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가 추천하는 불황 극복 틈새 메뉴

▲ 이미지 = PIXABAY

냉면은 수익성이 좋고 회전율이 매우 높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매력적인 음식이다. 불경기에도 나름 선전하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계절음식이어서 겨울철을 극복할 수 있는 안목과 실력을 갖춰야 창업할 수 있다. 필자도 내년엔 냉면 전문점에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맛있는 냉면’ 한번 어필하면 만년 효자

지난해 겨울 경남지역 어느 황태 전문점의 경영 상담을 하고 왔다. 가보니 영업은 다소 부진했지만 음식의 질은 양호한 편이었다. 그때 필자는 이 식당 업주 부부에게 냉면을 강력 추천했다. 상권이 관광지여서 주말에 외부 고객 유입이 많았고, 그 지역에 냉면 전문점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황태나 코다리는 냉면과 묶기에 유리한 아이템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코다리냉면은 숙성시킨 양념 코다리나 황태를 고명으로 얹은 냉면이다. 함경도나 강원도 등 동해안을 따라 발달한 향토음식이다. 이런 냉면은 영남지역에서도 충분히 통한다. 안타깝게도 이 식당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냉면의 메뉴화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만일 그 식당이 냉면을 도입했다면 올해 여름철에 상당한 도약을 했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식당 업주가 올해 봄 경기 용인시에 냉면집을 열었다. 이 식당은 대로변에 있지만 말 그대로 흐르는 상권이다. 지금까지 다섯 번 연속 업종을 바꿔가며 망해나간 점포다. 그런 불리한 곳에 냉면집으로 입점해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엄청난 대박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매출을 올렸다. 아마도 내년엔 50~100%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함흥냉면이지만 ‘육수가 맛있는 냉면’으로 소구한 것이 고객에게 먹혔다. 사실 기존 함흥냉면집들에 비해 물냉면의 육수가 단연 맛있다. 겨울엔 만둣국, 육개장, 불고기전골 등으로 충분히 선전할 것이다.

경기 광주시엔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모 업체의 대표가 별도로 운영하는 냉면집이 있다. 그 냉면집도 올해 40%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집은 한물간 칡냉면이고, 면도 자가제면이 아니다. 그렇지만 올여름 매출이 상당했다고 한다. 냉면 가격이 9000원으로 수익성도 매우 좋다.

 

메밀 수요 증가세 등 전망 밝지만 충분한 실력 갖춰야

필자는 주변 식당 업주들에게 가급적 평양냉면 전문점 개점을 반대한다. 메밀을 사용하는 평양냉면이 대세이긴 하지만 평양냉면은 맛을 잡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명한 기존 브랜드 냉면집 중심으로 구매가 이뤄진다. 후발주자가 평양냉면 전문점으로 성공하기란 매우 힘든 시장구조다. 평양냉면은 ‘밍밍한’ 맛이 난다. 냉면 초보자들이 쉽게 친근해지기 어려운 맛이다. 이런 평양냉면 특유의 맛 역시 전국 여러 지역에서 뿌리 내리기 어려운 요인이다.

함흥냉면도 대로변을 중심으로 많이 불어난 적이 있다. 하지만 품질의 하향 평준화와 함흥냉면집의 범람으로 일순간에 쇠락했다. 당시 함흥냉면집 물냉면은 포도당 맛이 과했다. 그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것이다. 냉면집 만두도 소비자의 입맛 기준에 미달하는 곳이 많았다. 한마디로 기본 실력이 부족했다.

냉면시장의 이런 요소들을 감안해 충분히 맛과 실력을 갖춘다면 냉면은 불황의 역풍을 맞지 않고 비교적 순항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올해 광주광역시 소재 모 평양냉면집이 대박이 났다고 한다. 호남지역은 본래 냉면이 먹히는 지역이 아닌데 올해 4월 남북 정상회담의 영향이 컸다. 광주광역시 냉면 소비자 대부분은 아직 평양냉면이 기호에 맞지는 않을 것이다. 서양인들이 과거엔 일본 스시를 안 먹었지만 지금은 열광하듯 냉면 불모지인 전라도에서도 향후 수요가 많이 늘 것이다.

메밀 수요 증가, 남북 해빙 무드와 함께 여름철 고온화 현상도 냉면 소비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을 시원한 냉면 국물로 식히려는 한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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