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영국의 음식문화 트렌드 5 !

[음식과 사람 2018-6 P.64 World Trend]

 

세계는 ‘아이 투 아이’ 시대!

 

▲ 이하 이미지 = PIXABAY

editor. 정갑식

 

영국은 1997년 이후 거의 15년 가까이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창조산업(Creating Industry) 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하는 데 모든 국력을 쏟아부었다. 그 후 집권한 보수당 또한 이것을 계승·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놀랍게도 영국의 수도 런던은 뉴욕과 파리를 제치고 문화를 선도하는 국제도시 중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고, 음식문화 또한 이 흐름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구 음식문화의 현주소를 이야기할 때 런던 사람들의 음식문화 코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표가 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스타 요리사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역시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인이 아닌가! 한국의 외식업 종사자들이 영국의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18년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 유럽에 흐르고 있는 음식문화 트렌드를 소개한다.

 

1. 돌아온 브렉퍼스트

- 아침 식사 지출 금액 8년 전보다 31% 증가

- 브런치에 이어 2018년엔 브렉퍼스트가 외식문화 트렌드로 정착할 전망

- 아침 메뉴 파는 음식점과 카페 성업할 것

영국의 전통적인 브렉퍼스트(아침 식사)는 알차고 푸짐하게 나오는 걸로 유명하다. 그런데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시리얼 같은 음식으로 간단히 한 끼 때우는 문화에 밀려난 지 오래됐다. 게다가 직장인이나 싱글족을 중심으로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브런치’가 유행했다. 그런데 요즘 브렉퍼스트가 다시 돌아왔다. 전통적인 영국식 브렉퍼스트는 아니지만 고급스러운 아보카도를 빵 위에 올려 먹거나, 훈제 연어 또는 바삭바삭한 베이컨 위에 계란을 얹어 먹는 등등 계란을 필수로 하여 채소, 생선, 소량의 육류가 곁들여진 좀 더 고급스러운 아침 식사가 영국인들의 이른 아침 풍경으로 등장했다.

2017년은 위대한 아침 식사의 귀환을 눈으로 목도한 한 해였다. 총 식사비용 중 아침 식사에 지출한 금액이 지난 8년 전과 비교할 때 31%나 증가했다.

2017년이 위대한 아침 식사의 귀환을 지켜본 한 해였다면, 2018년은 브렉퍼스트가 외식문화의 중심에 정착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2018년엔 이른 아침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이 음식점을 바쁘게 만들 것이다. 이른 아침 손님을 맞는 카페나 커피숍이 많이 생길 것이며, 음식점 또한 이러한 고객들을 위해 메뉴를 새로 수정하거나, 간단한 아침 메뉴를 종일 판매하거나, 점심시간 이전까지만 아침 메뉴를 서빙하는 등의 사업안을 구상할 것이다.

▲ 영국식 아침식사

 

2. 좋은 식재료에 대한 관심  지역 농산물 인기 

- 가격·품질보다 재료 생산지가 어디인지가 고려 대상 1순위

- 브렉시트 영향으로 유럽에서 농수산물의 자유거래 감소 예정

- 지역 농산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

식당에서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사 먹는 음식에 대해 영국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부분이 ‘이 음식의 재료가 어디에서 온 것인가’이다. 유럽에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영국인 이유 또한 영국 사람들의 음식 재료에 대한 집착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 식품 소비자들의 63%가 음식을 구매할 때 음식 재료의 출처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16%는 음식을 구매할 때마다 반드시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영국 사람들은 가격이나 품질보다 음식의 생산지가 어디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따라서 소규모지만 지역 농산물(Local Food)을 생산·유통하는 식품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영국의 외식업 종사들이 외식업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해본 결과, 약 10%가 ‘지역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요구가 외식업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2018년은 지역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식품 소비자와 고객 모두에게 중요한 트렌드로 한층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더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으로 유럽에서 농수산물의 자유거래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지역 농산물 이용에 대한 소비자, 레스토랑, 요리사들의 관심과 수요가 더욱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3.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 증가

- 비건 푸드(Vegan Food) 식문화 운동 열풍

- 2014년 1500명으로 시작한 비건 푸드 운동, 2017년 15만 명 육박

- 비건 푸드 레시피 경쟁적 개발, 매년 급성장 예상

최근 몇 년 사이 영국에서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은 일종의 사회운동처럼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비건 음식, 비건 요리법, 비건 클럽, 비거니즘 등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사실 비거뉴어리(Veganuary)는 단순히 보면 비건 푸드(Vegan Food)를 먹자는 식문화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영국인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보호, 자연보호, 동물 사랑 등등의 사회적 가치에서 발아된 일종의 의식주 중심의 생활문화 바꾸기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1월 한 달 동안 술, 유제품, 고기 등의 음식을 먹지 말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 중심의 음식을 먹자’고 단순하게 출발한 이 식문화 운동이 대중들의 동의를 확보하고 벌써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돼 연중 음식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현재 영국에는 54만2000여 명의 비건족이 있다. 2017년에 가입한 사람만 6만 명이니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 그들 중 절반이 15~34세 연령층이다. 이런 비건 다이어트(Vegan Diet, 완전 채식 다이어트)는 세인스버리, 테스코, 알디, 웨이트로즈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의 수요자 구매 패턴을 바꾸고 있다. 유명 셰프들은 비건 레시피를 경쟁적으로 개발·발표하고, 음식점들도 비건 메뉴를 더 많이 추가해 홍보하고 있다. 매년 급성장을 보이는 비건 식문화 운동은 외식업계에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4. 인스타그램, 음식점과 셰프들의 새로운 조력자로 부상

- 뷰티풀한 음식이 대세! 맛은 기본, 눈으로도 맛보는 시대

- 예쁜 사진 하나가 음식점 홍보 역할 톡톡히

- 인스타그램 중심의 외식문화 창출과 전개가 주요 트렌드로 부상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인터넷 기반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인스타그램은 ‘나는 오늘 이런 걸 먹었다’, ‘이것 봐라, 맛있게 생겼지? 너는 이런 것 먹어봤니?’라며 자랑하는 공간으로 정착하고 있다.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나도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그곳을 방문하게 되고, 자연히 해당 음식점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린다. 더욱이 휴대전화에 장착된 카메라의 화질이 향상되면서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수많은 음식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실시간으로 경연을 벌인다.

