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컷 뉴스

[음식과 사람 2018-11 Uncut News]

 

‘모든 잎이 꽃이 되다’ 가을과 친구하기

 

▲ 이미지 = PIXABAY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가을이 깊어간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이 물들어가고 낙엽이 밟히는 소리는 가히 낭만적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라고 가을을 노래했다. 미국 작가 에드윈 웨이 틸은 “인간에게 가을은 수확의 시간, 함께 모이는 시간이다.

자연에게는 가을은 씨를 뿌리고 외부로 흩어지는 시간이다”라고 가을의 운치와 본질을 묘사했다. 무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힘을 주는 반갑고 행복한 계절이고, 동장군의 맹추위에 맞설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정겹고 당당한 시절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당단풍나무, 신나무, 복자기나무, 산겨릅나무, 고로쇠나무는 단풍축제를 열고 오동나무, 참나무, 옻나무, 붉나무, 화살나무, 자작나무가 온 산천을 빛나게 한다. 감나무, 밤나무, 잣나무, 대추나무, 석류나무는 수확의 기쁨과 풍미의 즐거움을 준다. “오자오자 옻나무 가자가자 감나무 김치가지 꽃가지 맨드라미 봉선화”라는 동요는 가을을 온몸으로 사랑한 선조들의 흥취를 느끼게 한다. 국화주 한잔 마시는 낭만과 함께 ‘농가월령가’는 김매기, 벌초하기, 김장채소 가꾸기, 베 짜기, 면화·고추 따기, 과일 장만하기, 타작하기, 기름 짜기, 방아 찧기를 하며 수확하는 우리의 세시풍속을 전해준다. 민요인 달거리, 창부타령, 태평가, 사설난봉가, 한오백년, 신고산타령엔 가을이 풍성하게 걸렸고, 현대에 들어서는 작곡가 이흥렬이 ‘고향 그리워’, ‘국화 옆에서’, ‘코스모스를 노래함’ 등을 통해 가을의 멋과 고아함을 선율로 표현해냈다.

조선 초 재상을 지냈던 맹사성은 ‘강호사시가’에서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소정(小艇)에 그물 실어 흘려 띄워 던져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해 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라고 노래했고, 고산 윤선도는 ‘어부사시사’에서 살진 고기, 갈대 우거진 경치, 낚시질, 이슬, 바람, 서리, 달 등을 시조로 엮어냈다. 명장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야음(閑山島夜吟)’에서 “바다에 가을이 저무니 기러기 떼 높이 날아가네. 밤새 시름으로 뒤척이니 새벽달이 활과 칼에 어려라(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轉夜 殘月照弓刀)”라고 하여 장수로서의 우국충정을 가을 이미지에 실어 표현하기도 했다.

가을은 삶과 사랑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준다. 그래서 시인들은 가을을 사랑하고 시를 지어 감상을 노래했다. 시인 김광균은 ‘추일서정(秋日抒情)’에서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로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라고 했고, 김현승 시인은 ‘가을의 기도’에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라고 사색의 계절, 가을을 노래했다.

요즘 가을은 봄처럼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 사라진다. 가을이 오면 얼씨구나 반겨야 한다. 더웠던 여름이 가는가 했는데, 어느새 매서운 동장군이 오기 때문이다. 시인 오규원은 ‘가을이 왔다’에서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후략)”고 가을을 가슴으로 느끼며 환영한다. 시인 안도현은 ‘가을 엽서’에서 “내가 가진 게 / 너무 없다 할지라도 / 그대여 / 가을 저녁 한때 / 낙엽이 지거든 / 물어보십시오 / 사랑은 왜 / 낮은 곳에 있는지를”이라는 엽서를 띄운다. 우리 모두 현실의 질곡과 고난을 떨쳐버리고, 가을처럼 풍성하고 아름답게 빛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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