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018-3 P.37 Easy Talk]

 

"괜찮다, 천일염은"

 

editor. 박태균

 

음식에서 소금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다. 소금은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도 필수 식품이다. 소금의 근원지는 바다로, 바닷물이 짠맛을 내는 것은 바닷물 속의 염분 때문이다.

바닷물의 염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왔다. 오래전엔 바다였던 곳이 사막화됐다가 다시 지각변동에 의해 땅속 깊이 묻혀 암염이 되기도 했다. 땅속에 묻혔던 소금이 지하수에 섞여 흘러나와 소금호수나 소금우물이 된 경우도 있다. 인간은 바닷물의 수분을 증발시키거나 암염광산에서 소금 덩어리를 캐내는 방법 등으로 소금을 얻어왔다.

인류가 언제부터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로마에선 이미 기원전 6세기에 정부가 소금판매권을 행사했다. 중국에서도 2500년 전 상고시대부터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채취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한반도에서의 소금 생산 기록은 상당히 늦어 고려 태조 때 ‘도염원’을 설치해 소금 전매제를 실시하고, 국가 재정의 원천으로 삼았다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과거엔 갯벌 천일염이 소금을 대표했다. 최근엔 정제염에 조미료(MSG 등)를 10% 정도 코팅한 뒤 건조시켜 포장한 맛소금, 수입 천일염에 국내산 천일염을 10% 정도 섞어 물에 녹여 가열한 뒤 수분을 증발시켜 얻은 눈꽃 모양의 꽃소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천일염은 2008년 염관리법상 광물에서 식품위생법상 식품으로 지위가 바뀌고 정부가 2009년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젓갈류와 함께 6대 전통·발효식품으로 선정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그러나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고혈압,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의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소금 섭취를 줄이자는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면서 천일염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의 경우 천일염 생산량은 평년보다 11% 증가했으나 재고가 평년보다 76%나 늘었다. 가격(20㎏ 기준)은 2011년 1만1000원대에서 2017년 2500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천일염을 연구하는 학자는 심혈관계 질환은 천일염 때문이 아니라 정제 소금 때문이므로 천일염을 섭취하면 오히려 풍부한 미네랄 덕분에 심혈관계 질환이 감소된다고 주장한다. 국산 갯벌 천일염은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웰빙 소금이라는 것이다.

외식업체가 김치를 담글 때 정제염 대신 천일염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 전통 식품인 천일염의 가치를 높이고 천일염 산업의 부흥을 돕는 방법이다. 최근 천일염으로 김치를 담그면 김치 맛이 훨씬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경상대 농화학식품공학과 김정환 교수팀이 정제 소금, 1년 보관 천일염, 3년 보관 천일염, 죽염 등 네 가지 종류의 소금을 이용해 김치의 미생물 수와 맛 등을 비교 평가한 결과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가 정제 소금으로 담근 김치보다 상큼한 맛 성분인 류코노스톡 유산균은 더 많고, 역한 냄새의 원인인 효모는 훨씬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관능검사를 통해서도 천일염을 이용해 만든 김치가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식품과학회가 출간하는 영문 학술지 온라인판 최근호에 소개됐다.

김치 발효 과정의 초기에 나타나는 류코노스톡 유산균은 김치 특유의 상큼하고 개운한 맛을 내게 한다. 천일염 김치의 전체 유산균 중 류코노스톡 비율이 정제염 김치보다 높았는데 이는 김치가 더 신선하고 맛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김장한 지 시간이 오래 경과되거나 김치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면 효모 등 잡균이 제 세상을 맞는다. 국물 표면이나 국물 밖으로 나온 배추엔 허연 곰팡이가 피고, 군내 등 역한 냄새가 난다. 효모는 김치의 아삭아삭한 식감을 느끼게 해주는 성분을 분해해 김치가 물러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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