요리사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음식 사진을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음식의 질감과 색감 등에 신경 쓰느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과거의 음식은 못생겨도 맛만 좋으면 용서가 됐지만, 이젠 맛은 기본이고 예쁘기까지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보고 “뷰티풀!”을 먼저 외치며 감탄하는 유럽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색상과 모양 위주의 음식 사진들이 셰프와 음식점 경영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18년에는 인스타그램 중심의 외식문화 창출과 전개가 한층 더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진단하는 이유다.

 

5. 길거리 음식이 레스토랑 속으로

- 영국의 모든 대도시에서 주 2회 스트리트 푸드 마켓 열려

- 매일 250만 명의 영국인들이 길거리 음식 즐겨

- 길거리 음식, 레스토랑 메뉴 조정에까지 영향 미치는 대세 트렌드

지난 10년을 분석해보면, 스트리트 푸드(길거리 음식) 소비 패턴이 음식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현상으로 부상해왔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2018년 급성장할 음식문화 트렌드로 주목하고 있다.

수치만 봐도 평균 250만 명의 영국인들이 매일 길거리 음식을 즐긴다. 특히 지금까지는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스트리트 푸드 소비의 주류 역할을 했지만, 이제 점차 전국적으로 스트리트 푸드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트리트 푸드의 진군이 외식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본다.

즉, 음식점들이 인기 있는 스트리트 푸드를 메뉴에 추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간편하게 테이크아웃(포장판매)용으로 설계된 길거리 음식이 레스토랑의 메뉴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26일 열린 ‘브리티시 스트리트 푸드 어워즈 2018’과 8월 런던의 캄덴타운에서 열릴 ‘제이미 올리버 빅 페스티벌(The Big Festival)’ 등의 행사가 스트리트 푸드의 인기를 한층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사실 ‘영국’이라는 단어만 지우면 한국의 이야기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침 식사의 귀환, 비건 푸드의 성장, 건강한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음식 등은 한국의 외식업 소비자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스트리트 푸드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도시 중심의 환경에서 발생한 음식문화지만, 싱글족과 혼밥, 혼술이 유행하는 한국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

소셜미디어의 활용 부분도 그렇다. 컴퓨터와 www로 시작하는 인터넷의 창시자가 영국 사람들이지만, 한국은 인터넷 최강국이 아닌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케팅에서 ‘마우스 투 마우스(Mouth to Mouth)’, 소위 말해 ‘입소문’이 중요했지만 요즘은 ‘아이 투 아이(Eye to Eye)’의 시대가 됐다. 화질이 좋은 카메라를 장착한 휴대폰들이 매년 그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현재의 추세를 보면 음식 사진이 곧 강력한 홍보 요소가 되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내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행동양식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연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영국이나 유럽의 외식 트렌드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음식문화는 빨리 전이되는 속성이 있다. 더욱이 그것이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외식업 종사자들이 이 글을 ‘내 논에 물을 대는 데’ 활용하길 기대한다.

2016년, 2017년 영국의 언론과 영양 관련 기관들이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적극 펼쳤다. 영국 젊은이들의 부실한 아침 식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언론은 ‘젊은 층의 71%가 아침을 굶은 적이 있다’, ‘31%가 아침으로 시리얼만 먹는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 결과 이른 아침 문을 여는 카페가 많이 생겼고, 스타벅스를 위시한 커피숍들이 새벽에 문을 열고 조식을 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4년 영국에서 시작된 비건 푸드 운동은 처음에 약 1500명으로 시작해 2016년, 2017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금은 부흥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TV 방송에서 요리사들의 건강음식에 대한 홍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2017년 12월 말까지 “2018년 1월 한 달간 비건 음식만 먹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15만 명에 육박했다. 2018년에는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한국과 달리 도심에 녹지공간과 휴식공간이 많다. 한국의 서울로 치면 청계천, 여의도공원, 세종문화회관 앞 같은 곳들이다. 관할 구청은 매주 특정한 요일에 이런 곳에서 스트리트 푸드 마켓을 연다. 이때 푸드트럭이나 텐트형 간이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선다. 현재 영국의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는 일주일에 2회 정도 이런 마켓이 열린다. 하루에 약 50파운드(약 7만5000원)의 장소 대여비만 내면 2평 남짓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허가증이 나온다. 상인들은 하루에 1000~1500파운드는 거뜬히 매상을 올린다. 그러니 어디를 가도 스트리트 푸드를 만날 수 있다. 음식 가격은 대부분 3~5파운드로 싸고 맛있다. 더욱이 모든 세계 음식이 다 있다. 멕시코, 중국, 필리핀, 스페인, 한국, 일본… 영국 음식 빼고 다 있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정갑식] 영국에서 음식문화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외식산업, 음식과 관광, 음식문화 트렌드 분석 전문가이자 연구원, 강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Fashion food 21 LTD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외 여러 언론 매체에 유럽의 음식문화 등을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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