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8월호

[음식과 사람 2015-08 p.30 Focus-2]

음식점 전면 금연 6개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전국의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 6개월이 지났다.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의 금연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면 금연구역 시행 6개월, 음식점 안팎의 동향을 살펴봤다.

◆ 전면 금연구역 지정으로 매출 감소 불가피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지정 정책이 시행된 지 6개월가량 지났다. 또 최근에는 담뱃갑 경고그림 표기를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 내년 12월부터 담배 제조사들은 담뱃갑에 흡연 폐해를 보여주는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개정안은 지난 2002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11번이나 법제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 개정안은 13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담뱃값 경고그림 표시 의무화가 시행되면 담뱃값 인상,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지정, 금연 치료 건강보험 적용 등과 더불어 정부의 금연정책이 더욱 체계화되면서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면적별로 차등 적용해오던 음식점 실내 금연이 올해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업소에 적용됐다. 2013년에 150㎡ 이상 음식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00㎡ 이상, 올해 1월부터는 75만 개에 달하는 모든 음식점, 제과점 등이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소에서 별도 설치한 흡연실을 제외하고는 모든 실내에서의 흡연이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금연정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지정 정책. 정희수 기자

하지만 여전히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외식업계의 매출 감소와 흡연 고객들의 흡연권 침해, 역차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지정은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형 대형 식당들은 법령에 의거한 별도의 흡연실을 갖추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매출에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이 법을 적용받는 대다수의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음식에 술을 곁들이고, 담배를 피우며 오랫동안 식당에 머무르도록 유도하면서 매출을 올려왔지만, 전면 금연구역 지정 후에는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어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흡연실을 설치하는 비용도 중소 영세 음식점 경영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손님이 음식점 실내에서 몰래 담배를 피웠을 때도 음식점 업주는 과태료를 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계도기간이 끝나 적발됐을 시 170만 원의 과태료가 업주에게 부과된다. 흡연자는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외식업계는 국민의 건강 증진이란 측면에서는 정부의 금연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좀 더 유연한 법 운영이 아쉽다는 평가다.

◆ 명백한 영업권·재산권 침해, 헌법 소원 제기

현재 시행 중인 국민건강증진법은 모든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에서 면적에 상관없이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음식점에서의 전면 금연은 당연한 일이지만, 저녁에 주류를 판매하는 업소에 까지 흡연을 막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흡연 고객들의 선택권은 무시당했고, 업주들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란 것이다. 음식점 안에 흡연석과 금연석을 구분해서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거나 흡연구역을 정부가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말이다. 또 업주에게 흡연 식당을 운영할 것인지, 금연 식당을 운영할 것인지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면서 특히 밤 10시 이후에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면 융통성 있게 흡연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음식점 경영자들은 ‘음식점 전면 금연’에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www.ilovesmoking.co.kr)’은 회원들과 음식점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3월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모든 음식점에 대한 전면 금연구역 강제는 영업권 침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면 금연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직업 수행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브스모킹 측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모든 음식점에 대한 전면 금연구역 시행은 최소한의 흡연권조차 부정하는 것”이라며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시행 철회를 주장했다. 또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음식점에 대한 전면 금연구역 지정이 아니라 흡연실 설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흡연실 설치는 흡연자들이 부담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담배부담금)으로 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업주들이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50%를 지원한다”고 예시했다.

아이러브스모킹 측은 이와 함께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등 모든 음식점에 대한 금연구역 시행은 과도한 흡연 규제”라며 “낮에 식사를 주로 하는 음식점의 경우는 금연구역을 시행하되 저녁에 청소년들의 출입이 제한된 호프집, 실내포장마차, 카페 등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분리해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의견을 내놨다.

◆ 독일 등 선진국, 소규모 음식점 금연구역 제외해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흡연자들은 식당은 밥을 먹는 공간인 만큼 전면 금연구역 지정이 옳다는 입장이다. 또 금연구역 지정으로 음식점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흡연자들이 많아 보이지만 성인의 경우 남녀를 합해도 25%밖에 안 되고, 4분의 3이 비흡연자인 만큼 무조건 매출이 감소한다는 의견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연은 영업권이나 재산권보다 우위에 있는 생명권과 보건권을 지키는 것인 만큼 금연정책은 현행 수준을 유지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은 금연구역 지정 정책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해외 사례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해외에서도 음식점 금연구역 지정은 비흡연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소규모 음식점 매출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7월 공공장소 흡연 금지와 맥주 세금 인상을 시행한 영국은 이후 약 1년 동안 2000개 이상의 소규모 술집들이 문을 닫았고, 2만4000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 헝가리 역시 레스토랑 매출이 25% 감소했고, 소규모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 해외에서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금연구역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국가에서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금연구역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은 일정 규모 미만의 소규모 음식점은 금연구역 지정에서 제외하고 주인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 2008년 네덜란드 지방법원은 주인을 제외하고 직원이 한 명도 없는 작은 술집과 카페는 흡연 금지구역에서 제외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은 별도의 흡연공간을 설치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통해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흡연권을 보장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2011년부터 금연구역이 아닌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에 자발적으로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는 “모든 음식점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은 거의 모든 공간을 금연구역화하는 것으로 기호품인 담배를 소비하는 흡연자의 흡연권을 묵살하는 것”이라면서 “1000만 명이나 되는 흡연자를 억누르는 것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운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실시 6개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지속적인 논의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글 : 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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