, 부주방장으로 퇴직한 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실무형 인재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하는 해외 한식당 종사자 교육기관으로 선정돼 교육전담팀을 구성해 영국(런던)과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식 강좌를 개설했으며, 뉴질랜드의 해외 한식당 조리사, 홀서빙 인력, 현지인 및 현지 관련 단체에 한식의 최신 트렌드와 고급 조리기술, 주방 관리, 원가 관리 등 전반적인 한식 조리교육을 시행하는 등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수원과학대 글로벌한식조리과는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재단으로부터 한식 조리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됐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