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토크

[음식과 사람 2018-4 P. 67 Easy Talk]

 

식당에서 음악, 조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음식점을 찾은 고객은 어떤 환경에서 음식을 더 맛있게, 더 많이 먹을까? 이를 식이 환경이라 한다. 식이 환경은 대개 4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음식점의 온도, 조명, 음악 등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고객은 주위 온도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한다. 체온 유지를 위해 체온 상승에 필요한 칼로리를 더 많이 보충하려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주위 온도가 높을 때는 탄산음료 등 음료를 더 많이 찾는다. 체온을 빨리 낮추는 데는 액체 성분의 음료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조명이 부드럽고 은은하면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경우 식사시간이 길어지고 고객의 자제력도 줄어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는다. 반대로 조명이 밝으면 식당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다. 패스트푸드점이 조도를 높이는 것은 그래서다. 조명이 밝으면 음식 섭취는 준다.

음식점에서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면 식욕을 참는 자제력이 줄어 고객의 음식 섭취량이 늘어난다. 식사시간도 길어진다.

크고 빠른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해도 과식하기 쉽다. 빠른 음악이 식사시간을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재촉하기 때문이다. 뇌의 중추신경에서 포만감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이미 많은 음식이 몸 안으로 들어온 상태가 된다.

둘째,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식사량이 달라진다. 평소 소식 (小食)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면 혼자 먹을 때보다 음식을 29%나 덜 섭취하고, 과식하는 사람과 겸상하면 혼밥 때보다 25% 더 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혼밥에 비해 서너 명이 함께 먹으면 남녀 모두에서 아이스크림 섭취량이 증가한다는 연구 논문도 발표됐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면 음식 섭취량이 두 배 늘고 후식을 더 많이 챙겨 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친분이 있으면 긴장감이 줄어들어 식사량에 대한 자기 억제력이 느슨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의 수가 많으면 식사시간이 연장되고, 식사시간이 길어질수록 섭취량은 증가하게 마련이다.

셋째, 식사할 때 주변이 산만한 것도 음식 섭취량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 섭취 시 가장 흔한 산만함은 TV 시청이다. 실제로 TV를 보면서 뭔가를 먹으면 고지방 음식, 간식, 식사 빈도가 늘어난다. 하루 중 TV 시청시간이 길수록 아동의 비만율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넷째, 고객의 스트레스도 음식 섭취량과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를 가리킨다.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다이어트 중인 여성에게 과식을 유발한다. 특히 달고 기름진 음식을 갈망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중 대표적인 것이 코르티솔이다. 일부러 성인 남녀에게 코르티솔을 주입했더니 음식 섭취량이 급증했다. 특히 달고 기름진 음식의 섭취가 증가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맛있는 음식은 물론 맛없는 음식의 섭취도 늘어난다.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 목적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에겐 음식의 맛 정도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태균] 국내 유일의 식품의약 전문기자. 고려대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연구교수,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올해의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음식과 건강>, <먹으면 좋은 음식 먹어야 사는 음식>, <남의 살 탐하는 104가지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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