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등급제 시행 8개월, 음식점 참여율 0.12%

[음식과 사람 2018-3 P.73 R&D]

 

▲ 이미지 = Pixabay

정부는 안전한 외식 환경 조성과 음식문화 개선을 위해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지난해 5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 8개월에 이른 현재 0.12%의 음식점만 위생등급제 지정에 참여하고 있다. 위생등급제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얼까?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2017년 4월 위생등급제 시행을 앞두고 첫 번째 인식 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 12월 2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editor.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권재한 선임연구원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틀에 한 번 이상 외식을 한다. 외식은 내식(가정에서 하는 식사)과 더불어 우리의 식생활을 양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식 환경의 위생과 안전의 중요성이 점점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외식 환경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음식점 이용객의 민원 유형 중 ‘위생 불량’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음식점이 주요 식중독 발생 시설이라고 발표할 만큼 음식점 위생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7년 5월부터 안전한 외식 환경 조성과 건강한 식단 실천 등 음식문화 개선을 위해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전면 시행했다. 그러나 시행 8개월이 지났음에도 위생등급제에 대한 음식점의 호응은 그다지 높지 않다. 전국 일반음식점 60만4223개소 중 731개소(0.12%)만이 위생등급제 지정·운영에 참여한 상황이다.

이렇듯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위생등급제 지정 신청이 어려운지, 심사 절차가 까다로운지, 위생등급제 지정 후 혜택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등을 살펴 위생등급제가 우리 사회에 신속하고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에 지난 12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하 한외연)은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업소를 대상으로 위생등급제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위생등급제에 관한 외식업체 설문조사

• 조사 기간 2017년 12월 20~27일

• 조사 대상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사 384개 업소

• 조사 방법 스마트폰을 이용한 설문조사, 무작위 추출

 

1. 위생등급제 인지도는? ➔ ‘상승’

- 위생등급제 ‘알고 있다’ 응답 비율, 8개월 전보다 20%포인트 늘어

2017년 4월 위생등급제를 시행하기 전에 한외연이 조사 한 결과와 2017년 12월 조사 결과를 비교해본 결과 ‘위생등급제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36.7%에서 55.7%로 8개월 사이에 2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안다’고 응답한 외식업체 중 29.4%만이 신청 절차 및 평가 기준 등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41.2%는 명칭만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진단]

가까이하기엔 여전히 먼 ‘위생등급제’

위생등급제에 대한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관련 정보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 위생등급제 참여 의향 & 신청 이유는?

- 참여 의향 약 12% 증가… 이유는 고객 홍보(55.8%)가 가장 많아

위생등급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017년 4월 47.2%에서 2017년 12월 58.9%로 11.7%포인트 증가했다. 위생등급제 참여를 신청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홍보하기 위해서’가 55.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위생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는 25.2%,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14.2%로 나타났다.

또한 ‘위생등급제에 대한 안내나 홍보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65.3%가 부족하다고 응답(부족하다 65.3%, 그저 그렇다 22.9%, 충분하다 11.8%)했다.

[진단]

위생등급제 지정 음식점의 차별성을 소비자가 알아줘야

외식업체는 고객에게 자랑(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생등급제 지정을 받는다고 했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위생등급제’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허무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위생등급제 지정을 희망하는 음식점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3. 위생등급제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 의무사항이 아니므로(27.9%), 평가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26%)

위생등급제를 알고 있지만 참여할 의사는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위생등급제가 의무사항이 아니므로’라는 응답이 27.9%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평가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가 26%, ‘신청 절차가 많고 복잡해서’가 18.3%,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가 18.3%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위생등급을 지정받은 음식점은 2년간 관계 공무원의 출입·검사를 면제받을 수 있으며 기술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또한 표지판 제공 및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 시설·설비 개·보수에 따른 융자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진단]

위생등급제 심사 어려운 만큼 충분한 혜택 제공돼야

현재 위생등급을 지정받은 음식점은 2년간 관계 공무원의 출입·검사를 면제받을 수 있으며 기술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또한 표지판 제공 및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 시설·설비 개·보수에 따른 융자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4. 위생등급제 참여율 높이려면?

- 위생등급 표시는 곧 음식점 경쟁력임을 소비자가 알아야

당초 예상과 다르게 위생등급제 참여율이 저조함에 따라 관계부처 및 지자체들의 참여율 제고를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홍보 동영상 제작을 통해 외식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위생관리 전문업체를 통한 맞춤형 컨설팅 제공, 저금리 자금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 한외연의 설문조사 결과에 근거해 제한적이나마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위생등급 제도에 대한 외식업계 및 대국민 인지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참여 유인 요인이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현재의 위생등급제 지정 혜택에 대한 재검토와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이 혜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외식업체의 자발적인 참여와 경쟁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 등 대국민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위생등급제가 어떻게 시행되는지, 어떤 부분을 평가하는지, 위생등급제를 지정받기가 왜 어려운지, 그리고 위생등급제를 지정받은 음식점이 왜 위생과 안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지 등을 소비자가 알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위생등급제 지정 음식점을 찾는 발길이 늘 것이고, 외식업소들의 참여도 높아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위생등급제 지정업체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확대해 위생등급제가 고객 유입을 위한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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