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에세이

[음식과 사람 2018-9 P.73 Food  Essay]

 

맨손 어부와 미륵산 고추장

 

▲ 매운탕 / 이미지 = PIXABAY

editor. 윤동혁

 

“그 집 매운탕은 주인아저씨가 손으로 잡은 메기나 쏘가리로 끓인다더라.”

이거 엄청난 입소문이다. 손으로 잡거나 그물로 건져 올리거나 그 메기가 그 메기일 텐데 산천수렵 유전자가 유별나게 발달한 우리 민족은 손이냐 그물이냐, 양식이냐 자연산이냐가 생선을 고르거나 먹을 때 엄청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가네 민물매운탕(강원 원주시 문막읍 동화공단로)’을 처음 찾아갔을 땐 ‘어탕’을 먹었다. 나를 데리고 간 사람과 나, 두 사람뿐이어서 묵직한 매운탕보다 가격이 가볍고(7000원) 기본 솜씨를 간파하기에 유리한 어탕을 선택한 것이다. 시뻘건 국물이어서 매울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부드럽고 고소한 뒷맛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런데 씹히는 게 너무 없었다. 마치 라면 국물처럼. 마침 주인아저씨가 하는 일 없이(물고기를 잡거나 물고기 배를 갈라 창자를 제거할 때만 바쁘시다) 앉아 계시는지라 우선 궁금한 것부터 물어봤다. 정말 다 손으로 잡으시는가.

“우린 어렸을 때부터 메기, 빠가사리, 쏘가리… 다 맨손으로 잡았지요. 그런데 그게 신기한 건지 죄다 물어봅니다그려.”

“그럼 국물은 왜 이렇게 말끔한가요?”

“웬만한 집에서는 고기를 뼈째 믹서에 넣고 갈아서 쓰잖아요. 저는 푹 삶은 다음에 체에 거르거든요. 뼈는 걸러내니까 씹히는 게 없는 거죠.”

첫 방문은 이 정도 선에서 끝내고 보름쯤 후에 다시 찾아갔다. 이번엔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인아주머니를 공략할 속셈으로 메기탕 중자(4만 원)를 시켰다. 우리 일행은 세 사람이었는데 먹성 좋은 사람 기준으로 4, 5인분은 거뜬해 보였다. 국물은 어탕과 마찬가지로 보드랍고 고소하게 넘어갔다. 취재를 염두에 두고 오전 11시도 되기 전에 찾아간 첫 번째 손님이었으므로 아주머니를 독점(?)하고 마음껏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물어보고 자시고 할 거 없이 왜 ‘박가네 민물매운탕’에 손님들이 열광하는지 조목조목 유창하게 설명해주었다.

첫째, 바탕 국물인 육수를 잘 우려내야 한다. 대파를 뿌리째, 그리고 무, 황태 대가리, 양파, 멸치(두 종류), (고추와 마늘 대신) 고추씨, 닭발을 넣고 푹 삶는다. 쓰는 게 한두 가지 더 있는데 그건 말하지 않겠다. 많이 넣는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다. 재료가 상품이어야 한다.

둘째, 위의 모든 재료와 맞먹는… 그렇지, 좋은 고추장을 쓰지 않으면 말짱 헛거다. 절대 ‘공장 고추장’은 사용 안 한다. 항아리 속에서 충분히 숙성된, 적어도 2년 이상 숙성된 고추장을 사용한다. 물론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만 대량생산하는(강제로 숙성시키는) 고추장 사용하면 천하의 유명 셰프라도 이 맛 못 낸다!

아, 고추장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매달 고추장 구입비만 40만 원이라니 주인아주머니 집념이 보통 아니시다.

“민물매운탕 시작한 지 3년 됐거든요. 그때 처음 쓰던 고추장을 한 번도 안 바꾸고 여태껏 사용하고 있어요.”

여주인 함철미(56) 씨는 주방아줌마 입맛이 흔들리면 손님들이 어지러워진다고 했다. 단골이란 무엇인가. 그 집에 가면 그 맛이 난다! 그 맛을 찾아오는 사람이 단골인데 주인 입맛이 이랬다저랬다 변덕스러우면 되겠는가. 그 맛을 잡아주는 기둥이 바로 고추장이다. 지금 사용하는 미륵산 고추장은 여주인께서 먼저 찾아가 납품을 부탁하는, 좀 이례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이야기가 끝나가자 맨손 어부 박운승(59) 씨가 한마디 툭 던졌다.

“맨손으로 고기 잡는 게 신기하면 겨울철에 오시구려. 물이 깨끗해서 잡히는 게 잘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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